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논배미 진창에
발목까지 빠졌던 것인데
그 자국 몇 개가
흰 살얼음을 꽉 물고 있다
마구 갈고 지나간
바퀴자국에도
배를 길게 자른 소름이
하얗게 돋아나 있다
기울 수 없고
또 그럴 생각도 없이
버려두었던
상처가 못박힌 채
저리 춥고 외로웠던 것이다.
石耳
소문을 견디려고 누군가 귀를 잘라갔다
오랫동안 허전하였다
달빛이 길을 핥으며
차가운 울음소리를 깔아놓을 때
누워 있는 여자의 귀가 조금씩 자랐다
달의 입김 같은
무서리가
돌 속에 얼비치는 새벽녘이었다.
허스키
1.
흐미라고 하는 몽골 음악이 있다 이것은 남자 가수가 목구멍으로 소리를 내는 Throat Song이다 대지의 울림처럼 저음과 가성이 공명하는 음역에 우주를 풀어 놓는다 그 사이에 여가수가 등장하여 고음의 살바람을 찢어놓는다 이건 마니경을 적은 깃발이 바람에 닳듯이 춥고 날카롭다 여기서 자연과 인간의 소리가 갈린다 초원에서 흐미는 바람에 녹아 하늘을 지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땅을 메아리쳐 양떼를 모은다.
2.
초등 여교사 십 년이면 목에 쇳소리가 들어선다 나는 그 소리가 좋다 온몸으로 젖 먹여 키우는 힘을 느낀다 장맛날 군불 지피듯 축축할 때, 말문이 넘칠 때도 목에 쇠가 걸린다 몸의 말씀인 저 울음 앞에서는 뭐든 켕긴다, 내가 잘못했다.
(본문 중 일부)
#문학나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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