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트의 의미와 역사
―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
‘아기는 책을 좋아해요!’
처음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의 슬로건을 들은 분들은 의문점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말도 못 알아듣는 아기가 책을 좋아한다고요? 그림책 두 권이 들어 있는 북스타트 꾸러미를 선물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 드리고 싶습니다. 아기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따뜻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함께 몸놀이를 하며 놀아보세요. 아기들은 책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고,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내는 다양한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책을 사이에 두고 아기와 양육자가 행복한 관계를 형성하고, 아기와 양육자의 다정한 소통을 통해서 인간다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북스타트의 역할입니다.
영국에서 시작한 북스타트는 약 40여 개 나라로 확산된 세계적인 운동입니다. 1992년 영국의 전직 교사이자 사서였던 웬디 쿨링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것은 첫 건강검진을 받으러 보건소에 오는 아기에게 그림책이 든 가방을 선물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아기가 아주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지게 해주면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고, 당시 그것은 가설에 불과했습니다. 3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쳤던 해로부터 10년 뒤, 영국 북스타트는 약 65만 명의 신생아가 참여하는 전국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영국은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진 아기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동으로, 청소년으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내용이 알려지고 확인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북스타트 운동이 확산되었습니다.
올해는 한국 북스타트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2003년, 서울 중랑구에서 펼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비영리 기구인 북스타트코리아Bookstart Korea가 출범했습니다. 아기들에게 그림책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그들이 성장기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사회적 평등을 높이고, 기회의 편차와 불평등을 최소화할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한국 북스타트의 목표였습니다. 북스타트 운동은 조기 교육이나 영재 교육이 아닙니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목표가 과도한 교육열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아기가 평생 독서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도우려면, 책이 좋은 것이고 즐거운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북스타트 책꾸러미
― 도서관은 아기를 환영합니다.
북스타트는 북스타트코리아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펼치는 민관협력 운동입니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서관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아기에게 북스타트 꾸러미를 선물합니다. 북스타트 꾸러미는 에코백, 그림책 두 권, 양육자를 위한 독서 가이드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책 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고 가방과 가이드북 예산은 북스타트코리아가 후원금으로 만듭니다. 지난 20년간 연령별로 책꾸러미를 확대하여, 북스타트1~3세, 북스타트 플러스3~5세, 북스타트 보물상자5~7세, 초등 북스타트, 청소년 북스타트 등이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초등 취학 전 영·유아 단계로만 12만여 개 꾸러미를 선물했습니다.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되던 때에는 도서관에 어린이실 등의 시설이 매우 부족했고, 한국 출판 시장에서 갓난아기를 위한 그림책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05년에 영·유아 도서 개발 세미나를 개최하고, 출판사와 협의하여 아기를 위한 그림책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출판된 창작 그림책을 대상으로 매년 북스타트 꾸러미 안에 들어갈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북스타트 단계는 되도록 찢어지지 않는 보드북으로 고릅니다. 전집, 동화책, 번역서는 선정하지 않고, 인종, 장애, 성별 등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드러난 책 또한 배제합니다. 올해 북스타트 선정도서 목록과 도서선정위원회의 의견 등은 북스타트코리아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북스타트, 리스타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니어 북스타트 시범사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그림책 작가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그림일기를 그리고, 아이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북스타트코리아는 다른 나라에서 펼치고 있는 이주민, 장애 등 다양성 서비스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고 공유했습니다. 그림책은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라고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림책이 아기와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상의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 북스타트의 특징은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기는 도서관에 다닐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도서관에서 환대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에서 꾸러미를 선물 받고, 영유아실이나 어린이실을 처음 방문해보고 이용증을 만든 아기와 양육자는 자연스레 다음번에도 도서관으로 향하게 됩니다. 북스타트코리아 홈페이지bookstart.org에서 ‘책꾸러미 받는 곳’을 검색하면, 책꾸러미를 배포하고 있는 기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배포 일정에 차이가 있으니, 공공도서관 홈페이지나 전화 문의를 통해 미리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북스타트 후속 프로그램으로 부모교육, 책놀이, 공동육아, 부모 책모임 등을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배우고, 또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을 만나보세요.
2023년, 북스타트코리아는 2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에는 도서관에서 ‘북스타트 주간’ 행사가 열리고, 유튜브로는 양육자를 위한 웨비나 강연을 열 계획입니다. 북스타트코리아 홈페이지에서는 그림책 북큐레이션 정보를 제공하고, 인스타그램@bookstartkorea에서 영·유아 양육자를 위한 정보나 그림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북스타트코리아에 물어보세요.
★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의 「줏대있는 그림책」 2023년 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