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디와 나는 로워빈필드 구호소를 나선 뒤 어느 집 정원에서 잡초를 뽑고 마당을 쓸어 반 크라운역주: 2실링 6펜스을 벌고 그날 밤은 크롬리에서 묵은 다음 걸어서 런던으로 돌아왔다. 나는 하루 이틀 뒤에 패디와 헤어졌다. B가 내게 마지막으로 2파운드역주:40실링를 꾸어주었는데 여드레만 견디면 되었기에 그것으로 내 고생은 끝났다. 내가 맡은 그 온순한 정신 박약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를 애먹였지만 그렇다고 구호소나 또는 오베르주 드 장 코타르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패디는 일자리를 구해줄지도 모르는 친구가 있다면서 포츠머스로 떠났고, 그 뒤로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차에 치여 죽었다는 말을 얼마 전에 들었지만 제보자가 다른 사람과 혼동했을 수도 있다. 보조에 관한 소식은 불과 사흘 전에 알았다. 지금 그는 구걸한 죄로 14일을 선고받고 완즈워스역주: 런던의 교도소에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교도소도 그다지 두려울 게 없으리라고 본다.
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변변찮은 이야기일 뿐이고 그저 여행 일기가 주는 흥밋거리쯤은 되었기를 바랄 따름이다. 혹시 무일푼이 되면 당신에게 이런 세계가 기다린다는 것 정도만은 말할 수 있겠다. 언젠가는 그세계를 더 철저히 탐구하고 싶다. 우연한 만남이 아닌 허물 없는 사이로서 마리오, 패디, 동냥아치 빌 같은 사람들을 알고 싶다. 접시닦이, 부랑인, 강변 둑길 노숙자의 영혼 속에는 정말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하고 싶다. 현재로서는 가난의 언저리까지밖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돈에 쪼들리면서 확실히 배워둔 한두 가지는 짚어낼 수 있다. 나는 두 번 다시 모든 부랑인이 불량배 주정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고, 내가 1페니를 주면 걸인이 고마워하리라 기대하지 않겠으며, 실직한 사람들이 기력이 없다고 해도 놀라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기부하지 않을 것이며, 옷가지를 전당 잡히지도 않겠으며, 광고 전단지를 거절하지도 않겠고, 고급 음식점의 식사를 즐기지도 않으련다. 이것이 시작이다.
─ 조지 오웰,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신창용 옮김, 삼우반, 2008, 283~2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