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들어가는 말: 기계 지능
인공지능 분야에서 지금 같은 진보의 물결은 우리에게 지능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지능의 중요한 한 가지 요소, 즉 ‘예측’을 가져다준다. 예측은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중요한 입력 데이터다. 경제학은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훌륭한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다. 예측기술의 발전이 미칠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해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의사결정 이론의 익히 알고 있는 오래된 논리를 적용하면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18쪽)
다음 이야기가 낯선 풍경이라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숙제를 하고 있다. 질문이 들린다. “델라웨어의 주도는?” 부모는 생각한다. ‘볼티모어? 아닌 것 같은데……. 윌밍턴도 아니고.’ 하지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알렉사Alexa가 정답을 알려 준다. “델라웨어의 주도는 도버입니다.” 알렉사는 아마존Amazon의 인공지능, 즉 AI인데 자연어를 해석해 번개 같은 속도로 질문에 답한다. 알렉사는 부모를 대신하는, 아이 눈에는 모르는 것이 없는 정보원이다.
인공지능은 도처에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전화기, 자동차, 쇼핑, 중매, 병원, 은행, 모든 매체에 있다. 그래서인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부사장과 관리자, 팀장, 창업자, 투자자, 스포츠 감독, 정책 입안자들이 너무나도 앞다투어 인공지능을 배우려 한다. 그들은 인공지능이 그들의 사업을 밑바닥부터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다.
우리 세 사람은 남들보다 특히 유리한 입장에서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최근에 등장한 놀라운 기술혁신을 연구하고 성과를 낸 경제학자들이다. 몇 해에 걸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 분야에서 과대포장된 부분을 걷어 내고 결정권자에게 기술이 갖는 의미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법을 알게 됐다.
우리가 세운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럭션 랩Creative Destruction Lab, CDL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초기 단계의 프로그램이다. 당초 CDL은 모든 스타트업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2015년에 우리가 가장 주목한 벤처 사업은 대부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들이었다. 세 번째 해인 2017년 9월 현재, CDL은 세계 어느 곳보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모인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그 결과 이 분야의 많은 리더들이 CDL에 참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토론토를 찾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알렉사를 가동하는 인공지능 엔진의 초기 투자자 중 한 사람인 윌리엄 턴스톨페도WilliamTunstall-Pedoe는 8주에 한 번씩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토론토로 날아와 우리와 합류한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바니 펠Barney Pell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때 미국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에서 85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처음으로 인공지능을 우주 멀리 날려 보낸 적이 있다.
CDL이 이 분야를 장악할 수 있었던 데는 토론토라는 입지도 한몫했다. 토론토는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분야의 주요한 발명들이 태동되고 육성된 곳이다. 예전에 토론토 대학교의 컴퓨터학부에 기반을 두었던 전문가들은 요즘 페이스북Facebook과 애플Apple, 그리고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오픈에이아이Open AI 등 세계 굴지의 산업 인공지능 팀들을 이끌고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곳곳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 기술이 사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에 특히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인공지능은 예측 기술이고, 예측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입력 데이터input data이며, 경제학은 결정의 기초가 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완벽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는 몇 가지 계획도 짜고 어느 정도 운의 힘도 빌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장소에서 기술 전문가와 사업가들을 이어 줄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처음으로 알아낸 중요한 통찰이 제시되어 있다. 즉,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가져다준 것은 지능이 아니라 지능의 중요한 요소인 ‘예측’이다. 아이가 질문을 했을 때 알렉사가 했던 것은 소리를 듣고 아이가 한 말을 예측한 다음 그 말이 찾고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예측하는 행위였다. 사실 알렉사는 델라웨어의 주도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알렉사는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할 때 그들이 특정한 대답, 즉 ‘도버’를 찾는다는 사실을 예측할 줄 안다.
우리를 찾아온 모든 스타트업들은 좀 더 정확한 예측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 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딥지노믹스Deep Genomics는 DNA가 바뀔 때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측함으로써 의료 관행을 개선한다. 치즐Chisel은 증거 자료에서 편집할 부분을 예측함으로써 법률 업무의 관행을 개선한다. 발리데어Validere는 수입 원유에 함유된 수분 함량을 예측함으로써 원유 거래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인공지능의 이런 응용 사례는 가까운 장래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게 될 일의 축소판이다.
인공지능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금방 와닿지 않는다면 우리가 인공지능의 영향력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을 설계한 경험이 없거나 베이즈 통계학을 몰라도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술적 진전을 이뤄 낼 수 있다.
우리는 기업가에게 경영과 의사결정에 미치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설명한다. 학생이나 갓 졸업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좀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고 앞으로의 경력을 발전시키는 문제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우리는 금융 분석가가 벤처 자본가에게 투자 포인트를 개발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한다. 정책 입안자에게 우리는 인공지능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또 그런 변화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경제학은 불확실성, 그리고 불확실성이 의사결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제공한다. 예측이 정확해지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학을 이용하면 사업상의 의사결정에 인공지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차례로 어떤 인공지능 틀이 기업의 워크플로work flow에 대한 가장 높은 투자수익을 가져다줄지 예측하게 해 준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사업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틀을 짤 수 있다. 예를 들면 비용이 적게 드는 예측을 근거로 새로운 경제 현실을 활용해 사업의 규모와 범위를 어떻게 조정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직업에서, 경제력을 집중시키는 기업의 선택에서, 프라이버시에서, 지정학 등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해 일어나는 주요 트레이드오프를 설명할 것이다.
당신의 사업에는 어떤 예측이 중요한가? 인공지능의 진보는 신뢰할 만한 예측을 어떻게 바꿔 가는가? 퍼스널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일자리 구도가 재편된 것처럼, 당신이 속한 산업 분야는 예측 기술의 진보에 대응해 어떤 식으로 일자리를 재편하게 될까? 인공지능은 새롭고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분야이지만 예측 비용의 하락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경제적 툴킷은 아주 견고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사례들도 언젠가는 구식이 되겠지만, 이 책에 실린 프레임워크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향상되고 예측이 좀 더 정확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통찰은 계속 전용될 것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경제에서 성공하기 위한 레시피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트레이드오프’를 강조한다.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프라이버시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동화된다는 것은 통제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우리는 당신의 사업에 최고의 전략을 처방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이 할 일이다. 당신의 회사, 당신의 경력, 당신의 국가에 가장 좋은 전략은 당신이 모든 트레이드오프의 각 방면에서 어떤 식으로 비중을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핵심 트레이드오프를 찾아내고 유불리有不利를 따질 수 있는 방법론적 구조를 제시한다. 물론 우리의 프레임워크를 사용해도 상황은 빠르게 변할 것이다.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다.
키포인트
- 인공지능 분야에서 지금 같은 진보의 물결은 우리에게 지능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지능의 중요한 한 가지 요소, 즉 ‘예측’을 가져다준다.
- 예측은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중요한 입력 데이터다. 경제학은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훌륭한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다. 예측기술의 발전이 미칠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해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의사결정 이론의 익히 알고 있는 오래된 논리를 적용하면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 어떤 것이 최고의 인공지능 전략인지 또는 가장 좋은 인공지능 툴 세트가 무엇인지 같은 물음에는 유일한 정답이 없다. 인공지능에는 트레이드오프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즉 속도가 빨라지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자율성이 높아지면 통제가 안 되며, 데이터가 많아지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는다. 우리는 당신이 조직의 임무와 목표와 관련해 모든 거래의 양쪽 당사자를 평가하고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관련된 각각의 결정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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