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꿈속에서 딸깍하는 작은 소리들 들려온다.
뒤로는 은빛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밤의 물방울 소리.
새벽 4시에 나는 잠에서 깬다. 9월에
떠나간 그
남자를 생각하며.
그의 이름은 로우Law였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는
길고 흰 줄들이 내리그어져 있다.
나는 세수를 하고 침대로 돌아간다.
내일은 어머니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녀
그녀는 북부 황야에 산다.
그녀는 혼자 산다.
그곳에서 봄은 칼날처럼 펼쳐진다.
나는 온종일 기차를 타고 가고, 책도 잔뜩 챙겼다
몇 권은 어머니를 위해, 몇 권은 나를 위해
『에밀리 브론테 전집』도 포함해서.
그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또한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그 두려움에 맞서볼 생각이다.
어머니를 찾아갈 때마다 나는
에밀리 브론테로 변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를 둘러싼 내 쓸쓸한 삶은 황야 같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진창을 걷는 내 볼품없는 몸뚱이는 변화의 기운을 띠고 있으나
그건 부엌문 안으로 들어가면 사라지고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에밀리, 어떤 고깃덩어리니?*
*‘고깃덩어리’로 옮긴 ‘meat’는 ‘meet만남’와 음이 같기 때문에 이 문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에밀리, 어떤 만남이니?”로 읽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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