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백낙청·오강남
세계종교에 담겨 있는
개벽사상
다시 읽는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백낙청
백낙청TV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저희가 종교 주제로 초대석을 몇번 진행했죠. 그것을 정리해서 『개벽사상과 종교공부』라는 책을 간행했습니다. 그런데 보충해야 할 내용도 많고, 이 책에 대해서 평을 듣고 싶어서 앞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한층 심화된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오강남 교수님을 모셨어요.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아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비교종교학의 세계적인 석학이시고 저서도 참 많으신데 그중에 아마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이 『예수는 없다』초판 현암사 2001, 개정판 2017라는 책일 겁니다. 팔리기도 많이 팔린 것으로 압니다.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에서 오래 가르치시다 정년퇴임하셨습니다. 지금은 명예교수로 계시죠? 조금 보충해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강남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1971년도에 캐나다에 가서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에 캐나다와 미국 이곳저곳에서 가르치다가 마지막으로 캐나다 중부에 있는 리자이나대학교에 정착했습니다. 아주 추운 곳인데 거기서 한 30년 가르치다가 은퇴했지요. 이제는 한국과 캐나다, 미국을 오가면서 글도 쓰고 강연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백낙청
반갑습니다. 오늘은 초대석이니까 제가 먼저 질문을 드리고 주도하겠습니다. 『개벽사상과 종교공부』라는 책을 이번에 냈는데, 앞으로 말할 때는 줄여서 『종교공부』라고 할까 합니다. 이 책이 사실은 종교학 공부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개벽開闢사상을 더 충실하게 하고 가능하면 세계화하는 데 종교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서 종교를 주제로 내세웠습니다. 이미 개벽을 표방하고 있는 종교들, 동학과 그 후신인 천도교, 원불교 얘기를 주로 했고, 거기에 기독교 편을 추가한 책이지요.
그럴수록 비교종교학을 제대로 공부하신 분이 본격적인 서평은 아니더라도 한번 평가를 해주시고 또 논평도 해주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오박사님을 모셨습니다. 이 책 1, 2장이 비슷한 내용이니 함께 말씀해주시고, 그다음에 3장, 4장을 조금씩 따로 논의해주시고. 또 궁금한 점을 물어보셔도 되고요. 말씀 중간에 제가 끼어들어서 질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강남
제게 총체적인 평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개벽사상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런 평가를 하는 게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낀 대로 몇가지 특별하다고 생각한 점을 지적하며 소감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개벽사상을 중심으로 종교를 연구하신다고 하셨는데, 개벽이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지는 천도교·동학·원불교 외에 기독교까지 포함하신 것은 정말 중요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기독교에 개벽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읽다 보니 기독교에도 개벽과 유사한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개벽이라는 개념이 특정 종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종교 전반에 걸쳐 있는 하나의 핵심적인 주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종교학의 대가 중 한 사람인 프레더릭 스트랭Frederick J. Streng이 “종교는 변혁을 위한 수단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 만약 개벽을 단순한 천지개벽이 아니라 어떤 변화 또는 전환으로 이해한다면, 이를 ‘궁극적인 변혁을 위한 수단’means for ultimate transformation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개벽은 종교 전반에 존재하는 공통된 요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의 천도교와 원불교에서의 개벽이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중요하게 느껴지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개벽이라는 개념은 종교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제가 느낀 것은 개벽이라는 개념이 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계적 맥락에서 돌아본 동학
오강남
『종교공부』 1장 대담 다시 동학을 찾아 오늘의 길을 묻다에서는 도올檮杌 김용옥金容沃 선생님, 박맹수朴孟洙 교무님과 대화를 나누셨죠. 도올 선생님의 말씀 중에 『동경대전東經大全』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이 중요하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사상을 연구할 때 문헌학적 정확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 동의하며 이를 잘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도올 선생님께서 동학을 서양 문명과의 치열한 대치 속에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하셨는데 동학을 한국적 맥락뿐 아니라 세계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시각은 매우 의미있는 접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김용휘金容輝 선생님의 이야기인데, 동학에서 ‘동東’이라는 것이 서양의 ‘서西’와 대비되는 ‘동’이 아니라, 한국을 지칭하는 의미의 ‘동’이라는 말씀이 있었습네다. 예를 들어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서양과의 관계가 아닌 조선의 의학을 다루는 책이라는 의미에서 ‘동’이 사용된 것처럼, 동학 또한 서양과의 관계 없이 동국 곧 한반도에 초점을 맞춘 사상이라는 해석입니다. 물론 서양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겠지만요. 그럼에도 도올 선생님이 서양 문맥 속에서 동학을 보시는 관점에 저는 동의하고 싶습니다.
그 대담 초반부에 서양 철학자들을 언급하며 동학과의 관계를 논하신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42~48면. 서양철학에서는 ‘유有’, 즉 존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동양철학에서는 ‘무無’ 또는 nothing을 중심으로 한다는 논의가 있었죠. 백선생님께서 여기에 토를 달기도 하셨는데, 저 역시 동양이 ‘무’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유’와 ‘무’를 모두 초월하는 개념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백낙청
불교식으로 말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죠.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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