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빗소리
젖은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바퀴
바큇자국을 물어보며 돌아다니는 바퀴
한줄만 쓰다 멈춘 자전거가 흘리는 저녁
오늘은 당신에게 거울과 공책을 빌려준다
머리를 씻겨주던 빗물은 철봉을 구부린다
운동장보다 큰 미안未安이 거꾸로 떨어진다
한방울 눈시울을 이어주는 모두
빈손으로 옮기는 빗소리
두겹의 물방울
손등의 시간을 긁어준다
허공까지 두루두루 긁는 동안
찌그러진 악기로 울었는지도 모른다
수염을 깎으며 귀먹은 지휘자를 닮는다
돋보기처럼 동그란 둘레에 앉는다
이 빠진 타일과 출렁이며 논다
염증은 수증기의 벽에 부딪치고
눈 감은 비누에서 거품이 일고
발뒤꿈치가 마지막 관문처럼 벗겨진다
시곗바늘은 얼굴의 정면을 훔친다
저울의 목발이 먼저 걸어나오고
물무늬가 남아 있다
흙을 만지는 시간
그의 힘줄 네모난 기도문
몸무게를 한삽 줄였다 늘리는
돌멩이에서 나온 빛도 눕히고
오므린 다리를 펴는 놀이
몸에 따라붙는 이름을 어떻게 덮어주나
섞이는 나뭇잎 필체들
숲이 꺼내는 버섯 향 풍뎅이 노크
손바닥으로 쓸어서 넣는 이름의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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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있을 거야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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