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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
나는 예전에 나무를 보았던 방식이 그립다
계절은 초봄이고 시간은 해질녘이라고 하자. 당신은 잘 모르는 공원에 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뭐가 보일까? 옅거나 짙은 모양들이 이루는 복잡한 패턴이 보일 것이다. 아마 원통처럼 보이는 모양은 나무줄기일 것이다. 더 작은 원통은 굵은 가지, 더 작은 가지, 잔가지일 것이다. 들쭉날쭉한 작은 평면 모양은 잎일 것이다. 그리고 꽃과 풀도 있다. 알아볼 수 있는 기하학적 모양들은 우리 주변을 식별하는 데, 적어도 이름을 붙이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모양의 변화로 동역학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산들바람에 춤추는 잎과 가지를 볼 때 그렇다.
줄기는 어둠에 잠겨 가도, 키 큰 나무의 꼭대기에 있는 잎에는 아직 햇빛이 닿고 있다. 우리는 어둠이 내려앉는다고 말하지만, 여기서 어스름이 솟아오르는 것을 본다그리고 아침에 다시 오면, 새벽이 내려앉는 것을 본다. 태양과 지구의 기하학은 우리가 세상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곤 하는 단순한 것들을 드러낸다.
수백 년 전부터 화가들은 뛰어난 기하학적 직관을 지녔음을 보여주었다.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구글에서 몇 분만 검색해도, 아주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9세기에 지어졌고 13세기에 재건된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Alhambra는 이슬람 예술과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음 쪽의 그림에 묘사한 것 같은 장식 타일 중 상당수는 평면을 완전히 뒤덮는 쪽매맞춤tessellation을 보여준다. 서로 모서리또는 모서리의 일부만 만나면서 겹치는 부위도 틈새도 없이 평면 전체를 꽉 채울 수 있는 모양의 타일이다. 체스판의 사각형과 벌집의 육각형은 이런 모양 중 가장 친숙하지만, 다른 모양들도 있다.
브랑코 그륀바움Branko Grünbaum과 제프리 셰퍼드Geoffrey Shephard의 《타일링과 패턴Tilings and Patterns》에는 아주 다양한 타일 맞춤 패턴이 700쪽에 걸쳐 백과사전처럼 실려 있는데, 이 패턴은 미술에서 따온 것도 있지만 대부분 수학에서 나왔다. 이런 쪽매맞춤 패턴은 총 열일곱 가지가 있으며, ‘벽지군wallpaper group’이라고 불린다. 무슨 뜻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패턴이 열일곱 가지뿐이라는 것은 19세기 말에야 증명되었지만, 무슬림 예술가들은 러시아의 결정학자이자 수학자인 예브그라프 페도로프Evgraf Fedorov가 그 증명을 내놓기 수백 년 전에 이미 이런 타일 무늬에 익숙했다. 이렇게 예술가가 탁월한 직관력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내놓으면, 수학자가 기나긴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통찰이 옳았음을 증명하곤 한다.
기하학과 예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한 가지 사례는 닮은 삼각형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하학 수업을 들을 때 두 삼각형이 크기는 달라도 모양이 같으면 닮음이라고 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어떤 전체 모양이 닮은 모양의 더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모양은 자기 유사성을 띤다고 한다. 위 두 그림에서 왼쪽은 삼각형 안에 삼각형이 들어 있는 시에르핀스키 개스킷Sierpinski gasket,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으로, 자기 유사적 모양 중 특히 잘 알려진 것 중 하나다. 이 개스킷의 자기 유사성을 보자면, 먼저 전체는 세 개의 큰 개스킷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쪽에 좌우로 하나씩 있고, 위쪽 중앙에 하나가 있다. 각 개스킷은 전체 개스킷의 닮은꼴이다. 이 개스킷은 3장에서 더 상세히 다룰 것이다.
프랙털fractal은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가 처음 알아냈는데, 어떤 식으로든 간에 전체를 닮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양을 가리킨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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