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대표 저서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통합의 경제학』(공저, 2010), 『한국경제와 마르크스경제학의 도전』(공저, 2009), 『정보재 가치논쟁』(공저, 2007) 등이 있으며, 대표 논문으로 「한국에서 기본소득 정책과 기초생활보장 정책의 재분배효과 비교」(2011), 「불안정노동자와 기본소득」(2013) 등이 있다.
1980년대 기본소득 논의를 다시 일으킨 고전적인 책이다. 본격적인 철학책이면서 경제학적 논의가 많이 나와 전공자들도 읽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기본소득 운동은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책이다.
기본소득은 자산 심사 없이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지급되는 소득이다. 왜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기본소득을 주어야 할까? 판 파레이스는 실질적 자유라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정당화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모두를 위하여 스스로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이다. 형식적 자유는 각자가 자기를 소유하고, 재산과 생명에 대한 안전이 확보될 때 보장된다. 실질적 자유는 형식적 자유에 더해서 자유를 실현할 수단이나 기회가 주질 때 보장된다.
실질적 자유를 위한 수단은 기회 균등의 원칙과 최소 수혜자 우대의 원칙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 자유를 실현할 수단(기회)은 토지 같은 외적 자원과 지능, 미모, 건강과 같은 내적 자원으로 나눌 수 있다.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여러 종류의 외적 자원을 정의롭게 나눌 방법은 경매에 부쳐 경매수입을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양도 불가능한 내적 자원을 정의롭게 나누는 방법은 그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조세를 걷어 조세 수입을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오늘날에는 불평등하게 분배된 좋은 일자리도 과세를 통해서 초과 이득을 환수하여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처럼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들을 정의의 원칙에 따라 분배하기 위해서 기본소득이 필요한 것이다.
역자가 꼼꼼하게 역주를 붙이고 해제를 길게 써서 문턱을 낮추었다. 이 책은 용기를 내서 도전하는 사람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청년배당을 실시하여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적 논의를 촉발시킨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한주 교수와 함께 번역한 책이다. 앞의 판 파레이스의 책과 달리 실질 자유주의가 아니라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정당화하고 있다.
공화주의적 관점에서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유라는 개념이 자유주의와 다르다. 보통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는 간섭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판 파레이스는 아주 독특하게 간섭의 부재뿐만 아니라 수단의 부재도 실질적 자유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런데 공화주의적 자유는 간섭이 없는 상태뿐만 아니라, 지배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유란 생존을 위하여 타인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상태, 따라서 다른 사람의 임의적인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본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더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통제하는 것을 막아준다. 직장을 잃으면 굶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는 불리한 조건 하에서라도 계약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불리한 조건을 완화시켜 준다. 그러나 더 확실한 것은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노동자로 하여금 불리한 고용조건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준다. 기본소득은 남편에게 억압받는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 생활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준다.
자유주의는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주의는 사람들이 공동선을 실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왜 부자에게도 기본소득을 주어야 하나, 재원 마련은 가능한가, 베짱이에게도 기본소득을 주어야 하나 등 기본소득에 대한 전반적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을 해 주고 있어서 기본소득을 처음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피터 반스는 성공한 벤처기업가이고 저널리스트이면서 공유재 기본소득을 전파하는 사상가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조세로 마련하는 방법과 공유재 배당으로 마련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조세 기본소득은 노인기초연금 및 아동수당의 형태로 선진 복지국가들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공유재 기본소득은 알래스카에서 지급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복지일 수도 있고 권리일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자고 생각하면 기본소득은 복지이다.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본소득은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공유재 기본소득은 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하느냐 질문에 대하여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다. 공유재의 공동소유자이므로 공유재로부터 나오는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알래스카는 천연자원 공유재가 있지만 우리는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토지나 환경처럼 자연적인 공유재, 화폐 발행권처럼 경제적인 공유재, 주파수처럼 기술적인 공유재들이 차고 넘친다. 이런 공유재 수익을 1/n로 나누어 갖는 것만으로 무너진 중산층을 되살릴 수 있다.
미세먼지와 원자력 발전의 위협을 생각하면 환경세 도입이 시급하다. 그러나 환경세 도입은 서민들의 부담이 되므로 정치적 저항이 크다. 이때 환경세 수입을 환경배당으로 분배하면, 환경도 보호하고 중산층도 지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린 책이다.
언제나 기술혁명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두려움은 항상 있었다. 제1차 산업혁명부터 제3차 산업혁명까지 그랬다. 그러나 아직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중심이 된 제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마틴 포드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인간의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정신노동까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의 부상은 임금을 정체시키고, 노동소득 분배율을 낮추고, 고용을 줄이고, 실업을 늘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고학력자들의 소득을 낮추고, 파트 타임 일자리를 늘리는 등 파괴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무인자동차의 등장은 엄청난 수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내수 부족과 빈부 격차의 심화는 경제에 큰 위험이 된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책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 기본소득 운동은 실리콘 밸리 벤처 기업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억만장자들이 왜 기본소득을 옹호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2016년 6월 스위스는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였지만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 책은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에 앞장섰던 헤니와 코브체가 운동 과정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논쟁을 정리한 것이다.
기본소득 논쟁은 노동, 권력, 자유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되었다. 기본소득은 노동의 의미를 바꾸고,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노동: 모두가 당신을 위해 일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권력: 모두가 스스로 결정한다면 어떻게 결정이 이루어질까? 자유: 우리가 아무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기본소득은 임금 노동뿐만 아니라 가사노동과 봉사노동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노동을 활성화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고용주와 노동자,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사이의 권력관계를 평등하게 바꿀 것이고,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서 실질적 자유를 줄 것이다.
찬성하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을 생생하게 소개하면서,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에 기본소득 이해 사전과 오해 사전을 붙인 것도 흥미롭다. 다른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설득하려고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