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 몸은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튼 칙칙하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이 몸은 그곳에서 처음 인간이란 것을 보았다.
나중에 들어 보니 그 인간은 서생이라고 하여,
인간 중에서도 가장 독하고 사나운 종족이라고 한다.
이 서생이라는 놈은 우리를 붙잡아 삶아 먹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손바닥 위에 잠깐 앉아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란 놈과의 첫 만남인 셈이다.
그때 참 묘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털로 뒤덮여 있어야 할 얼굴이
반질반질한 게 꼭 대머리 같았다.
이 몸의 주인은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데
집에 돌아오면 하루 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영 나오지를 않는다.
식구들은 주인이 대단한 공붓벌레인 줄 안다.
가끔 이 몸이 살그머니 서재를 들여다보는데,
주인은 걸핏하면 낮잠을 잔다.
때로는 읽던 책에 침을 질질 흘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