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방식
어느 날 그의 눈에 하늘이 자랐다
사랑을 눈물 흘리며 굽어보는 분이 있다고
전후좌우만 볼 줄 아는 불우한 우리를 찾아와
눈 씻어주는 그분이 있어 이젠 위만 우러러본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무엇이든 만지고 나면 죄를 씻으려는 듯이
반드시 거품 많은 비누로 손 씻어야 하는 사람
검은 넥타이를 매어야 앞날이 잘 풀린다는 사람
빚을 내서라도 쇼핑하지 않으면
해체된 택배 상자처럼 슬픔이 쌓인다는 사람
세상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번잡하다
태양이 고열을 앓다가 목숨을 소등한다면
별이 있어도 밤을 켤 수 없는
그 황망한 세계에서 누가 외로움을 밝힐까마는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몸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도주할 수 없고
목숨은 나날이 누출되어 어둠으로 흐르는데
웃음 한 장으로 흥건한 눈물 닦아 내며
조붓한 사랑 지펴 서로의 체온 데우는 일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반려
키워도 자랄 수 없는 것
운명이라든가 운명의 반려인 영혼 같은 것
별들도 계절을 타서 외로움을 수놓던 날
찔레 향기 에 꿈틀거리는 밤의 속살을 훔쳐보다가
키워서 자랄 수 있는 재스민을 입양했다
말이 없어도 대화는 울창할 수 있다
그의 체온이 식으면 별을 덮어 주고
그리움이 목마르면 물을 축이며
그는 내 품을 떠날 생각이 없었고
나도 그를 반려로 의심하지 않을 무렵
그를 껴안고 있던 도자기 화분이 깨졌다
키울 수 없는 것의 목록이 길어지거나
그의 몸 냄새를 숨 쉴 수 없다거나
나를 떠나겠다는 파경의 몸짓이거나
나도 금이 가서 의심이 새고 있었다
그를 오래 부둥켜안은 것은
내가 아닌 도자기 화분이었다는 사실
화분을 버리며, 금이 간 나를 버리며
새어 나온 의심을 닦아 낸 자리
내가 그의 반려였는지 다시 의심이 얼룩졌지만
내가 아픈데 당신이 몸져눕듯이
마음 자주 빌려 쓰고 빌려주는 사람이
사람의 반려라는 믿음을 그곳에 키우고 싶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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