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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권과
‘독서복지’ 시대
사람이 사회적으로 존엄을 인정받으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권리와 책임이 필요하다. 그러한 권리 중 한 가지가 책 읽을 권리, 즉 ‘독서권’이다. 왜 독서권인가?
헌법상 국민의 권리에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 사회권, 청구권, 참정권 등이 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환경권, 보건권 등의 보장이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기본권들과 모두 연결되는 권리가 바로 ‘독서권’이다. 인류가 이룩한 창조·문화·역사의 정수는 책에 담겨 공유되고 후세에 전승되며 인류의 기억으로 유지·확장되는데, 그러한 책을 누구나 읽고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독서권이다. 변화가 빠른 디지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시민 누구나가 책과 독서로 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독서권이 생존권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정선된 콘텐츠인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독서가 권리가 되는 ‘독서복지’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생존복지에서 독서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독서권의 확보를 위해서는 책에 대한 접근성을 가로막는 다양한 물리적·경제적·사회적·인지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과 함께, 독서소외인 ― 독서문화진흥법 제2조는 ‘독서소외인’을 “시각장애, 노령화 등의 신체적 장애 또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제약 등으로 독서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독서 자료의 이용이 어려운 자”로 정의한다. ― 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권리 보호 방안의 마련과 정책적 실천이 필요하다.
마침 국회에는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독서문화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2021.5.6., 의안번호 2109931〕이 상정되어 있다. 이 법안은 독서가 국민의 행복 추구를 위한 기본권임을 명확히 하고자 ‘독서권’에 대해 “문자를 사용하여 표현된 것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의 평등한 독서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또한 독서동아리 활성화 및 독서소외인의 독서권 보장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시책을 강구하고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정법률안에는 독서경영 인증, 책 읽는 도시의 지정, 책의 해 지정 등 이미 독서정책으로 시행 중인 사항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독서문화진흥위원회의 설립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독서권의 범주에는 도서관을 비롯한 독서 관련 기반시설 및 충실한 독서 자료의 제공, 시민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독서 정보의 제공, 독서동아리와 같은 책을 통한 시민의 소통 활동 지원, 독서의 계기를 만드는 활동과 프로그램 제공 등 ‘독서 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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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독서와
독서동아리 지원정책의 가치
독서동아리 활동은 정기적인 모임으로 지속적인 책 읽기의 생활화에 도움을 주며, 좋은 책을 소개하거나 소개받을 수 있고, 참여자들 간에 지적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다. 자유롭고 능동적인 활동과 소통·교류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유기체인 동아리라는 틀에 책과 독서의 콘텐츠를 담아, 구성원들이 ‘홀로 읽기’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함께 읽기’의 재미와 공감대 형성을 누릴 수 있다. 함께 읽기를 통해 독서는 협의의 정보 입수 행위를 뛰어넘어 다양한 해석의 공론장으로, 골방의 독서에서 광장의 독서로 나아간다.
독서문화진흥법 제정2006 이후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하는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서도 독서동아리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1차 기본계획2009~2013에서는 4대 과제 중 두 번째인 ‘독서의 생활화를 위한 사업 추진’에서 ‘⑤ 독서동아리 활성화’ 항목으로 제시되었고, 제2차 기본 계획2014~2018에서는 4대 전략 중 ‘생활 속 독서문화 정착’에서 ‘② 다양한 독서동아리 활성화’ 정책으로 제시되었다. 현재 시행 중인 제3차 기본계획2019~2023에서는 전략 1의 ‘사회적 독서 활성화’를 명시하고 ‘중점과제 1. 함께하는 독서공동체 확산 지원: ① 독서동아리·독서공동체 지원’에서 ▲독서동아리 지원센터 운영 지원, ▲동아리 공간 나눔 지원, ▲독서공동체주민자치센터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독서동아리 축제독서동아리 한마당 지원, ▲독서활동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지원 등을 제시했다.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독서’는 개인적 독서를 함께 읽기로 확대함으로써, 읽기 습관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읽지 않거나 읽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함께 어울려 읽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독서 방식과 독서의 사회적 가치를 진화시키자는 함의를 담고 있다. 이때 독서동아리 지원정책은 사회적 독서 활성화를 위한 핵심적인 사업 영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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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의
독서동아리 지원정책 현황
중앙정부의 독서동아리 지원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을 통해 매년 시행하는 독서동아리 활동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매년 국고 7억 원의 예산으로 전국의 독서동아리 400개씩을 지원했다.
지자체에서는 2021년에 441개 지원사업에 41억 6,866만 원을 책정해 시행 중이다. 지난 10년간2011년→2021년 지원사업 건수는 151개에서 441개로 약 3배 증가했고, 예산은 6억 9,833만 원에서 41억 6,866만 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
◆ 2020년 실시 사례〔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 문화체육관광부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을 주관처로 하여 전국 독서동아리 400개동아리 구성원 약 5,000명를 공모하여 80만 원씩 지원하고, 저자와의 만남 프로그램 192회 운영, 지역활동가길잡이, 멘토 20명 양성, 권역별 온·오프라인 워크숍 진행,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 개최 및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 운영, 독서동아리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등을 진행.
- 부산광역시교육협력과는 독서동아리 활동을 위해 도서 및 장소 등을 지원하는 ‘책 플러스 네트워크’ 사업을 1,500만 원의 예산으로 추진. 17개 서점의 34개 독서동아리와 연계하여 동아리 활동 도서 988권을 구입하여 지원하고, 107개 작은도서관에 887권의 도서를 구입하여 지원.
- 서울시 강동구립천호도서관은 ‘천호도서관 커뮤니티 모집 운영’ 사업을 진행. 자생적인 공동육아공동체 운영을 지원하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여 11개 커뮤니티에 총 59회에 걸쳐 719명이 참여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화상 프로그램 모임을 지원하고, 도서 대출 지원으로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함.
- 경기도 고양시도서관센터는 독서토론 동아리 운영과 독서 활동 지원을 위해 600만 원의 예산으로 17개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총 1,889명이 참여함.
- 경기도 의왕시 중앙도서관, 내손도서관, 글로벌도서관은 의왕시민이 참여한 독서동아리 25개218명 참여에 독서 활동을 위한 책꾸러미 제공, 독서동아리 지도자 과정 운영, 활동집 제작, 활동 공간 제공 등에 1,500만 원을 집행함.
- 경기도 성남시 중원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독서 생활화 및 독서능력 배양을 위한 독서회 운영 지원에 3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함. 어린이 3개반, 성인, 직장인 독서회에 강사료를 지원하여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한 온라인 독서회를 운영함.
- 전남 광양시립도서관은 독서동아리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 55개 동아리, 571명을 모집하고, 동아리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5회 개최하여 132명이 참석함. 우수 독서동아리 도서구입비 지원, 역량 강화 교육, 온라인 독서동아리 운영 등에 총 1,294만 원의 예산을 사용함.
- 세종시교육청은 ‘학생 인문·책쓰기 동아리 운영 지원독자에서 저자로’ 공모 사업을 추진하여 4,080만 원을 집행함. 초중고 학생 20팀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토론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함.
◆ 2021년 계획 사례〔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국고 7억 원으로 전국의 독서동아리 400개를 지원하고, 지역활동가 양성 및 독서동아리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독서동아리 인프라 조성을 추진. 이와는 별도로 ‘독서동아리 공간나눔 사업’을 지원하여 공공·민간의 유휴공간 개방 및 공유로 동아리 모임 공간 활용을 촉진.
- 강원도 춘천시 시립도서관은 직장인이 참여할 수 있는 야간 독서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직장인 독서동아리, 도서관 독서동아리’ 사업을 추진. 독서동아리 장소 제공 및 도서·특강을 지원하여 5개 동아리 운영 예정.
- 서울 구로구청은 ‘독서동아리 활동비 지원 공모사업’을 추진할 계획임. 구로구에 등록된 5인 이상의 독서동아리로서 월 1회 이상 정기모임을 하는 동아리가 지원 대상이며, 지원 예산은 2,000만 원 규모임.
- 부산광역시는 ‘책 플러스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독서동아리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5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함. 16개 서점과 32개 독서동아리에 대해 동아리당 10권의 도서구입비를 5개월간 지원하고 동아리 활동공간을 지원하는 내용임. 활동 종료 후에는 지원 도서를 수거하여 작은도서관 등에 기증하여 재활용함.
- 강원도 원주시립중앙도서관은 자율적 독서동아리 운영을 지원할 예정임. 총 43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할 계획임.
- 강원도 강릉시립도서관은 2,000만 원의 예산으로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을 계획함. 동아리 1개당 40만 원 이내 범위의 도서 및 강사를 지원하여, 50여개 동아리를 대상으로 연중 동아리의 활성화와 운영을 지원할 계획임.
- 경남대표도서관은 우수 독서동아리 공모 사업을 통해 자발적인 독서문화 환경 조성에 나섬. 1,000만 원의 예산으로 경남 도내 독서동아리 중 5개를 공모로 선정하여 200만 원씩 지원하고 도서구입비, 강사비, 독서기행, 시설사용료 등으로 사용하도록 할 예정임.
- 울산광역시교육청 울주도서관은 독서를 통한 여가 활동으로 개인의 자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독서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낭독회를 운영할 계획. 낭독을 희망하는 회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로 매주 1개 낭독회를 운영하고, 선정 도서를 그 시간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는 방식을 취함.
- 인천광역시교육청 소관 도서관들은 공공도서관 기반의 지역 독서공동체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책동네 산책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임. 지역의 서점, 작은도서관, 문화공간 등을 둘러보고 체험하는 독서투어 모임을 9개 도서관마다 운영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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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지원정책의
발전 방향
동아리는 만남과 소통의 방법이다. 독서동아리는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소통을 위한 최선의 도구가 독서동아리라 하겠다. 책이 사회생활과 보다 사람다운 삶을 위한 기본 메뉴인 것처럼, 독서 동아리 활동은 사회 활동이 제한적이거나 제약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독서동아리는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의 지원, 민간의 자발성에 의해 일부 학교와 직장, 도서관, 서점 기반으로 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아직도 독서나 독서동아리는 개인의 선택과 취향의 문제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독서동아리 활동도 독서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좋고 독서 친화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 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독서동아리 참여율이 성인 1.7%, 초중고 학생 13.0%에 불과한 것이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독서에 대한 관심 부족이 독서동아리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지만, 여건이 된다면 참여하고 싶은 독서동아리로 성인은 ‘지역 독서 동아리’48.4%, 초중고학생은 ‘학교 독서동아리’44.9%를 꼽아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사회적 인간관계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자기계발, 학습을 목적으로 한 유료 독서 동아리‘트레바리’ 등가 주목받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잡을 정도가 되었지만, 독서 양극화와 독서동아리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독서소외인들은 독서뿐 아니라 독서동아리 활동에서도 소외되고 있고, 국가와 지자체의 독서정책도 거기까지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 ‘독서소외인에게 다가가는 독서동아리’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향후 핵심 과제를 세 가지로 추려 제안한다.
첫째, 가정과 학교, 직장, 사회단체, 직능단체, 병영 등 독서동아리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단위의 지원시책이 대대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정책을 보면 제한적인 예산에 맞추어 독서동아리에 대해 소액의 예산을 지원하거나중앙정부 및 일부 지자체, 참여자를 모집하고 활동 공간 등을 제공하는 방식공공도서관이 일반적이었다. 독서동아리에 대한 직접적인 예산 지원보다는 독서자료나 정보 제공, 활동 장려 프로그램 지원, 학교와 직장의 참여를 촉발하는 시상, 대대적인 언론 캠페인 시리즈 등 능동적 참여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둘째, 사회적 약자와 독서소외인을 위한 독서동아리 지원정책의 중장기 계획과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체적 장애인, 복지단체·시설, 조손가정, 학교 밖 청소년, 탈북자,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재소자, 독서 경험이 거의 없거나 독서 습관이 거의 없는 비독자, 이외에도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거나 독서에 거리를 둔 많은 이들이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이 인생의 중요한 반려이자 힘이 되도록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독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독서동아리의 설립과 운영, 독서동아리 간의 교류, 성과 확산, 독서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제공과 지원 수요를 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도록 인력과 사업의 확충 등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함께 누리는 독서복지 시대를 여는 독서동아리 지원정책이 지속적으로 큰 열매를 맺고 책 읽는 사회, 문화가 강한 나라로 나아가려면 든든한 컨트롤타워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21년 11월 24일에 열린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의 발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