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냉기의 기슭으로 끝까지 떠밀어줘’
‘안아줘도 눈물이 마르지 않을 때 그때는 이미 위험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대들에게는 도리도리 안녕히!’
‘혼자 살아요? 물음표 뒤에 숨은 의도가 ((( )))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왜 혼자 살아요? 보살피는 체온 같았다’
‘기다림의 속도는 마지막에 빨라질까’
‘산책일까 여행일까 도망일까 죽음일까 어디 두고 보자’
‘오래된 무게에서 벗어나야 할 때는 생살을 찢는다는 말과 장거리 경주를 이해하기로 해요 나는 아직도 멀어요’
‘발끈하는 분노는 쓰지 않기로 하자’
오래된 빌라에서 오래된 사체 한 구와
남은 문장들이 발견되는 아침에 관한 이야기
해는 또 떠서 오늘이고
문장들은 사라지는 중이고
방은 죽음 이후만을 보여주고 있다
연필 대신 베개를 품에 꽉 안고 있는 손가락뼈들
외롭지 않은 날에는 쓰지 못했을 것이다
모르는, 집요하다
미늘을 삼킨 듯 그 바늘을 목구멍에 걸고
꼭대기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지며 지속되던 한때
심각한 얼굴로 아이 손을 잡고 귀가하는 한 무리의 여자들
그믐을 만지는 손들이
데리고 가는 그곳에는 모르는,
가득한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무엇이 가득한지를 모르는,
창고라 한다
행운이거나 선물이거나 무기
모르는, 흉기가 될 이미 받은 모르는,
받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기합 소리가 단체를 만드는 일에 대해
허리가 ㄱ자로 꺾인 노인의 그 남은 날이 남의 일이 아니듯이 모르는,에 살고 있고
실로폰 소리 위의 봄밤,
누가 죽었는지 모르는, 보이지 않고 모르겠어
지워보려고 지울 수 있는 것은 지우고 나서 보려고
가눠보려고 가눌 수 있는 것은 가누고 나서 보려고
나눠보려고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고 나서 보려고
더 불쌍한 사람이 죽고
죽음으로 용서되는 일도 있지만
상자는 여섯 개
하루가 비고
빈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1년에 마흔여덟 개쯤 모르는,
계절은 다르게 숨긴다
과장된 어깨는 스스로 많은 걸 데리고 온 줄 알지만
모르는, 앞에서 사라지고
모르는,에 의해 의외의 것에 기대를 걸고
아이는 아이답고 벌레는 벌레답고
바람은 어느새 푸른 쑥으로 자라 진초록
나는 모르는,
거미의 노래를 개미가 듣고
벌레의 이동을 흙과 바람이 돕고
땅은 휘둘리지 않으며
아니다 그렇지 않다 말하지 않으며
모르는, 집요하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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