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콜로마는 내 어린 시절 가장 좋은 친구 중 하나였습니다.
재미있고, 똑똑하고, 카우보이 부츠를 즐겨 신는 아이였어요.
나와 같은 골목에 살았던 오콜로마는 친오빠처럼 나를 돌봐주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서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함께 많이 웃었답니다.
오콜로마는 처음으로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른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열네 살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와 오콜로마는 그동안 읽은 책에 대해 말씨름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콜로마가 하던 말을 멈추더니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습니다.
“너 페미니스트 같아.”
그때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리고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오콜로마가 모르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그 문제는 제쳐 두고 책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전을 펼치고 그 단어를 찾아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
.
.
.
.
우리 사회는 여자아이들에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도록 가르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에게는 그러지 않지요.
남자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남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될지
걱정하도록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회는 여자아이들에게 화내거나 공격적이거나 거칠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렇지만 여자아이들에게 금기된 행동을 남자아이들이 하면 칭찬하거나 편들어 줍니다.
세상에는 여자들에게 남자의 마음을 끌거나 기쁘게 하기 위한 행동을
알려 주는 잡지 기사나 책이 넘쳐 난답니다.
반면에 남자들에게 여자를 기쁘게 하는 법을 알려 주는 글은 훨씬 적어요.
나는 라고스에서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한번은 젊은 여성인 학생이 내게 말하더군요.
친구가 내 페미니즘적 주장을 귀담아듣지 말라도 했다는 거예요.
내 의견이 그 학생의 결혼 생활을 망칠 수 있다면서요.
결혼을 망칠 거라는 말, 아예 결혼하지 못할 거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자주 하는 협박입니다.
이처럼 불공평한 상황은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드는 일에 함께하자고 모두에게 요청합니다.
지금보다 더 공정한 세상,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사아가면서
더 행복해진 여자들과 남자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맨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을 지금과는 다르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
.
.
.
.
처음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가르칠 내용에 대한 것 때문이 아니라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립글로스를 바르고 치마를 입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투박한 정장을 입었답니다. 그때 나는 만일 내가 너무 여성스럽게 입는다면
학생들에게 진지한 인상을 못 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겁니다.
여자가 덜 여성스럽게 입을수록 진지하게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회의에 참석할 때 어떤 옷을 입어야 남들이 자기를 진지하게 대할까
고민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여자는 고민합니다.
그날 투박한 정장을 입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줄 자신감이 그때도 있었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걸
가르칠 수 있었을 거예요. 더 편안하고 완전하고 진실된 나 자신이었을 테니까요.
그 후로 나는 나의 여성스러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답니다.
나는 여성스러운 면이 있는 내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존중받을 만한 존재이니까요.
나는 여성스럽습니다. 여성스럽고 행복합니다.
하이힐을 좋아하고, 립스틱을 바릅니다.
남자에게 받는 칭찬도, 여자에게 받는 칭찬도 다 좋지만 남자들이 싫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옷도 입습니다. 내가 그 옷이 좋고, 그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으니까요.
내 삶의 이런저런 선택에 ‘남자들의 시선’이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답니다.
.
.
.
.
.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