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예쁜 종아리
오르막길이
배가 더 나오고
무릎관절에도 나쁘고
발목이 더 굵어지고 종아리가 미워진다면
얼마나 더 싫을까
나는 얼마나 더 힘들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오르막길이 많네
게다가 지름길은 꼭 오르막이지
마치 내 삶처럼
이렇게 가는 세월
친구들이 번갈아 전화를 한다
큰일이다 큰일, 너 얼마나 더우냐!
땀을 줄줄 흘리며 나는
심드렁 서늘 대꾸한다
인생에 있어서 더위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뭐가 아무걸까
하늘엔 비둘기
땅엔 개미 떼
기록적인 염천 여름에
더위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들의 내 더위 걱정에
심란이 더해졌을 터
하늘엔 비둘기
땅엔 개미 떼
집을 나서자마자 비둘기들이
근심처럼 구차하게 나를 에워싸리
놀이터 풀숲에선 개미 떼가
검질긴 근심으로 바글거리리
개미 떼처럼 들러붙는 땡볕
허위허위 비탈을 올라가는데
푸득 푸드득 꾹꾸루꾸꾸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비둘기들이 머리 위를
바싹 맴돌며 쫓아온다
비둘기들아 좀 훨훨 날아,
훨훨 날아가버리려무나
벌써 입추
이제 곧 시들부들 바람
쏜살같이 힘 붙으리, 얼어붙으리
그러니 이 더위도
마냥 붙들고만 싶어라
더위 따윈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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