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建物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건물이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로터리의 건물이다.
나는 어째서인지
즐거워 보인다.
음악을
듣고 있다.
걷는다고 걸었지만
“우리는 쓰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부드럽고 너무나 연약했다.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솟아 있었다.
골목들
골목은 골목이어서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어떤 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러나 도움을 주는 자는 사랑에 빠진다.
나는 유년의 침대를 기억한다. 침대 위 흐트러진 이불에는 격자무늬와 포도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푸를 뿐인 이불보는 그러나 표면의 무늬를 통해 수집가로서의 기억을 자극하고 나는 뛰어나가야 한다. 빛이 들이치는 창문 너머의 겨울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친구들을 외면하고 흐릿한 불빛 아래 책을 읽으며 울렁거림! 크고 작은 썰매 무리가 청년들을 추월해 저지대에 도착했다. 상관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광동 골목을 걷고 있다, 이런 이야기 어때?
나는 누워서 손등으로 이마의 열을 식힌다. 거대하게 흐트러진 푸른 이불의 물결을 두 다리로 느끼며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늙어버린 시기를 통과한다. 청년이 되면 어떤 말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러나 사랑에 빠진다.
가구점
가구점에는 오래된 소파가 여러 개 있다. 스툴이 하나 있을지도.
테이블이 있을지도.
이 가구점에 대해 쓸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김유림은 걸었고 보았다 건물을 보았다 크고 납작하고 기둥에 의해 공중에 들어 올려져 있다 푸른색으로 건물은 건물과 건물과 가까워 보인다 인적 없는 이베리아반도의 오후에
푸른색
전면에 드러난 무정한 건물
말라가에서 만난 인간은 마르고 길쭉했으며 피어싱을 스무 개 이상 단 채로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나는 인간만 기억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길이란 길에는 예외 없이 인간이 있었다 영국인은 나 몰래 마리화나를 피웠는데 그래서 나에게 친절할 수 있었다 좋은 행운Good Luck이라고 말하고 사라진 인간은 내 애인이 아니고 그러나 내 애인이라고 해주고 싶을 말인 것 같다고 뒤늦게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서 어디로 갔을까.
스페인 국적 비애자 훌리오는 마드리드 중심부에 위치한 건물 바닥을 매일 비질했다. 빗자루라면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어를 못한다고 해서 한국인이 아닌 건 아니다.
나는 나라기엔 몹시 마른 상태였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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