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캐묻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수학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인화人和를 위해서, 또는 튀지 않으려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는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스스로 이해되지 않을 때, 질문을 던지고 이해될 때까지 답을 추구하는 태도와 그러한 태도를 존중하는 문화가 없는 한, 그 사회는 죽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의 종착점은 본질이다. 질문의 끈을 느슨하게 하지 않고 계속 캐묻다보면 자연히 가장 밑바닥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인문학 붐이 불기 시작했다. 인문학은 특히 성인들에게 많이 어필했으며 각종 서적과 강의가 관심 대상이 되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불기 시작한 게 힐링healing 붐이다. 생존경쟁에서 잠시 탈피하여 소박하고 일상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그러한 관조로부터 얻은 여유를 통해 다시 살아낼 힘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인문학이 가진 힐링적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이야기,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도배되는 힐링이 특수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지 모르나 인문학의 기본 가치에는 오히려 반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의 핵심은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구조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며, 이는 수학적 사고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내 주변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갖자는 것이며, 이는 과거의 나와 결별하는 ‘아픔’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성숙이다. 자기 좋을 대로의 임의적 해석이 아니라 객관적 분석이며, 보이는 대상에 대한 주관적 애정이 아니라 사고를 통한 개념의 인식과 그를 통한 내적인 자유의 획득이다. 그것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본질을 추구하는 태도attitude의 필연적 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