우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교사들은 독서토론을 지도할 때 주로 지적인 성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독서토론을 통해 아이들의 독해력이 향상되고, 생각하는 힘과 표현력이 길러지길 기대한다. 그런데 독서토론 수업, 독서동아리 활동, 학교 도서 프로그램을 연계해 1년 동안 전면적인 독서토론 교육을 실행했더니 아이들은 독서토론을 “사랑받는 가장 완벽한 대화” “체육활동 없이 우정을 기르는 방법” “친구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표현했다.
1년 동안 함께 읽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지적인 성장보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교우관계가 친밀해졌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함께 책 읽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하고 지지하면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책대화 하는 시간이 학교 생활 중 유일하게 친구들과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며, 그래서 함께 읽고 독서토론 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아이들이 처음부터 함께 읽기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갓 입학했을 때만 해도 국어 시간에 독서토론 하자고 했더니 ‘말을 잘 못한다’ ‘나중에 싸우게 돼서 싫다’ ‘ 혼자 읽는 게 더 좋다’ ‘말 잘하는 친구들이나 하는 거 아니냐’ 등의 이유를 들며 요리조리 피하려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후 학생들 대부분이 함께 읽기가 더 좋다고 한다. 1년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