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네 집
모두네 집에 가면
모두 혼자 있다
우편함은 없고 회전문이 있는데
슈캉슈캉 바람에 귀가 접힐 정도로
그렇게 빠른 회전문은 처음이었다
거위가 먼저 들어가고
두더지가 들어가고
머뭇거리는 내 엉덩이를 누가 발로 차주었다
모두네 집은 문보다 창이 몇 배로 크고
문보다 복도가 훨씬 많다
복도에서부터 집사와 요리사, 청소부와 정원사를 위한
면접과 리더십 교육이 진행된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는 없어요
저는 좋은 팔로워, 현명한 팔로워예요
왼쪽 복도에서 또랑또랑 거위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원하지 않아도 리더가 되는 순간이 있다
아기에겐 아기의 리더십, 점원에겐 점원의 리더십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고통,
고통에겐……
나는 거위랑 둘이 있을 때
점심 메뉴와 식당을 정하고 지도를 살피며 길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거위가 아플 땐……
내 대답을 듣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적인 박수 소리도 들렸는데
두더지가 아래층 로비에서 회전문의 박자를 세는 중이었다
이 회전문은 자동문이 아니었어
누군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빠르게
유리에 손이 붙었다 떨어진다 맥박처럼
또 다른 복도에 줄을 선 채로
거위 나 두더지는 「클레먼타인」을 불렀다
모두 혼자 있었지만
함께 들었다
새 하늬 마 높
어느 날 왕은 기분이 나빴다
왕은 수첩을 넘겼다
‘어제는 연을 잃어버림
아침엔 정원에 이리가 나타남
수프 그릇에 금이 가 있음
무엇보다
박수를 받은 적이 없음
왕이라서 받는 박수 말고
광장에서 줄 서는 광대가 받는 그런 박수’
왕은 한 번도 그런 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
왕으로 뽑힌 적도
시험을 치른 적도
빗방울이 떨어지자
왕은 광대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새 하늬 마 높
사람들의 선함에 많은 것의 운명이 달려 있는 세상은 끔찍하지
나는 오늘 그 호의와 호위를 거절할 거야
너는 웃으며 자두와 꿀을 가져다주었지
나는 오늘 그 호의와 호위를 거절할 거야
새 하늬 마 높
빗소리가 박수 소리 같은 날이 있다
어딘가에서
끈이 떨어진 왕의 연이 충분히 젖을 만큼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