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앞선 발표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은 공부방이나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는 활동 경험을 전국 회원들이 독서문화운동의 하나로 시작했다. 2003년은 기적의 도서관이 이슈가 되고 있었고, 학교도서관 개선 사업을 시작한 해다. 이미 많은 회원들이 마을도서관을 만들거나 학교도서관 학부모 명예사서로 일하면서 ‘내 아이를 넘어 우리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 운동은 2004년 시작할 때부터 전국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 이전까지 350개 정도 기관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년간 지부별 활동기관은 다음 그래프와 같다.
지부별 책읽어주기 활동 기관 수 |
20년간 회원들의 활동을 통계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본 결과를 정리하고, 이들의 성과와 앞으로 활동 방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책읽어주기 활동 20년을 돌아봄
부설연구소 ‘책읽어주기 20년’ 연구팀은 역사팀과 사례팀으로 나누어 지난 20년 활동을 돌아보았다. 두 연구팀에서 도출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팀에서는 3가지 보조적인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첫째, 전국 책읽어주기 활동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활동가들이 어떤 기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동했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둘째, 책읽어주기 활동을 10년 이상한 회원을 대상으로 읽어 준 목록을 수집했다.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읽어줄 책을 고르는데 많은 점을 고려한다. 그래서 10년 동안 읽어준 목록에는 그들의 철학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도했다.
셋째, 책읽어주기 활동 기관 담당자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최근까지 3년 이상 활동한 기관을 골라 기관 성격에 맞는 질문을 만들었다. 질문은 책읽어주기 활동 후 들은 이들에게 독서와 정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책읽어주기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 활동가 설문으로 본 책읽어주기 20년
(1) 설문 내역
2024년 3월 17일부터 4월 5일까지 책읽어주기 활동 경험이 있는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에 389명이 응답했으며, 이중 현재 활동하는 회원이 237명, 하지 않는 회원이 152명이었다. 활동기간을 보면 1년~3년미만 활동 회원이 133명, 3년~5년미만 활동 회원이 75명, 5년~10년 미만 활동 회원 104명, 10년~20년 미만 활동 회원이 69명, 20년 이상 활동한 회원이 8명이다.
(2) 설문 결과 개요
활동가 설문 결과 주로 함께 읽는 이들은 5~10명이고, 한 번에 30분~1시간 동안 읽어주었다. 읽어주는 책은 주로 그림책으로 한 번에 2~3권을 읽어준다고 답했다. 읽어주는 책은 목록을 미리 정해두고 읽는 경우도 있고, 그때그때 활동가가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맞게 책을 고르기도 했다. 독후활동은 따로 하지 않고 읽기 전에 서지사항과 표지로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은 후에도 느낌 나누기를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활동가들은 주로 기관 담당자의 무관심과 비협조에 힘들어했고, 듣는 이들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했으며, 듣는 이들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책을 고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책읽어주기 활동은 개별적으로 기관에 가서 하는 활동이지만 지회 활동으로 하는 것이므로 기록으로 활동 일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까지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활동한 기관에만 일지를 남기는 경우 지회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활동가가 개별로 나간다고 하여 개인 일지에 기록하는 것도 회 활동을 그만두면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활동 일지를 지회카페에 공식적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읽고 기록하는 것에 시간 차이가 있어 자세한 기술이 어렵고 번거롭다는 회원들이 많다.
― ‘목록의 무게’로 보는 책읽어주기 20년
(1) 수집 개요
2024년 6월부터 7월까지 책읽어주기 활동 10년 이상 활동한 회원을 대상으로 읽어준 책 목록을 모은다는 공고를 했다. 목록은 읽어준 날과 읽어준 곳, 책 제목, 저자명, 출판사, 출판년도가 함께 기록으로 남아 있는 회원의 것으로 했다.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기록도 성실하게 한 회원이 읽은 목록을 통해 우리 회 활동의 의미를 파악해 보고자 했다. 이에 수집에 응한 24명 중 읽어준 날과 기관, 서지사항이 분명하고, 총 목록이 250권 이상인 회원 16명의 목록을 분석했다.
16명은 강원지부 2명, 경기남부지부 1명, 경남지부 2명, 대구경북지부 5명, 대전충청지부 2명, 서울지부 4명이다. 이들은 2004년2002년, 2003년 포함부터 2023년까지 총 156개 기관에서 책을 읽었다. 기관별 비율은 전국 회원의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가 가장 많고 지역아동센터와 공공도서관이 많아 전국 활동기관 분포와 같게 나타났다. 그 외 기관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2) 읽은 책
목록 수집에 응답한 활동가 16명이 156개 기관에서 읽은 책은 모두 14,135권, 3,527종이다. 갈래별로 보면 외국문학그림책이 40,4%로 가장 많다. 종수로 보아도 외국문학그림책이 43.8%로 가장 많다. 활동가 설문에서 대부분 그림책을 많이 읽고 한 번에 2~3권을 읽는다는 점을 보면 외국문학그림책 1권, 우리문학그림책 1권, 옛날이야기나 논픽션 그림책 1권을 골고루 섞어서 읽어주려는 노력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림책 종의 다양성 비율을 살펴보면 동요동시와 우리동화, 외국동화는 중복비율이 낮았다. 권수에 비해 종수가 많아 다양한 책을 골랐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그림책은 20%대로 다양성 비율이 낮았다. 이런 경우 활동가가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읽었다는 의미가 된다. 옛날이야기는 그 비율이 더욱 낮아서 주로 즐겨 읽는 그림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단행본 출판을 지지하고 전집 출판물을 반대하는 운동을 해 왔는데 전집 책도 91권이나 있다. 이 경우 기관에서 기증받은 도서가 있을 경우 기관이 소장한 책을 읽어주었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 번 보는 책보다는 언제나 뽑아서 볼 수 있는 소장도서를 읽어줌으로써 가깝게 책을 즐길 수 돕고자 함이다. 놀이책은 대부분 영아 대상 어린이집에서 읽은 책이다.
‘목록의 무게’ 답신한 16명이 읽을 책 갈래 |
활동가 설문조사나 기관별 목록과 마찬가지로 응답자 16명의 목록에서도 지식정보 논픽션 책은 많지 않았다. 5%대에 불과하다. 전통문화와 과학책이 대부분이다.
응답자 16명이 읽은 책 권수와 종수, 그리고 그 비율은 위 그래프와 같다. 응답한 활동가별로 보아도 다양하게 책을 골라 읽는 회원도 있고, 좋아하고 반응이 좋은 책을 여러 번 여러 해에 걸쳐 읽는 회원도 있다. 다양성 비율이 70% 내외인 회원이 7명이다. 이들은 10년 동안 읽은 목록에 중복된 책이 많지 않다. 반대로 40% 내외인 회원은 5명으로 이들은 기관별로 읽을 책을 정해두고 읽고 있었다.
응답자 M은 읽어준 책이 3,257권으로 가장 많았으나 종수는 916종으로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F와 I도 그러하다. 오랜 기간 꾸준히 읽는 것으로 보아 즐겨 읽는 책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응답자 E는 중복 비율이 낮아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유형이다. 총 권수가 464권인데 종수가 371종이기 때문이다. 응답자 C와 K도 그러하다.
많이 읽은 책은 옛날이야기는 『줄줄이 꿴 호랑이』사계절, 『밥 안 먹는 색시』길벗어린이,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길벗어린이, 『반쪽이』보림로 옛날이야기그림책이 대부분이다. 옛날이야기는 중복비율이 높은 만큼 읽어준 책 순위에서 대부분 높게 나타난다. 이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 청소년 책》 목록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옛날이야기그림책 출판물이 많지 않아 추천하는 책도 적고, 읽어줄 때도 고를 수 있는 폭이 좁기 때문에 중복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활동가별 권수-종수-비율 |
우리문학그림책은 창작 옛이야기 그림책인 『똥벼락』사계절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구름빵』한솔수북, 『망태할아버지가 온다』시공주니어, 『시리동동 거미동동』창비이 많았다. 외국문학그림책은 『뛰어라 메뚜기』보림, 『곰 사냥을 떠나자』시공주니어, 『지각대장 존』비룡소를 많이 읽었다. 이 책들은 짧은 기간 여러 번 읽힌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읽혔다. 많이 읽어준 책을 읽어준 연도로 나눠보면 아래 표와 같다.
많이 읽은 책의 읽어준 년도별 건수 |
그렇다면 출간한 지 오래된 책을 골라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지 신간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보기 위해 읽어준 해와 출판연도 차이를 살펴보았다. 응답한 활동가 16명은 출판한 지 1년 지난 책을 읽어준 건수가 1,2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읽어준 시점으로 지난해에 나온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2년 지난 책을 읽어준 건수는 973건, 3년 지난 책을 읽어준 건수는 850건이다. 출판한 지 10년된 책을 읽어준 건수도 750건이고 더 오래된 책도 읽어준 건수가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을 보아 최신간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섞어서 읽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읽어준 년도-출판년도 차이 |
― 기관담당자 설문
(1) 활동 이후 변화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응답한 기관담당자들은 모두 활동가와의 유대감이 생겨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었다고 답했다. 독서에 관해서도 책을 친구하게 여기고 스스로 책을 읽는 모습이 늘어나 언어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기관유형별로 응답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서점/도서관
책읽어주기 활동 이후 도서관에서는 이용자가 늘고 친구를 데려온다. 단체 견학 요청과 문의가 증가하여 호응이 좋다. 도서관에 대한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을 제공해 도서관에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책읽어주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는 아이도 많고, 초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도서관을 친숙하게 여깁니다.
읽은 책을 대출해 가는 어린이가 많고 비슷한 주제의 다른 그림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달라고 한다. 학습지원을 받는 아이가 도서관에서 직접 책을 골라 읽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책에 친근감을 보이고, 읽은 책이 도서관에 있는지 물어보고 자발적으로 읽으려는 어린이가 많다. 관심분야도 다양하고 장르도 다양하게 대출합니다.
② 사회시설/병원
활동가와 책 읽는 시간을 기다리고 어떤 책을 가지고 올지 궁금해한다. 무릎에 앉거나 나가서 인사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활동가의 교감이 좋아 책에 더 집중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는 시간이 된다.
책 내용에 집중하고 아이들끼리 서로 읽어주며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책에 관심을 가지고 아는 글자가 나오면 좋아한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시간이 늘었고, 스스럼없이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한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책을 즐기는 계기가 되었다. 어휘력이 향상되었고, 표현도 풍부해졌다. 책을 읽을 때 감정 이입하는 정도도 늘었다.
③ 장애교육/복지
참여자들이 흥미를 보이고 즐거워한다. 시작하기 전에도 기대하고 끝나도 즐겁게 기억한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어 아이들끼리 갈등이 감소되었다. 처음에는 자기 일하느라 관심이 없었는데 궁금하면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활동가가 친구들 성향에 맞게 응대하여 소극적인 친구도 자기 속마음을 표현하도록 북돋아준다.
말을 이해하고 서로 어려운 부분을 도와준다. 필사를 하며 글자를 예쁘게 쓰고 만족해 하는 친구도 있다.
④ 다문화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책 읽는 소리를 다 듣고 있다. 활동가와의 교감이 깊어지며 속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바쁜 부모로부터 받지 못하는 위안을 활동가에게 받고 싶어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가 책을 읽어준 경험이 없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해력이 좋아졌다.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력도 넒어졌다. 표현력도 좋아져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어휘력도 좋아져 한국어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조금씩 독서 습관이 생긴 친구도 생겼다.
⑤ 어린이 방과 후
처음엔 싫어하던 아이들이 이젠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한다. 집중하며 소통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활동가가 아이들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며 소통하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라포가 형성되고 있다. 활동가마다 책 읽는 방식이 달라 아이들이 독서하는 즐거움을 폭넓게 경험하고 있다.
책과 친구가 된 듯 가까워진 것 같다. 책에 집중하고 경청하며 소통하여 또래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언어능력이 발달했다.
⑥ 영유아
그림책에 관심이 커졌고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이 늘었다. 친구들끼리 책읽어주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문제 생황에서 친구 마음을 생각해 보는 등 공감능력이 커졌다.
(2) 책읽어주기 활동의 좋은 점
책읽어주기 활동이 어떤 좋은 영향을 주었는지 묻는 질문에 서점과 도서관은 책과 독서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응답이 많았으나 장애/다문화/방과후 돌봄시설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정서적 안정을 많이 뽑았다. 이는 사례연구에서도 다양한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점 도서관같이 불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대상이다보니 문해력이 향상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책읽어주기의 좋은 점 기관별 응답 |
책읽어주기 활동 성과
다양한 방법으로 20년 동안 전국 회원들의 활동이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았다. 이들을 활동가인력, 읽는 책도서, 읽어준 곳기관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런 성과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활동 기관
책읽어주기 활동 기관은 초등학교 학급, 공공도서관,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학교밖돌봄시설이 처음부터 가장 많았다.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활동하는 기관이다. 이외에 보육원이나 복지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곳이 많았다. 활동 경험이 3~4년 쌓이면서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확장되었고, 지역아동센터도 청소년 방과후 시설로 확장되었다. 뿐만 아니라 결혼이주여성센터, 노인요양시설, 일반성인 병동 같은 성인까지 연령대가 확장되었다.
기관의 성격도 그렇다. 처음에는 학교나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이 주였다가 다문화지원센터, 병원, 보육원, 다양한 장애인 기관까지 확장되었다가 10년이 지난 후에는 교정시설이나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기관까지로 확장했다.
세부적인 활동 기관 수는 다음 표와 같다.
연도별 책읽어주기 기관 현황 |
― 읽어주는 책
책읽어주기 활동에서 읽은 책 |
책읽어주기 활동에는 주로 그림책을 활용했다. 활동가 설문조사에서도 64%가 그림책을 읽어주었다고 응답했다. 대상과 기관이 다양해지면서 읽어주는 책도 동화나 논픽션으로 확장했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말놀이로 아이들과 놀이하는 시간을 책읽기와 함께 경우도 13%있다.
활동 경험이 쌓이면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비중도 커졌다. 동화는 그림책이나 옛날이야기와는 달리 읽어주는 시간이 길다. 우리나라 창작 동화를 골라 알리는 일을 오랫동안 해 온 회원들이 동화를 읽어 주고 싶어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이런 회원들의 변화는 ‘동화동무씨동무’ 사업으로 이어졌다. 활동가 자격요건으로 책읽어주기 활동 2년 이상 경험이 있는 회원으로 두는 것도 그림책이나 옛이야기 등 책으로 아이들과 소통한 경험이 있어야 긴 시간 여러 회차로 나누어 동화를 읽어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전국에서 277명 회원이 3,598명 어린이와 함께 동화를 읽었다. 현재 그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늘어나고 있다. 그림책으로 시작해 동화까지 문학을 다양하게 즐기고자 하는 의지가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화동무씨동무 등록 건수 (출처: 2024 총회자료집) |
다만 논픽션을 읽는 빈도는 낮다. 이는 활동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고, ‘목록의 무게’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기관유형별 목록을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책읽어주기 활동은 거의 문학을 중심으로 했다는 것이다. 문학 중에서도 기관 유형별로 고르는 기준이나 경향이 다르게 나타나기는 했다. 이는 기관 유형별로 ‘장애인’ 그룹이나 ‘다문화’ 그룹에서는 읽어주기 적당한 책 목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는 것도 유형별로 읽어주는 책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 활동가
어린이도서연구회에는 12개 지부별로 회원이나 비회원 학부모나 교사,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강사가 있다. 강의 갈래에는 책읽어주기 활동을 위한 교육이 있는데 전국에 63명 강사가 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2004년 전국적인 운동으로 시작해 독서문화운동의 하나로 회원들에게 안착시키는 데 노력했다. 도움자료집을 만들고, 교육과 연수를 통해 회원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렇게 6~7년 동안 활동 경험이 쌓이고 이를 외부로 알리고자 책읽어주기 활동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2008년에는 10건도 되지 않던 책읽어주기 대중교육이 2023년에는 52건, 2022년에는 90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229건, 2018년에는 115건으로 늘어났다. 총회자료집에서 지부별 강사 강의를 갈래별로 내역을 정리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강의 건수를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지부별 책읽어주기 대중교육 건수 |
이런 책읽어주기 대중교육은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학교마다 책읽어주기 자원활동가 모임을 꾸려서 아침독서 시간을 학부모가 책읽어주는 시간으로 운영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부모의 학교 출입이 줄어들고, 책읽어주기 활동도 폐지한 학교가 많아 대중교육 건수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2010년대에는 왕성하게 있었다. 교육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건도 많았다. 학부모 책읽어주기 활동이 줄어든 대신 최근 그림책에 대한 교사의 관심이 증가하고 관련 서적 출판이 급증한 것도 책읽어주는 이들이 확장된 것이다.
책읽어주기 활동가가 어른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책읽어주기 활동이 늘어나면서 청소년 책읽어주기 활동가 양성사업도 함께 늘어났다. 이에 대해 교육사업 동향을 정리한 2012년 총회자료집을 보면 ‘청소년을 책읽어주기 활동가로 양성하거나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과 관련하여 교육하고 멘토로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지회별로 ‘함께하는 리더안산지회’, ‘책읽어주는 청소년 활동가 양성화정지회’, ‘청소년 책읽어주기구미지회, 포항지회’, ‘1318 동화원정대과천지회’, ‘책읽어주는 청소년강릉지회’ 등이 있었다. 이런 경향은 2013년에도 지속되어 경기남부지부는 책읽어주는 청소년 교육을 5개 지역에서 진행했고, 다른 지부에서도 있었다.
책을 읽어주는 일이,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은 어느 정도 기술적인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책읽어주기 활동을 우리 회 회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다만 사례연구에서 보았듯 책을 학습도구로 이용하며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책으로 소통하는 책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에서도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고 나누는지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학급에서, 도서관에서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활동가를 양성하는 사업이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 회원들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학부모, 교사, 청소년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활동가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를 이루었다.
― 책읽어주기 문화 사회적 확산
우리 회 회원들은 어린이에서 시작해 청소년, 성인, 노인으로 듣는 사람 연령층을 확대했고, 학교나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병원, 보육원, 복지관,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사회시설, 다문화, 교정시설, 북한이탈주민 등 독서문화 확산의 사각지대를 찾아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읽어주는 책도 그림책을 읽어주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서 시작해 여러 번에 나눠 읽어야 하는 동화책 읽어주기까지 확대했다. 이런 시도와 노력으로 경험이 쌓이면서 누구나 책읽어주기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알리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교사 연수, 학부모 연수, 청소년 활동가 연수 등으로 진행했고, 공공도서관에서도 청소년 활동가 양성사업을 시행했다. 이렇게 책읽어주기 활동 대중화로 책 읽어주는 사람도 다양해지고 수도 증가했다.
‘책읽어주기’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중앙지와 지방지 등 신문방송기사를 검색해서 볼 수 있는 ‘Bigkinds’에서 ‘책읽어주기’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면 이 용어가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늘어나 2010년 초반 최고치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빅카인즈 ‘책읽어주기’ 신문기사 검색 빈도와 연관어 워드클라우드 |
활동 전망
― 활동가 확산을 위한 강연과 홍보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책읽어주기 활동 15년을 정리한 대구경북지부의 경우 회원 수도 줄고 활동가 수도 줄고 있지만 활동기관 수는 줄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 개 기관에서 활동가 2명씩 하던 것을 1명이 하거나 활동가 1명이 활동 기관을 늘여서 활동하기 때문이었다. 회원 수가 줄어드는 문제를 활동가들의 열정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지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책읽어주기 활동의 의의를 공유하고 홍보하여 지속적으로 책읽어주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수밖에 없다. 어린이는 계속 태어나고 양육자는 언제나 처음이다. 이런 양육자와 보호자에게 책 읽어주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
― 기관 유형별 활동가 모임
활동가 설문조사에서 활동한 기관 유형별로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물었다. 학교 교실에서는 담당 선생님과 소통이 어렵고, 독후 활동에 대한 부담이 있으며 집중해서 책을 읽기 힘들다는 응답이 많았다.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는 집중해서 책을 읽기 힘들고, 읽을 책을 고르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유독 많았다. 도서관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읽어줄 대상을 모으기가 쉽지 않고, 독후활동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기관 유형별로 각기 다른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기관 유형별 어려움 |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활동가 간담회, 지회 지부 연수, 회원교육, 정책연수, 도움자료집 발간, 활동 현황 조사, 설문조사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돕고자 했다. 이런 사업은 지회별로 지부별로 또 전국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진행해왔다. 하지만 도움 활동을 되돌아보면 책읽어주기라는 활동으로 묶여있다. 활동기관 유형별로 진단과 평가를 하고 어려움을 공유하는 기회도 있었지만 단발성이라 깊이 있는 논의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앞서 활동기관이 다양해지고 유형별로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장이 없었던 것이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화상회의를 일상으로 하고 있어 비슷한 기관 유형별로 활동가들이 모이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회 지부에서는 숫자가 적어 힘들었더라도 전국 활동가들이 모이면 서로 문제를 공유하고 의논하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기관 유형별 읽을 책 목록
앞서 말한 어려움 중 읽을 책을 고르기 어렵다는 문제는 먼저 활동한 활동가들의 책 목록을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해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장애인 관련 기관과 다문화 기관, 노인 관련 기관의 요구 정도가 높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책읽어주기 활동을 위한 책을 고를 때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재미있게 읽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듣는 이들에게도 다르게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 다문화, 노인 관련 기관의 경우 영유아나 학생처럼 평소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적다보니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지 또는 어떤 책은 피해야 하는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활동가들의 경험이 담긴 목록을 만들어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 연수와 매뉴얼
2000년대 지회, 지부별로 책읽어주기 활동 도움자료집을 만들어 공유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 경험이 축적되고 회원들 사이에 경험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활동의 의의를 알고 보람을 느끼는 회원들은 20년 가까이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격차가 커지면서 새내기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이나 연수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기관도 다양해지고 회원들의 경험치 정도도 다양해진 만큼 교육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전반 10년에 주로 만들었던 활동 도움자료집을 모아 새롭게 책읽어주기 활동을 시작하는 회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나가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두 번이나 돌아올 시간 동안 묵묵히 또 꾸준히 책으로 사람을 만나 온 어린이도서연구회 책읽어주기 활동가들은 좋은 책, 재미있는 책, 읽고 나면 힘이 나는 책,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책, 새로 나온 책, 오래되어도 재미가 가시지 않는 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읽어주었다. 그 사이 듣는 이들의 연령이나 유형도 다양해지고, 읽어주는 책도 다양해졌다. 책 읽어주는 문화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 비회원 활동가를 양성하는 교육도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청소년 활동가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제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양육자를 만나는 일은 흔하다. 모두들 다정하게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책을 읽어주는 일은 단순히 책에 있는 지식과 이야기를 읽어 전달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친절한 어른이 다정하게 읽어주는 책은 오감으로 남아 살아가는 내내 응원할 것이다.
어린이도서관 사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의 주인공 버섯머리 사서는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읽는 쪽이나 듣는 쪽이 누군지 상관없고, 나이도 상관없어. 어른부터 아이까지 상관없이 어른이 어른한테 읽어줘도, 아이가 어른한테 읽어줘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아.
읽는 방법은 아무래도 좋아. 목적도 끝까지 다 읽는 게 아니야. 아이의 시선, 아이의 페이스를 읽고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들어. 아이에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줘.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거야.”
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고, 책을 즐길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이들을 찾아가 책 읽는 즐거움을 공유해 온 책읽어주기 활동가들의 20년을 응원한다. 그리고 달라진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 꾸준히 나아가길 바란다.
★2024년 9월 2일 포항에서 열린 ‘2024 어린이 책의 해 콘퍼런스’의 발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