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에 있어요.
창으로 밖을 내다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살펴보고 있어요.
창밖의 도시는 우리가 잘 아는 곳이지만
우리가 처음 보는 모습이에요.
창밖의 도시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해요.
가게들은 닫혀 있고,
창문들은 캄캄하고,
이웃들은 모두 집 안에 있어서 안 보여요.
도시의 소리는 나지막하고,
거리는 거의 비었어요.
하지만 아주 빈 건 아니에요.
아직도 길에 사람들이 조금은 있거든요.
가지각색 탈것을 타고 이곳저곳 움직이는 그들은
우리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들이 밖에 있는 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해 주기 위해서예요.
바로 그들이 도시를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이지요.
밖에는 아직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집으로 배달이 올 때도 있어요.
문 앞까지 오지요.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가져다주어요.
가게로 배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럴 땐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빈 진열대를 다시 채울 만큼 잔뜩 식료품을 배달하죠.
밖에는 버스와 전철에도 아직 사람들이 있어요.
운전하는 사람이 있고,
타는 사람도 있지요.
그중에는 가게로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겠죠.
도시의 주민들에게
콩과 밀가루와 쌀을,
비누와 수프와 스파게티를 계속 팔아야 하니까요.
물론 화장지도요.
다른 사람들이 집에 갈 수 있도록 계속 차를 모는 사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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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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