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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Launching
우리보다 앞선 수많은 위대한 탐험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여행은 부엌에서 시작할 것이다.
물에 대해 우리가 예상하는 것 중 하나는 물이 평평하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은 평평한 상태인 경우가 거의 없다. 컵에 든 물을 자세히 바라보면, 컵 안의 물 표면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 쪽이 살짝 위로 올라간 곡선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메니스커스meniscus, 반달 형태’라고 한다. 이 반달형 곡선은 유리가 물을 당겨서 가장자리가 고정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물과 유리 사이의 인력이 원래라면 평평했을 표면을 아주 살짝 오목하게 들어가고 가느다란 테두리를 가진 사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것을 안다고 무슨 쓸모가 있을까? 그 자체만으로는 별 쓸모가 없을지 모르지만, 몇 가지 사실을 합치면 강이 범람하고 홍수가 일어나는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딤돌이 된다.
물은 유리에 끌린다. 이것은 물의 특징이다. 유일한 액체 금속인 수은처럼 몇몇 액체들은 유리에 반발하고, 그래서 엎어놓은 사발 모양 혹은 ‘볼록한 메니스커스’ 형태를 이룬다. 액체 대부분은 다른 물질에 인력이나 반발력을 보이며, 서로에게 약한 인력을 작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뿔뿔이 흩어져 기체 상태가 될 것이다. 물은 물에 달라붙는다.
과학 선생님이 우리 머릿속에 주입한 것처럼,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 원자들이 강하게 결합한 형태다. 하지만 선생님들, 최소한 내 과학 선생님은 물 분자 하나에 있는 수소 원자들이 옆에 있는 다른 물 분자들의 산소 원자에 끌린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물끼리 서로 달라붙는 것이다. 모직 점퍼에 문지른 두 개의 풍선이 정 전기 때문에 서로 살짝 달라붙는 것을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규모는 조금 다르지만, 과학적 원리는 서로 비슷하다.
물의 이러한 성질을 확인하기란 아주 쉽다. 물 한 컵을 가져와 부엌 조리대처럼 평평하고 매끈하고 방수 처리가 된 표면에 몇 방울 떨어뜨려 보자. 이제 눈높이를 물방울과 평행하게 맞춰보라. 물이 살짝 볼록한 웅덩이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이는가? 물이 완전히 평평해지면 조리대 위를 흐를 것이며, 물을 많이 부으면 일부는 흐르고 일부는 남아 조그맣고 뒤집힌 웅덩이 모양의 무리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물과 그 옆의 다른 물 사이의 인력, 점성, 장력이 중력이 당기는 힘에 저항할 수 있을 만큼 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중력이 물을 아래로 당겨 평평하게 만들고 떨어지게 만들려고 하지만, 물의 장력은 이 힘에 저항한다. 이것이 테이블 위에서 물컵이 쓰러졌을 때 대걸레가 아니라 행주를 가져오는 이유 중 하나다. 아직 탁자 위에 남아 있는 물이 물을 다시 끌어당겨 전부 바닥으로 흐르지 않도록 막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까이 있는 두 개의 조금 큰 웅덩이를 골라보자. 한쪽에 손가락을 넣고 다른 웅덩이 쪽으로 끌어당긴 다음 손가락을 떼보면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웅덩이가 약간 기다란 모양으로 바뀌겠지만, 그뿐이다. 자, 여러분이 손가락으로 끌어당긴 물이 뒤에 남아 있는 물의 인력 때문에 살짝 당겨져 원래 위치로 약간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알아챘는가? 이것을 각각 질감이 다른 표면에서 실험해보면 각각의 표면이 물을 얼마나 당기는지에 따라 돌아가는 양과 속도가 조금씩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제 손가락을 좀 더 움직여서 두 개의 웅덩이가 서로 닿을 정도로 끌고 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원래의 웅덩이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 대신 새로운 친구에게 끌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의 점성으로 두 웅덩이가 합쳐지는 것이다.
이런 실험 후 정리를 위해 작은 웅덩이들을 천으로 죽 닦아보았다. 그랬더니 물은 항상 하는 일이지만 내가 전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일을 했다. 천의 원래 임무대로 천이 다량의 물을 흡수했다. 그런데 남은 물이 얇고 평평하게 마치 ‘다림질’을 한 것처럼 납작해졌다. 그리고 1초 정도 평평하고 얇은 형태를 유지하다가 물이 서로를 당기면서 수백 개의 아주 조그만 웅덩이들을 다시 만들어냈다. 이 조그만 웅덩이들은 젖은 자리에 올록볼록 한 모양을 만든다. 한번 해보라. 내 말뜻을 알게 될 것이다.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물에 매료되었고, 그 점성을 신중하게 관찰했다. 그는 작은 물방울이 나뭇가지 아래에서 ‘언제나 곧바로 떨어지지는 않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다 빈치는 물방울이 떨어질 정도로 커지더라도 ‘약간 마지못한 것처럼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드디어 1508년경, 물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물방울의 목이 길게 늘어났다가 방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늘어지면 그제야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도 이런 현상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이 현상은 비가 온 후 나뭇잎 끝에서 상당히 아름답게 나타난다. 만약 비가 계속해서 많이 오면 물은 가지와 잔가지, 이파리에서 줄줄이 흘러내리겠지만 비가 그친 직후에 잎이 넓은 나무나 관목의 이파리 끝을 보라. 물이 고여서 나뭇잎 한가운데의 가느다란 잎맥을 타고 흘러내렸다가 끄트머리에 맺힌다. 물방울이 그 끄트머리에 매달리고, 물의 장력 혹은 점성이 중력과 싸움을 벌이다가 충분히 모이면 중력이 승리해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때쯤 되면 이파리는 종종 우아하게 튕겨 올라가고, 모든 과정이 다시 시작된다.
물의 장력을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곳은 물 표면이다. 표면 근처의 물 분자들은 아래에 있는 분자들에 의해 아래로 당겨지지만, 위로는 전혀 당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표면은 장력의 영향을 받고, 그래서 물은 일종의 얇은 피부가 덮힌 상태가 된다.
물에 표면장력으로 형성된 피부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장력은 각 물 분자 사이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이 마법, 아니 진지한 실험을 통해 우리는 물의 표면장력이 작은 금속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피부를 형성한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자, 물 위에 바늘을 띄워보자. 이 실험에서 유일하게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바늘을 물 위에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바늘이 물 표면을 뚫고 들어가 바닥에 가라앉고 만다. 이때 바늘을 작은 압지 위에 놓고 띄우면 압지는 천천히 물에 젖어서 그릇 바닥에 가라앉고, 바늘만 뜰 것이다. 이것은 물의 표면장력이 작은 금속 물체를 받칠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이 피부를 만드는 분자 사이의 전기적 결합을 입증할 차례다. 물에 약간의 세제를 풀면 물 분자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진다. 어떤 종류든 액체 세제는 물의 전기적 인력을 없애는 전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제를 풀면 바늘은 가라앉는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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