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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덥고 환한 날이다. 들판에 군데군데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길을 따라 푸릇한 빛이 갑자기 일렁인다. 우리는 아빠가 포티파이브 카드 게임에서 빨간 쇼트혼 암소를 잃었던 실레일리 마을을 통과하고 그걸 딴 사람이 곧장 소를 팔아 치웠던 카뉴 시장을 지난다. 아빠는 조수석에 모자를 내던지더니 차창을 내리고 담배를 피운다. 나는 땋은 머리를 풀고 뒷좌석에 누워 뒤창을 통해서 하늘을 바라본다. 군데군데 푸른 하늘이 드러나 있고 분필을 칠한 듯한 구름이 떠 있다. 하지만 대체로는 얼기설기 지나는 전선에 긁힌 듯한 나무들과 하늘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고, 이따금 작은 갈색 새 떼가 전속력으로 날아가며 사라진다.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집은 어떨까 궁금하다. 키 큰 여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갓 짜서 아직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또 가능성은 훨씬 낮지만 앞치마를 입은 여자가 프라이팬에 팬케이크 반죽을 부으며 한 장 더 먹고 싶은지 묻는 장면도 그려진다. 엄마가 가끔 기분이 좋을 때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남편도 키가 더 크지는 않을 것이다. 아저씨는 나를 트랙터에 태우고 시내로 가서 레드 레모네이드와 감자칩을 사주겠지. 아니면 나더러 헛간을 청소하고 밭에서 돌을 골라내고 돼지풀과 소루쟁이를 뽑으라고 시킬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는 걸 보고 나는 50펜스 동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손수건일 거다. 두 사람의 집은 낡은 농장 가옥일까 아니면 새로 지은 단층집일까, 화장실은 밖에 있을까 아니면 변기도 있고 수돗물도 나오는 실내 화장실일까 궁금하다. 나는 캄캄한 침실에서 다른 여자애들이랑 같이 누워 아침이 오면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을 이야기를 나누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시간이 한참 지난 듯하더니 차가 속도를 늦추어 좁고 포장된 진입로에 들어서고, 바퀴가 캐틀그리드(구덩이를 파고 격자망을 덮어 자동차는 지나갈 수 있지만 가축은 지나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물.)를 밟자 전율이 인다. 양옆으로 두터운 관목이 네모나게 손질되어 있다. 진입로 끝에 길쭉하고 하얀 집과 가지가 땅에 끌리는 나무들이 있다.
“아빠.” 내가 말한다. “나무 좀 봐요.”
“나무가 뭐?”
“아픈가 봐요.” 내가 말한다.
“수양버들이잖아.” 아빠가 목을 가다듬는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길쭉하고 반짝이는 유리창이 우리의 도착을 비춘다. 뒷자리에 앉은 내 모습은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서 집시 아이처럼 지저분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아빠는 그냥 우리 아빠 같다. 나무 그림자가 져서 털이 얼룩덜룩해 보이고 목줄을 하지 않은 커다란 개가 건성으로 사납게 몇 번 짖더니 계단에 앉아서 문간을 돌아본다. 어떤 남자가 나와 서 있다. 언니들이 가끔 그리는 남자들처럼 어깨가 떡 벌어졌지만 눈썹이 하얀 게 머리카락과 똑같다. 키가 크고 팔이 긴 외갓집 사람들과 전혀 닮지 않아서 우리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댄.” 아저씨가 몸에 뻣뻣하게 힘을 준다. “잘 지내나?”
“존.” 아빠가 말한다.
두 사람은 가만히 서서 잠시 마당을 바라보더니 비 이야기를 한다. 비가 너무 적게 왔다, 밭에 비가 좀 내려야 한다, 킬머크리지 신부님이 오늘 아침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이런 여름은 처음이다.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에 아빠가 침을 뱉고, 대화는 다시 소의 가격, 유럽경제공동체, 남아도는 버터, 소독액과 석회 가격으로 흘러간다. 나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장화 뒤꿈치로 잔디를 뜯고, 차를 몰고 가기 전에 지붕을 철썩 때리고, 침을 뱉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기를 좋아한다. 신경 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오면서 남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키는 우리 엄마보다 크고 머리카락은 엄마랑 똑같은 까만색이지만 헬멧처럼 짧게 잘랐다. 날염 블라우스와 갈색 플레어 바지 차림이다. 자동차 문이 열리더니 아주머니가 나를 밖으로 꺼내서 입을 맞춘다. 입맞춤을 받은 내 얼굴이 아주머니의 얼굴과 맞닿은 채 뜨거워진다.
“널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유아차에 타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대답을 기대하며 물러선다.
“유아차는 부서졌어요.”
“어쩌다가?”
“남동생이 손수레처럼 밀고 다니다가 바퀴가 빠졌어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자기 엄지를 핥더니 내 얼굴에 묻은 무언가를 닦아준다. 엄마의 엄지보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뭔지 모를 것을 말끔하게 닦아내는 느낌이 든다. 아주머니가 내 옷을 보자 나도 아주머니의 눈을 통해서 내 얇은 면 원피스와 먼지투성이 샌들을 본다. 우리 둘 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흐른다. 묘하게 무르익은 산들바람이 마당을 가로지른다.
“들어가자, 아가.”
아주머니가 나를 안으로 이끈다. 복도로 들어가자 잠시 깜깜해진다. 내가 머뭇거리자 아주머니도 같이 머뭇거린다. 후끈거리는 부엌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나에게 앉으라고, 내 집처럼 편하게 있으라고 말한다. 빵을 굽는 냄새 외에도 소독약 냄새와 표백제 냄새가 살짝 난다.
아주머니가 오븐에서 루바브 타르트를 꺼내 식힘 망에 얹는다. 얇은 페이스트리는 시럽이 부글거릴 정도로 뜨겁고 바삭하게 구워졌다. 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한 줄기 들어오지만 부엌은 뜨겁고 고요하고 깨끗하다. 길쭉한 물잔에 꽂힌 길쭉한 프랑스국화는 물잔만큼이나 고요하다. 어디에도 아이의 흔적은 없다.
“그래, 엄마는 어떻게 지내시니?”
“복권을 샀는데 10파운드에 당첨됐어요.”
“설마.”
“진짜예요.” 내가 말한다. “그래서 다 같이 젤리랑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엄마는 자전거 튜브랑 수리 도구를 새로 샀어요.”
“음, 크게 한턱 썼구나.”
“맞아요.” 내가 말한다. 오늘 아침 내 두피에 닿았던 쇠 빗살, 머리를 촘촘하게 땋던 엄마의 손힘, 내 등에 단단하게 닿았던 아기를 품은 엄마의 배가 다시 느껴진다. 나는 엄마가 여행가방에 싸준 깨끗한 팬티와 편지를 떠올리고 엄마가 뭐라고 썼을까 생각한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얼마 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면 돼? 아빠가 말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말해. 어차피 늘 그러잖아.
아주머니가 에나멜 주전자에 우유를 채운다.
“엄마가 아주 바쁘시겠구나.”
“일꾼들이 풀을 베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건초가 아직도 다 안 됐어?” 아주머니가 말한다. “좀 늦은 거 아니니?”
남자들이 마당에서 들어오자 잠시 어둑해졌다가 두 사람이 자리에 앉으니 다시 밝아진다.
“음, 에드나.” 아빠가 의자를 빼며 말한다.
“댄.” 아주머니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말한다.
“푹푹 찌네요.”
“정말 덥지.” 아주머니가 돌아서서 주전자를 지켜보며 기다린다.
“밭에 비가 조금만 와도 좋을 텐데 말이에요.”
“곧 충분히 오겠지.” 아주머니는 그림이라도 걸려 있는 것처럼 벽을 바라보지만, 그림 같은 건 없고 시곗바늘 두 개와 큼직한 황동 추가 흔들리는 커다란 마호가니 시계뿐이다.
“그래도 올해 건초는 참 잘됐잖아요. 이렇게 잘된 건 또 처음 봐요.” 아빠가 말한다. “건초 넣어두는 다락이 가득 찼어요. 던져 넣다가 서까래에 부딪치는 바람에 머리가 쪼개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나는 아빠가 왜 건초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까 생각한다. 아빠는 진짜 그러면 좋겠다 싶은 거짓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누가 사슬톱을 켜는지 크고 무서운 말벌이 멀찍이서 웅웅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난다. 나도 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주전자가 부글부글 끓으며 김을 피워 올리자 철제 뚜껑이 달각거린다. 창틀에서 까만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가 얼핏 움직인다. 딱딱하고 깨끗한 바닥 타일 위로 길게 뻗은 아주머니의 그림자가 내 의자에 닿을락 말락 한다. 킨셀라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에서 접시를 여러 장 꺼내더니 서랍을 열고 포크와 나이프, 찻숟가락을 꺼낸다. 그런 다음 비트 피클 병의 뚜껑을 열고 작은 서빙 포크로 꺼내 접시에 담고서 샌드위치 스프레드와 샐러드 크림을 꺼낸다. 아빠가 유심히 지켜본다. 잘게 썬 토마토와 양파가 큰 그릇에 담겨 있고 신선한 빵 한 덩이와 붉은 체더치즈도 있다.
“메리는 어떻게 지내?” 아주머니가 말한다.
“메리요? 애 나올 때가 다 됐어요.” 아빠가 만족스럽게 뒤로 기대어 앉는다.
“막내는 잘 크고 있지?”
“예.” 아빠가 말한다. “애들 먹이는 게 골치예요. 애들이 식성은 제일 좋잖아요. 얘도 마찬가지고요.”
“아, 우리도 한창 클 때는 많이 먹었지.” 아주머니는 아빠가 꼭 알아야 한다는 듯이 말한다.
“먹기야 많이 먹겠지만 대신 일을 시키세요.”
킨셀라 아저씨가 고개를 든다. “전혀 그럴 필요 없어.” 그가 말한다. “에드나의 집안일이나 좀 도우면 돼.”
“애는 기꺼이 맡을게.” 아주머니가 거든다. “얼마든지 괜찮아.”
“먹을 건 엄청나게 축낼 겁니다.” 아빠가 말한다. “하지만 열두 달 지나면 다 잊어버리겠죠.”
우리가 식탁 앞에 앉자 아빠가 비트 피클로 손을 뻗어서 서빙 포크 대신 자기 포크로 접시에 담는다. 비트가 분홍색 햄을 물들이더니 빨갛게 번진다. 찻잔이 채워진다.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에 놓인 것을 자를 때를 빼면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타르트를 자른다. 뜨거운 페이스트리 위로 크림을 붓자 웅덩이처럼 고인다.
이제 아빠는 나도 데려다주었고 배도 채웠으니,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한 대 피우고 그만 가고 싶은 것이다. 늘 똑같다. 아빠는 어디에서든 뭘 먹고 나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날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와는 다르다. 엄마가 정말 그런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빠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엄마는 할 일이 산더미다. 우리들, 버터 만들기, 저녁 식사, 씻기고 깨워서 성당이나 학교에 갈 채비시키기, 송아지 이유식 먹이기, 밭을 갈고 일굴 일꾼 부르기, 돈 아껴 쓰기, 알람 맞추기. 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여기에는 여유가, 생각할 시간이 있다. 어쩌면 여윳돈도 있을지 모른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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