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합성계면활성제,
꼭 청결하기만 할까?
샴푸가 기름때를
머리에서 떼어내는 원리
우리는 매일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을 접할까요? 우리가 하루 동안 만나는 화학물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우리는 매일매일 화학물질을 접하고 이용합니다. 사실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화학물질과 함께 생활한다고 할 수 있어요. 굳이 화학물질의 종류까지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국 어떤 물질이 이 세상을 구성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이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만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너무나 많습니다. 살면서 접하는 화학물질의 이름과 성질을 모두 다 알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1부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화학물질을 중심으로 우리의 하루 생활을 따라가보려고 해요. 바로 합성계면활성제, 플라스틱, 그리고 방사성 물질이에요. 특히 플라스틱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산업폐기물이자 생활쓰레기 중 하나지요. 이 세 가지 화학물질만 공부해도 우리가 매일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사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기름을 물에 녹이는 마이셀의 비밀
밝은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아침잠을 깨웁니다. 여러분은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에서 나와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먼저 졸음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겠지요. 머리를 감는 데에 샴푸를 사용할 테고요? 샴푸는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먼저 만나는 화학물질일 거예요.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샴푸 속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지 알고 있나요? 샴푸 속에는 SLES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요. SLES는 ‘계면활성제’라는 물질로,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 만났을 때, 두 물질의 경계면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과 기름이 만나면 두 물질은 서로 섞이지 않죠? 그릇에 물과 기름을 함께 넣어두면 두 물질 사이에 경계면이 생기면서 기름이 물 위에 둥둥 뜹니다. 기름의 밀도가 물의 밀도보다 더 작기 때문이죠. 그런데 물과 기름에 계면활성제를 넣어주면 서로 섞일 것 같지 않던 두 물질이 섞입니다.
샴푸에 계면활성제를 넣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활하다 보면 우리 머리카락과 두피에는 기름때가 생깁니다. 머리를 물로만 감으면 기름때 성분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남지만, 샴푸 속에 계면활성제를 넣어주면 머리카락과 두피의 기름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면활성제는 어떻게 머리의 기름때를 벗기는 걸까요? 비밀은 이 물질의 화학 구조에서 찾을 수 있어요.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SLES는 친수성親水性과 소수성疏水性을 모두 지닙니다. 친수성은 말 그대로 물과 친한 성질이고 소수성은 물과 친하지 않은 성질이에요. 계면활성제의 머리 쪽은 물과 잘 붙고, 꼬리 쪽은 기름과 잘 붙는 성질을 가진다는 말이죠. 물에 녹을 때 머리 부분이 어떤 전기적 특성을 띠느냐에 따라 계면활성제의 성질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샴푸 속 계면활성제는 머리에 있는 기름때를 빙 둘러싸서 물속으로 떼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기름때와 물이 섞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죠. 머리에 샴푸를 문지르면, 아래의 그림처럼 계면활성제의 소수성 부분은 기름때 쪽으로 가서 달라붙고, 반대로 친수성 부분은 물과 접촉하는 바깥쪽으로 배열됩니다. 이 과정이 계속 진행되어 계면활성제 분자들이 때를 완전히 둘러싸면, 구형의 마이셀micelle이 형성되면서 때가 두피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마이셀의 친수성 부분은 물에 잘 달라붙으니까 샴푸 묻은 머리를 물로 헹구면 마이셀은 물과 함께 흘러 내려가겠죠.
그렇다면 머리를 감을 때 손으로 비벼주고 물로 헹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샴푸 묻은 머리를 손으로 비벼주면 샴푸 속 계면활성제가 더 쉽게 때를 둘러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거품이 많으면 표면적이 넓어지니까 때를 더 많이 효과적으로 뺄 수 있겠죠.
샴푸 속 계면활성제는 환경에 나쁜 물질일까요? 계면활성제가 무조건 환경에 나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계면활성제 중에는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천연계면활성제도 많기 때문이에요. 천연샴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천연계면활성제는 주로 코코넛이나 야자 등의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데, 사람의 몸 안에서도 만들어집니다. 쓸개는 데옥시콜산나트륨sodium deoxycholate이라는 계면활성제를 만들어서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지방 소화효소인 리페이스lipase의 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요.
문제는 합성계면활성제입니다. 합성계면활성제란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원료로 만든 계면활성제를 말해요. 샴푸 속 SLES는 천연계면활성제가 아니라 합성계면활성제입니다. 합성계면활성제란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원료를 만든 계면활성제를 말해요. 샴푸 속 SLES는 천연계면활성제가 아니라 합성계면활성제입니다. 우리가 빨래할 때 사용하는 합성세제 속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도 주로 합성계면활성제지요. 합성계면활성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는데, 값이 싸고 세정력이 강해서 오늘날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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