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우리는 당신들의 집과 건물이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를 대하는 당신들의 인성도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삶과 생활이
더 윤택하고 빛나길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가 받아야 할 대우도
환하고 기름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노예나 종이 아닙니다
당신과 나의 권리는 서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의를 바르게 정돈하고
잘못된 구조와 모순을 뜯어고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은 닦으십시오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관변 시인
모 신문에 칼럼 연재를 하다 육개월도 안 돼 잘린 적 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희생자 관련 글을 두 번 썼는데 ‘아우슈비치도 아니고, 747부대 생체실험장도 아니고’라며 삼성을 비난했다는 이유였다 청와대도 공유받지 못하는 기사가 삼성그룹 홍보실에 보고되고 홍보실 관계자가 담당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 엄포를 놓았다고 했다 해당 언론사 수입 절반이 삼성 현대 SK 등 재벌사 광고라 했다
다행히 눈 밝은 젊은 기자들이 들고일어나 필자인 내게 사과하고 삼성 관련 기사에 대한 내부 매뉴얼도 만들어졌지만 얼마 후 지면 개편을 이유로 정중한 연재 중단 요청이 와서 순순히 따랐다… 세월이 지난 뒤 다시 연재 요청이 왔을 때는 시사 문제 말고 아름다운 시 얘기면 좋겠다 했지만 잘 안 됐다 ‘백남기 선생은 죽지 않았다’ ‘피의자 박근혜’ 이런 게 제목이었다 다시 육개월여가 지나자 정중하게 지면 개편을 사유로 연재 중단 요청이 왔고 이번에도 나는 순순히 따랐다
한번만 더 중간에 자르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투지보다 한번만 더 지면을 주면 시키는 대로 말랑말랑한 시 얘기만 할 텐데라는 상념이 더 많은 나는 아무래도 관변 시인이 될 기질이 농후하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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