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구가 죽으면
장의사가 아빠를 보여주었다.
엄마가 관에 누운 아빠를 향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장의사가 아빠를 닦고, 머리를 빗기고, 화장을 하고, 흰 두루마기를 입히고, 나와 엄마에게 아빠와의 마지막 시간을 준 다음 삼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관에 넣었다. 그다음 어깨 양쪽에 아빠의 몸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택배 상자에 보충재를 넣듯이 흰 종이 뭉치들을 넣은 참이었다.
엄마는 아빠가 불 속으로 사라졌다가 뜨거운 뼈 몇 조각이 되어 희고 커다란 스테인리스 판 위에 놓였을 때
뼈만 남은 아빠를 향해 다시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리고 곧 엄마도 죽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번엔 내가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
그다음 세상의 모든 저녁이 엄마의 피부로 만든 텐트 아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나는 엄마의 얇은 피부 아래서 살게 되었다.
언제나 어떤 죽은 생명체가 나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얼굴을 내 손으로 감싸면 엄마의 얼굴부터 만져졌다.
춤이란 춤
그곳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있나요?
여름엔 큰비가 오나요?
이곳의 동물들은 저마다 못생긴 발을 갖고 있죠
죽으면 발이 제일 먼저 죽어요
그곳에도 바닥이 있나요?
이곳에선 몸 아래 바닥이 사라지면 죽은 거라고 해요
나는 지금 허파 두 개에서 숨이 나간 다음 돌아오지 않아요
그곳에도 눈물 속에 조가비가 자라나요?
바람과 불이 이리저리 뭉쳐 다니나요?
그러면 그것들이 꽃이 되기도 하고 토끼가 되기도 하나요?
죽은 토끼가 한쪽 팔을 길게 쭉 뻗치나요?
그다음 그 팔이 산 넘고 호수 넘어 바람 소리처럼 이 세상을 넘어가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떨어지나요?
거기서 보이나요? 여기가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나날
식당이 기울고
손가락 발가락이 차례로 떨어지는 나날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