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터넷 시대의 사회언어학
당신은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걸까?
당신은 어딘가에서 살아왔다. 아마 여러 곳에서 살았을 것이다. 친구나 가족이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당신은 스스로 어떤 언어적 특징들을 좋아하고, 어떤 특징들을 피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요소들이 집단마다 다르게 말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린네식 동식물 분류법과 주기율표를 안겨준 과학적 운동의 일환으로서 체계적인 방언 연구가 시작된 건 겨우 18~19세기부터였다. 누군가 나비를 연구하러 그물을 들고 나가거나 유리병 안의 양초를 태워 기체를 증류하며 목록을 작성하는 동안, 아주 오래된 문헌을 들여다보며 동사의 목록을 작성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유: 지역
그런데 살아 있는 언어를 포착하려면 어떤 그물을 사용해야 할까? 독일의 방언학자 게오르크 벵커Georg Wenker는 그 답을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럽 여러 지역의 학교 교사들에게 우편 설문조사를 실시해, 40개의 문장“국자로 네 귀를 갈겨주겠다, 이 원숭아!” 등을 지역 방언으로 번역해달라고 요청했다. 꽤 현명한 생각이었다. 교사들이라면 분명 글을 읽고 쓸 줄 알 테니 말이다. 게다가 벵커가 모든 마을의 교사 이름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예컨대 크베트린부르크의 우체국에서는 당연히 그가 보낸 편지를 크베트린부르크에 있는 학교에 전해줄 수 있을 터였다. 단, 벵커는 교사들에게 굳이 음운 표기법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야 교사들이 쉽게 답장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말은, 어떤 교사는 Affe원숭이라고 쓰고 다른 교사는 Afe나 Aphe라고 썼을 경우 이들이 같은 발음을 표현하려 했던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프랑스 언어학자 쥘 질리에롱Jules Gilliéron은 자기 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편지를 보내는 대신 숙련된 현장 연구자를 보내 모든 설문 응답을 기록하도록 했다. 파리에서 질리에롱은 설문 결과가 들어올 때마다 분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가 선발한 현장 연구자는 에드몽 에드몽트Edmond Edmont라는 이름의 식료품 상인으로, 유달리 귀가 예민했다고 한다에드몽트의 청각이 예민했다는 뜻인지, 그가 음운학적 세부 사항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뜻인지는 불분명하나 어쨌든 에드몽트는 예민한 귀 덕분에 이 일을 맡게 됐다. 질리에롱은 에드몽트에게 음운 표기법을 가르치고, “컵을 뭐라고 부릅니까?”라거나 “50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말합니까?” 등 1500개의 질문이 담긴 목록과 함께 그를 자전거에 태워 보냈다.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에드몽트는 자전거를 타고 프랑스의 마을 639곳을 돌아보며, 정기적으로 조사 결과를 질리에롱에게 보냈다. 에드몽트는 마을마다 평생 그 지역에서 살아온 나이 든 사람을 면담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해당 지역 역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벵커와 질리에롱의 방언 지도는 둘 다 꼼꼼하고 흥미로우며 복잡하다. 이 지도들을 읽는 방법만 터득하면, 1900년쯤 수요일을 메르크레디Mercredi라고 불렀던 북부의 마을들과 디메크레스Dimecres라고 불렀던 남부 마을들 사이의 경계선을 추적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 ‘나이 든’이라는 뜻의 단어를 alt, al, 혹은 oll로 발음하는지 보여주는, 벵커가 손수 그린 독일 지도를 읽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공부한 사람은 각각의 언어가 단 하나의 통일된 언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배운 건 표준어일 뿐이다. 지도를 보면 이 언어들이 사실은 방언들로 이루어진 집합체로서, 마을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수백 가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놀라운 언어학 지도에도 한계는 있다. 예컨대, 에드몽 에드몽트가 4년간의 여정이 끝날 때쯤에야 ‘자전거’를 다양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단어로 나타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는 이미 돌아본 마을 639곳을 다시 돌아보거나 기록을 남겨 미래의 학자가 두 번째 프랑스 언어학 기행을 떠나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 게오르크 벵커의 계획은 지나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876~1926년 사이에 4만 4000건이 넘는 답장을 받았다. 그가 손수 분석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벵커가 죽은 후 그의 동료들이 수십 년 동안 분석 작업을 계속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언학도 함께 발전했다. 1960년대 《미국 지역 영어 사전Dictionary of American Regional English》 제작자들은 현장 연구자들을 접이식 침대와 아이스박스와 가스레인지가 장착된 초록색 닷지 자동차, 일명 워드 왜건Word Wagon에 실어 내보내며, 천여 개 마을의 방언을 서류 가방 크기의 오픈릴식 테이프 녹음기에 녹음하도록 했다. 1990년대에는 《북미 영어 지도The Atlas of North American English》 제작자들이 자전거 대신 손가락을 사용해, 주요 도시 지역마다 최소 두 명씩 무작위로 762명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실시했다. 2002년 하버드 방언 설문조사는 누구든지 온라인에서 채워 넣을 수 있는 언어학 질문지를 만들었다. 〈뉴욕 타임스〉와 〈USA 투데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이 소식을 다뤄준 덕분에 3만 명 넘는 사람들이 설문에 응했다.
이 모든 연구는 놀랍도록 멋진 결과를 냈다. 이를 통해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가 부상한다고 해서 지역 언어가 박멸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이때 수집된 자료 중 상당 부분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접 《북미 영어 지도》 사이트를 방문하면, 탄산음료를 pop이 아닌 coke로, 다시 soda로 부르는 지점이 어디인지 다양한 색깔로 표시한 선을 볼 수 있다. 《미국 지역 영어 사전》 웹사이트에서는 ‘아담의 집고양이’ ― 미국 남부 지방에서 쓰이는 관용구 “I wouldn’t know himher from Adam’s house cat”은 어떤 사람과 일면식도 없다는 뜻이다 ― 부터 zydeco미국 루이지애나주 남서부의 음악에 이르는 흥미로운 어휘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조사는 10년 뒤 전 세계 수천 명의 사람이 이 조사 질문지에 답하는 자기 모습을 찍어 올리는 유튜브 억양 챌린지가 생겨나고, 2013년에 〈뉴욕 타임스〉의 대단히 인기 있는 방언 퀴즈에서도 기초 자료로 활용되면서 새롭게 활기를 얻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중간에 끊어버리거나 “당신은 어떤 디즈니 공주인가요” 퀴즈에 엉터리 답을 입력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화나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알 것이다. 전화 조사의 경우, 연구자들은 녹음할 수는 있으나 자신이 조사하는 모든 사람과 개별 대화를 해야만 한다. 이런 일을 수행하는 것은 언어광예를 들면, 나라든지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런 괴짜들도 인터뷰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면 보수를 받아야 한다. 대규모로 실시하기에는 인터넷 조사가 더 빠르고 값도 싸지만, 사람들이 각자 사용하는 언어를 언제나 정확히 보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모든 설문조사를 관통하는 문제는 관찰자의 역설observer’s paradox이라고 불린다. 녹음기를 가지고 상대방과 마주 앉거나, 그 사람에게 체크해야 할 질문 목록을 건네주면 격식을 차린 표준화된 취업 면접 스타일의 언어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런 언어는 이미 너무 잘 기록되어 있어서 언어학적으로는 가장 흥미가 떨어진다. 기록이 덜 된 종류의 언어를 들여다보려면 연구자는 자신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 때로는 상대방이 자기가 쓰는 말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을 모르거나 의식하지 않고 있어서, 그 점에 대해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언어학자는 보다 자연스럽게 들리는 말을 끌어내는 방법을 몇 가지 고안해냈다. 하나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고모’를 어떻게 발음하시나요?”라고 묻는 대신 “가족들에 관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라고 묻는다. 다른 방법은 사람들이 단어보다는 말의 내용을 생각하도록 신나거나 감정적인 사건에 관해 묻는 것이다인기가 있지만 상당히 섬뜩한 질문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이다. 세 번째 방법을 내부자로서 한 공동체를 연구하는 것이다. 수많은 언어학자는 자기 자녀나 조부모, 친척의 말을 분석하거나 지역의 협조자들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워드 왜건’의 언어학자들은 식료품점에서 흥미로운 언어를 엿듣게 될 경우에 대비해 작은 공책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흥미로운 언어가 나오면 기억해두었다가, 녹음기를 꺼냈을 때 후속 조사를 해볼 생각으로 말이다.
인터넷으로 지역어를 추적하는 방법
그런데 자의식을 거치지 않은 언어에 접근하는 특별히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인터넷이다. 연구자들은 공개적이고 비격식적이며 자의식적이지 않은 언어의 사례를 동영상에서부터 블로그 포스팅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이런 언어를 검색까지 할 수 있다. 사례 몇 개를 얻자고 음성 파일을 여러 시간 동안 녹취할 일은 더 이상 없다. 트위터Twitter가 특히 소중하다. 아주 편리한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특정 단어나 표현을 찾아보고, 사람들이 그 표현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를테면, 2018년에 smol작다는 뜻의 small을 귀엽게 표기한 단어이라는 단어를 썼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니메일본풍 애니메이션나 귀여운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나 bae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라는 뜻의 단어로, babe의 약어로 추정된다라는 단어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의해 사용되다가 2014년쯤부터 백인들의 트윗에서도 나타나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상표에 흡수됐음을 알 수 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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