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분홍 잇몸을 볼 수 있을까요
다람쥐의 눈 속이었습니다 잘생긴 구름이 잠시 정차하고 있었습니다 정직한 발자국에서만 상수리나무가 싹을 틔웠습니다 해방된 별이 떨어지는 소리가 숲을 세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신은 여러 개의 긴 장화 중 모래 언덕을 신고 있었습니다 젖은 신탁은 어울리지 않지만 지명은 불구처럼 구불거렸습니다 종소리를 사냥감으로 기억하였습니다
친분 없는 노랑과 파랑의 서식지였습니다 깃발은 근육을 부풀리며 책 위의 혁명을 읽었습니다 명찰 없는 미아였습니다 목숨만은 부지런히 기타를 쳤습니다
봄날의 코트로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먼곳을 바라보는 흰 눈의 내장이었습니다 서쪽으로만 향한 큰 박수의 고집이었습니다 꿈이 꿈속에서 떠돌아다니는 귓병이었습니다 벚꽃의 토크쇼가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알맹이는 깊은 곳이라는 해안은 착각이었습니다 대신 손전등을 잃어버린 손바닥을 맞닥뜨리면 반딧불이들이 날아 올랐습니다
밥을 따라가면 지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밥은 펄럭거리는 출구였습니다 뒤꿈치를 들고 서 있는 식민지였습니다
밤이 밥으로 부풀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밥의 노동에서 분홍 잇몸을 볼 수 있을까요
매직
벌써 다섯 살이니 비밀이 쌓였겠구나
이쯤에서 안과 밖을 바꾸는 놀이는 어떨까?
엄마들은 검은 신발과 흰 신발을 신겨
피아노 학원에 보내지
흰 진창을 조심하거라
그곳엔 언제나 검은 건반이 불쑥 튀어나온단다
바람에 쓸려가는 연습을 하는 건 어떨까 피아노로 가변적 아침을 열었네 사회성과 상관없는 얼굴이 되다가 벌판이 되다가 지구는 요란하게 부풀어 올랐네 구슬땀을 흘리는 노래를 사줄게 주스를 마시겠니 매번 부푸는 눈과 완성 지향적인 퍼즐이 세수를 했네
취향이 서양화와 물의 살을 베란다에 세우는 일이면 좋겠네 물고기가 되는 일이었네 흰 건반의 콧수염이 세상의 비밀을 흩어놓을 때 우리가 먹은 생선은 체크 남방을 입고 날아갔네 비밀을 숭배하는 유리창의 신열은 기록되지 않아 고문서로 남았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지옥을 위해
영혼을 씹으며 항거하는 지구였네
푸른 피가 주술을 외우며 치즈처럼 걸었네
#문학나눔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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