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고독이 눈을 떠야 내가 나를 볼 수 있지
빈 하늘 등에 지고 바람 앞에 서게 되지
그제사 내가 보인다
더덕더덕 붙은 군살
주릴 만큼 주려봐야 창자가 맑아지고
여윌 만큼 여위어야 칼바람도 비켜 가지
석 삼동 허기로 채웠다
마음속에 각을 세워
봄으로 가는 길은 속살 꺼내 보이는 일
겹겹이 쌓인 각질 한 땀 한 땀 걷어 내면
홍매화 등불 내건다
씨알 같은 꿈을 담고
민들레 금당金堂
햇살만 바라봐도 모가지가 뜨거워진다
잔설 지워버리고 깨금발로 일어선 봄
응달진 지상의 하루
나비로 날아간다
금당이 떠난 자리 지켜온 숨결 같은
그 모습 떠올려서 다시 금당 문을 여는
이 세상 허기를 지워
울컥, 피어난 꽃
직지사 벚꽃
내가 가야
흔들리지
직지사 벚꽃나무
열일곱
모로 접은
가시내 가슴 꼭지
우짜꼬
훔쳐본 속내
내사 먼저 절정이네
(본문 중 일부)
#문학나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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