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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깨우는 독서의 힘
MRI가 밝혀낸 놀라운 진실
예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했다. 책 읽기와 학습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연구하기 전이었음에도, 책 읽기와 학습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연구하기 전이었음에도, 책을 가까이한 아이들이 재능을 쉽게 꽃피운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특히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끼곤 했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어떻게 움직일까? 정말 긍정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걸까?
도호쿠대학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1990년대부터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장치를 사용하여 뇌의 활동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MRI는 자기장을 이용해서 인체 내부의 영상을 얻는 측정 방법으로, 주로 뇌신경계, 척추 질환, 골관절 질환, 근육 질환을 살필 목적으로 사용한다. 뇌를 연구할 때는 특히 뇌 혈류랑 측정에 MRI를 사용한다. 뇌의 활성화된 부분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류량이 증가한다. 이것으로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또한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뇌 기능 매핑mapping’ 연구도 진행한다. 다양한 ‘마음’의 활동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이루어지는지 계측하여 뇌 기능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독서할 때 뇌의 활동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MRI 장치에 들어간 피험자에게 신문 기사를 소리 내지 않고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비교를 위해 한 점을 무심히 바라볼 때의 뇌 상태도 함께 측정했다. 이 두 데이터를 비교하면 사고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와 글을 읽을 때의 차이, 그리고 각 활동에서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약 30명의 피험자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단순히 합산하는 게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정교하게 분석했다. 피험자 중 70~80퍼센트가 공통으로 사용한 뇌 부위를 컴퓨터로 계산해 특정 행위 시 사용된 뇌 영역을 더 정확히 찾아냈다.
이렇게 찾아낸 계측 실험의 결과가 도표 1-1이다.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뇌를 마치 물고기 손질하듯 세로로 갈라서 펼친 모양으로 생각하면 쉽다. 즉, 같은 뇌의 우측과 좌측을 각각 옆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 그림에서는 피험자들이 소리 내지 않고 글을 읽을 때 분명하게 사용된 영역을 어두운 색으로 표시했다. 활동했는지 여부가 애매한 곳은 표시하지 않았다. 이 방법을 쓰면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일에 사용되는지 알 수 있고, 그 결과를 종합하면 각 부분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알 수 있다.
실험 결과, 묵독 시 뇌의 앞쪽, 특히 옆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좌우 반구 모두에서 관찰되었다. 이 부위는 ‘배외측전전두엽’으로, ‘사고하는 뇌’라 불린다. 생각하거나 배우거나 창조적 작업을 할 때 이 부분이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각 영역에 대한 기초 지식은 2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뇌의 뒤쪽에도 일부 활동하는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뇌의 뒤쪽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듯이 보이는 곳이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후두엽에서 측두엽 하현下弦에 걸친 영역이다. 후두엽은 주로 시각 정보를 취급하고, 측두엽 하현은 어휘를 포함한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흔히 “언어능력은 왼쪽 뇌만 사용한다”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상식이다. 그림을 보면 우리가 독서를 할 때 뇌는 왼쪽과 오른쪽 모두 분명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배외측 전전두엽 뒤쪽 아래에 있는 언어를 다루는 영역이 좌우 모두 활발하게 움직인다. 또한 시각을 관장하는 영역과 청각을 관장하는 영역도 반응한다. 즉, 활자를 읽으면 뇌의 거의 전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런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독서는 뇌의 전신운동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독서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든 어른이든 매일 전신운동을 하는 사람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활동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을 금방 단련할 수 있다. 야구나 축구, 테니스, 배구,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할 때도 평소 운동을 해온 사람이 훨씬 빨리 배운다. 마찬가지로 날마다 뇌의 전신운동을 하는 사람은 여러 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쉬운 상태를 유지한다. 뇌도 다른 장기나 기관과 같다. 매일 책을 읽으면 뇌의 기초 능력도 향상된다.
여기서 잠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오른손잡이 중 90퍼센트는 언어를 다루는 영역이 주로 대뇌의 좌반구 앞뒤에 자리한다. 오른손잡이의 나머지 10퍼센트는 뇌의 양측이 균등하게 사용된다. 왼손잡이의 경우, 절반 정도는 우측을 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우측을 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양측을 모두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과학 연구자가 뇌 활동 역역을 조사할 때 대체로 오른손잡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90퍼센트의 사람이 좌우 뇌를 사용하는 양상이 같아 통계 처리를 할 때 오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뇌과학 데이터가 오른손잡이 대상임을 알아두면 좋겠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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