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힘
눈물이 나면
왼손으로 슬픔을 덮었습니다
왼손으로 설움을 훔쳤습니다
웃음이 터지면
오른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오른손으로 웃음꽃을 가렸습니다
왼손이 덜 늙었습니다
눈
맷돌구멍 속 삶은 콩들이
쭈뼛쭈뼛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너 먼저 들어가라
등을 떠미는 게 아니다
온 힘으로 몸을 굴려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싹눈을
그 짓무른 눈망울을
서로 가려주려는 것이다
눈꺼풀이 없으니까
삶은 눈이 전부니까
등
암만 가려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첫애 업었을 때
아기 입술이 닿았던 곳이다
새근새근 새털 같은 콧김으로
내 젖은 흙을 말리던 곳이다
아기가 자라
어딘가에서 홧김을 내뿜을 때마다
등짝은 오그라드는 것이다
까치발을 딛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손차양하고 멀리 내다본다
오래도록 햇살을 업어보지만
얼음이 잡히는 북쪽 언덕이 있다
언 입술 오물거리는
약숟가락만 한 응달이 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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