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 일부)석류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입가에 딱지가 생긴 지는
더 오래되었다
젖을 내놓고 꾹꾹 눌러
입가에 붙은 피딱지를 떼어주던
어머니,
무덤 옆에 심어놓은 석류나무
꽃잎 떨어진 자리마다
딱지가 생겼다
이빨 자국이 생겼다
퉁퉁 불어
젖몸살을 앓고 있었다
황태덕장
배를 가르고,
두 마리씩 코를 꿰어
덕목에 걸어놓았다
코가 꿰어
억지로 입을 벌리고 있다
덕장에 쌓인 눈,
녹은 물
받아먹고 있다
받아먹어도 다시
불러오지 않는 배
할복의 상처 사이로
눈 녹은 물
줄줄 흐른다
몇 번은 더 까무러쳐야 하리라
비린내 다 빠지려면
얼었다 녹기를
몇 번은 더 반복하리라
알을 품었던 흔적
지워가고 있었다
#문학나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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