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카페 최애 자리에서
얼마 있으면 여행이 끝난다.
핀란드 마지막 밤. 이제 불필요한 용기는 내지 않기로 하고, 좋아하는 요리를 포장해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요리를 사고, 에스플라나디 거리의 ‘카페 에스플라나드’로 향한다. 현재 나의 최애 카페다. 거리가 잘 보이고, 널찍하고, 인테리어는 격조 있고 차분한데 어딘지 도토루처럼 소탈한 면도 있다. 오래 있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나의 최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루이보스 티를 쟁반에 담아 희희낙락 앉는다. 계단 옆, 따로 떨어진 자리.
밤이지만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았다. 선물도 이것저것 샀네, 하고 대충 헤아려본다.
이십 대 무렵이었다. 친구와 싱가포르를 여행하다가 시계를 샀다. 아버지가 갖고 싶어했던 라도 시계다. 선물이라고 건네자 몹시 기뻐했지만, 누가 우리 아버지 아니랄까봐 바로 잃어버렸던 것 같다. 유품 정리할 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선물은 소중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주고받는 순간 반짝거리면 된 거다.
카페 에스플라나드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지인도 있고 관광객 그룹도 꽤 있다.
해가 저문다.
밖에서 옅은 주홍색 빛이 흘러들어온다.
이곳에 있는 누구나가 그림 속 사람들처럼 보인다.
여행을 떠나면 왠지 평소보다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마주 앉아 웃는 사람들도 언젠가 죽는다. 다들,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을 즐긴다.
이를테면 내가 오래오래 살다가, 천천히 죽음을 맞는 순간이 온다면, 침대 위에서 오늘을 떠올릴까. 헬싱키 거리를 거닐던 무렵 나는 씽씽했지, 하면서 창밖을 바라볼까.
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씽씽하게 여기 있는데. 어째서인지 미래에서 현재를 그리워한다.
― 마스다 미리,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홍은주 옮김, 이봄2021, 122~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