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 「누가복음」 18:16
1부
스위트니스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나를 탓할 수는 없어. 내가 한 짓이 아니고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어. 딸아이를 내 다리 사이에서 끌어내고 나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어. 크게 잘못 되었다는 걸. 애가 너무 시커메서 무서웠어. 한밤중 같은 검은색, 수단 사람의 검은색. 나는 피부색이 연한 편이고, 머리카락도 좋아.* 우리가 높은 노란색이라고 부르는 피부색이고, 룰라 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야. 내 가족 누구도 그런 색깔 근처에도 가지 않아. 타르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색인데 애 머리카락은 또 피부와는 어울리지를 않아. 달라 ─ 저기 오스트레일리아의 벌거벗고 사는 부족들 머리처럼 길게 뻗었으면서도 구불구불해. 격세유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도대체 누구의 격세유전이란 말이야? 우리 할머니를 봤어야 해. 할머니는 백인으로 통했고, 그러자 자기 자녀들 누구와도 두 번 다시 말을 안 했어. 어머니나 이모들에게서 편지라도 받으면 바로 돌려보냈어, 열어보지도 않고. 마침내 어머니와 이모들은 아무 말도 안 하겠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할머니를 그냥 내버려두었지. 반 혼혈이거나 사분의 일 혼혈인 쪽들은 당시에 거의 그렇게 했어 ─ 그러니까 머리카락만 백인처럼 생겨먹었으면 말이야. 핏줄에 남모르게 니그로의 피가 흐르는 백인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한번 맞춰봐. 이십 퍼센트, 나는 그렇게 들었어. 우리 어머니 룰라 메이도 쉽게 백인으로 통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 쪽을 택했어. 어머니는 그런 결정 때문에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나한테 이야기해줬어.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을 하러 군청에 갔더니 성경이 두 권 있었는데, 두 사람은 니그로용 성경에 손을 얹어야 했어. 나머지 한 권은 백인들의 손을 위한 것이었어. 성경인데! 말이 돼? 우리 어머니는 부유한 백인 부부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어. 그 사람들은 매끼 우리 어머니가 차려주는 걸 먹고 욕조에 앉아 어머니한테 등을 밀어달라고 했어. 그것 말고도 또 무슨 내밀한 일들을 시켰을지 모르는데, 자기네 성경은 못 건드리게 하다니. 사교 클럽에서, 동네에서, 교회에서, 여학생 클럽에서, 심지어 유색인 학교에서마저 피부색에 따라 ─ 연한 색일수록 좋아 ─ 우리끼리 서로 구분하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그것 말고 달리 어떻게 작은 위엄이라도 유지할 수 있겠어? 달리 어떻게 드러그스토어에서 누가 나한테 침을 뱉는 것을, 버스 정류장에서 누가 팔꿈치로 밀치는 것을, 백인이 보도 전체를 차지할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 도랑으로 걷는 것을, 식료품점에서 백인 손님한테는 공짜인 종이봉투에 5센트를 내는 것을 피할 수 있겠어? 온갖 욕설을 듣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는 이런 모든 것 말고도 훨씬,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 하지만 어머니는 피부색 덕분에 백화점에서 모자를 써보거나 여자 화장실을 이용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어. 아버지는 가게 뒷방이 아니라 앞쪽에서 구두를 신어볼 수 있었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어도 두 분 모두 ‘유색인 전용’ 수도에서는 절대 물을 마시지 않았어.
이런 말 하긴 싫지만, 맨 처음 분만실에서부터 아기, 룰라 앤 때문에 나는 당황했어. 태어날 때 피부색은 모든 아기가, 심지어 아프리카 아기도 다 그렇듯이 창백했지만, 빠르게 변해갔어. 아이가 바로 내 눈앞에서 검푸르게 변해가자 나는 미칠 것 같았어. 실제로 잠깐 미치기도 했다는 걸 알아. 한 번 ─ 겨우 몇 초였지만 ─ 아이 얼굴에 담요를 대고 눌렀거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지, 애가 그렇게 끔찍한 색으로 태어난 것 때문에 아무리 속이 상했다 해도. 어디 고아원에 보내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 하지만 교회 계단에 아기를 두고 오는 어머니가 되기에는 내가 겁이 많았어. 얼마 전에 독일에 사는 부부, 피부가 눈처럼 하얀 부부가, 거무스름한 피부의 아기를 낳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을 겪었다고 들었어. 쌍둥이였던 것 같아 ─ 하나는 백인, 하나는 유색인.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어. 내가 아는 건 내 경우에는, 애한테 젖을 물리는 게 마치 오스트레일리아의 흑인 아이한테 내 젖꼭지를 빨리는 기분이었다는 것뿐이야. 그래서 집에 가자마자 젖병을 물리기로 했어.
남편 루이스는 기차역에서 잡역부로 일하는데 집으로 돌아오자 정말 미친 여자를 보듯 나를 봤고 목성인을 보듯 아이를 봤어. 그는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입에서 “염병할! 도대체 이게 뭐야?” 하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그렇게 된 거야 ─ 그래서 그 사람과 싸우게 됐지. 우리 결혼은 박살이 났어. 함께 삼 년을 잘 살았는데 애가 태어나자 그 사람은 나를 탓했고 룰라 앤을 마치 남처럼 취급했어 ─ 아니, 그 이상이었지, 원수 취급했어.
그 사람은 애한테 손도 대려고 하지 않았어. 나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거든. 우리는 계속 싸웠고 그러다 결국 나는 아이가 검은 건 그의 집안 때문이라고 말해버렸어 ─ 우리 집안 때문이 아니고. 그러자 사태는 더 악화됐어. 너무 나빠져서 그 사람은 그냥 일어나 집을 나가버렸고 나는 다른 살 곳, 더 싼 곳을 찾아야 했지. 집을 구하려고 주인을 만나야 할 때는 아이를 데려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았기 때문에 아이는 십대인 사촌에게 맡겼어. 어차피 평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다니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기도 했고. 유모차에 태워 밀고 가면 친구들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몸을 기울여 안을 들여다보고 뭔가 좋은 말을 해주려다가 깜짝 놀라거나 뒤로 펄쩍 뛰며 얼굴을 찌푸리기 때문이었지. 그게 상처가 됐어. 나와 아이의 피부색이 반대였으면 잠시 아이를 맡은 척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을 텐데. 유색인 여자가 ─ 아무리 높은 노란색** 여자라 해도 ─ 도시의 살 만한 곳에 셋집을 얻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 룰라 앤이 태어난 90년대에는 세놓을 사람을 차별하는 걸 금하는 법이 있었지만 많은 집주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어. 집에 들이지 않을 이유를 꾸며댔지. 하지만 리 씨를 만난 게 내게는 행운이었어. 물론 그는 광고에 냈던 것보다 집세를 7달러나 올려 받았고, 돈이 일 분이라도 늦으면 발작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아이한테는 나를 ‘어머니’나 ‘엄마’ 대신 ‘스위트니스’라고 부르게 했어. 그게 더 안전했으니까. 그렇게 검은데다 내가 보기에는 입술마저 너무 두툼한데 나를 ‘엄마’라고 부르면 사람들이 헛갈리잖아. 게다가, 눈 색깔도 야릇해. 까마귀처럼 검은데 푸르스름한 색조도 섞여 있어서, 여기에도 뭔가 마녀 같은 데가 있어.
*일반적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곱슬곱슬하고 뻣뻣한 머리카락과 다르면 좋다고 말한다.
**흔히 피부가 밝은 색일수록 높은 계급에 속한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우리 둘이서만 살게 되었는데, 남편한테 버림받은 여자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거야. 루이스는 그렇게 우리를 떠난 뒤 마음이 좀 안 좋았던 것 같아. 몇 달 지나고 나서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알아내 한 달에 한 번씩 돈을 보내기 시작했거든. 내가 부탁한 적도 없고 그 돈을 받아내려고 법정에 간 적도 없는데 말이야. 루이스한테 50달러 우편환을 받고 나도 밤에 병원에서 일을 한 덕분에 나와 룰라 앤은 복지수당에서 벗어나게 됐어. 잘된 일이었지. 그런데 그걸 복지수당이라고 부르지 말고 우리 어머니가 어렸을 때 사용하던 말로 다시 바꿔 부르면 좋겠어. 그때는 그걸 ‘구호금’*이라고 불렀거든. 훨씬 낫게 들리잖아. 자리를 잡기까지 단기간 숨 돌릴 여유를 주는 것일 뿐이니까. 게다가 복지수당 담당 직원들은 마치 침을 뱉는 것처럼 비열하게 군다니까. 내가 마침내 일자리를 얻어 더는 그 인간들을 볼 필요가 없었을 때 나는 그 인간들이 벌어본 적이 없는 액수의 돈을 벌고 있었어. 그 인간들은 우리한테 비열하게 굴면 빈약한 봉급이 불어나는 느낌인가봐, 그래서 우리를 거지처럼 대한 거야. 룰라 앤을 보다가 다시 나를 볼 때면 더 심했어 ─ 내가 뭘 속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어쨌든 형편은 나아졌지만 그래도 계속 조심해야 했어. 애를 키우는 문제에서 아주 조심해야 했다고. 엄격해야, 아주 엄격해야 했어. 룰라 앤은 얌전하게 구는 법을, 머리를 숙이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어. 아이가 이름을 몇 번 바꾸든 그건 상관없어. 피부 색깔은 그 아이가 늘 지고 다녀야 할 십자가야. 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야.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아니야.
*.relief. 힘든 것을 덜어준다거나 안도한다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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