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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들
당신 머릿속에 있는 세포들이 이 단어들을 읽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한번 생각해 보라. 세포는 아주 단순하다. 세포 하나만으로는 읽거나 생각하거나 그 밖의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많은 세포가 합쳐져 뇌를 만들면, 이 세포들은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쓸 수도 있다. 건물을 설계하고, 기술을 발명하고, 우주의 수수께끼를 해독할 수도 있다. “단순한 세포들로 만들어진 뇌가 어떻게 지능을 만들어내는가?”는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며,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인류의 큰 도전 과제 중 하나이다. 그 탐구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의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와 국제 뇌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Brain Initiative를 포함해 수십 가지 국가적 계획과 국제적 계획이 탄생했다.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만 명의 신경과학자들이 뇌를 이해하기 위해 수십 가지 전문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여러 동물의 뇌를 연구하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지만, 신경과학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인간 지능을 낳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여러분은 사람의 뇌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내 주장에 놀랄지 모르겠다. 매년 뇌와 관련된 발견들이 발표되고 뇌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며, 인공 지능 같은 연관 분야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계가 예컨대 생쥐나 고양이의 지능에 근접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과학자들이 뇌의 작용 방식을 상당히 잘 알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에게 묻는다면, 거의 모두가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며 갈 길이 멀다고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뇌에 관해 엄청난 양의 지식과 사실을 알아냈지만,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1979년, DNA 연구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뇌에 관한 생각Thinking About the Brain’이라는 제목으로 뇌과학의 현황에 관한 글을 썼다. 크릭은 과학자들이 뇌에 관해 알아낸 사실들을 기술한 뒤에 “자세한 지식이 꾸준히 축적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큰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족한 것은 이 결과들을 해석할 개념들의 광범위한 틀이다”라고 지적했다.
크릭은 과학자들이 뇌에 관한 데이터를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로 과학자들은 많은 사실을 알아냈지만, 이 사실들을 엮어 뭔가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다. 뇌는 수천 조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조각 그림 맞추기 퍼즐과도 같다. 퍼즐 조각들은 우리 앞에 널려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꿰어 맞춰야 할지 모른다. 그 답이 어떤 모습일지 제대로 추측한 사람도 아무도 없다. 크릭에 따르면, 뇌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우리가 데이터를 충분히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미 손에 넣은 조각들을 어떻게 배열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크릭이 이 글을 쓴 지 40년이 지나는 동안 뇌에 관해 중요한 발견이 많이 있었고, 그중 몇 가지는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지만, 크릭의 전반적인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 머릿속의 세포들에서 지능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여전히 심오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매년 퍼즐 조각이 더 많이 모일수록 우리는 뇌를 이해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젊은 시절에 크릭의 글을 읽고 큰 자극을 받았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뇌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후 나는 그 목표를 향해 정진했다. 지난 15년 동안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연구팀을 이끌고 뇌의 신피질neocortex, 새겉질을 연구했다. 신피질은 뇌의 전체 부피 중 약 70%를 차지하며, 시각과 촉각, 청각에서부터 모든 형태의 언어, 수학과 철학 같은 추상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지능과 연관된 일을 모두 담당한다. 우리 연구의 목표는 뇌의 생물학을 설명하고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지능 기계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신피질의 작용 방식을 충분히 자세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2016년 초에 우리 연구는 극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그것은 뇌를 이해하는 돌파구를 열었다. 우리는 우리를 포함해 모든 과학자가 그동안 중요한 요소를 간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새로운 통찰력은 퍼즐 조각들을 제대로 맞추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나는 우리가 발견한 것이 크릭이 이야기했던 바로 그 틀이라고 믿는다. 이 틀은 신피질의 기본 작용 원리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지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낳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뇌를 완전하게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지 못했다. 사실, 그 가까이에도 가지 못했다. 고학 분야들은 대개 이론적 뼈대로 시작한 뒤, 세부 내용은 나중에 가서야 채워 넣는다. 아마도 다윈의 진화론이 가장 유명한 예일 것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획기적으로 새롭게 설명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유전자와 DNA의 작용 방식 같은 세부 내용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뇌가 지능을 가지려면 세계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단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 속 사물들의 모습과 소리와 촉감 같은 기본적인 것까지 모두 배워야 한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에서부터 우리가 화면에 손을 댈 때 스마트폰의 앱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 사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배워야 한다. 집에서 물건들을 놓아둔 장소에서부터 마을에서 도서관과 우체국이 있는 위치까지, 세계 속의 모든 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배워야 한다. 물론 ‘동정’과 ‘정부’의 의미 같은 고차원적 개념도 배워야 한다. 그 밖에도 우리는 각자 수만 단어의 의미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계에 관해 엄청난 양의 지식을 갖고 있다. 음식을 먹거나 통증을 느끼고 몸을 움찔하는 것처럼 일부 기본적인 기술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에 관해 아는 지식은 대부분 학습을 통해 습득한다.
과학자들은 뇌가 세계 모형을 배운다고 말한다. ‘모형’이란 단어는 우리가 아는 것이 단순히 사실들의 집단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구조와 그 속에 포함된 모든 것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조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자전거가 무엇인지 알려고 자전거에 관한 사실들을 모두 외우지는 않는다. 그 대신에 우리 뇌는 자전거 모형을 만드는데, 이 모형에는 자전거를 이루는 모든 부분들, 그리고 각 부분들의 상대적 배열 위치와 각 부분들이 움직이고 협응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어떤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면 우리는 먼저 그것이 어떻게 생겼고 촉감이 어떤지 배울 필요가 있으며,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가 세계의 사물과 상호 작용할 때 사물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배워야 한다. 지능은 뇌의 세계모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뇌가 지능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해하려면, 단순한 세포들로 만들어진 뇌가 세계와 그 속에 있는 모든 것의 모형을 어떻게 배우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2016년에 이룬 발견은 뇌가 이 모형을 어떻게 배우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신피질이 기준틀을 사용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즉 우리의 모든 지식을 저장한다고 추론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할 테지만, 여기서는 종이 지도에 비유하여 설명해 보자. 지도는 일종의 모형이다. 도시 지도는 그 도시의 모형이고, 위선과 경선 같은 격자선은 일종의 기준틀이다. 지도의 기준틀인 격자선은 지도의 구조를 제공한다. 기준틀은 사물들이 서로에 대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며,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것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우리는 뇌의 세계모형이 지도와 같은 기준틀을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기준틀은 하나가 아니라 수십만 개나 있다. 사실, 이제 우리는 신피질에 있는 세포 대부분이 기준틀을 만들고 조작하는 일을 하며, 뇌가 이를 이용해 계획을 세우고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새로운 통찰력으로 바라보자,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큰 몇 가지 질문의 답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어떻게 우리의 다양한 감각 입력이 합쳐져 단일 경험을 만들어낼까? 우리가 생각을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어떻게 두 사람이 똑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른 믿음에 도달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자기 감각을 갖고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발견의 이야기와 이 발견들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들려준다. 대부분의 내용은 과학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이 책의 말미에 이 논문들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를 소개해놓았다. 하지만 과학 논문은 대규모 이론을 설명하는 데에는 그다지 적절치 않으며, 특히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데 서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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