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19년이 흘렀습니다. 기적의도서관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의미 있는 곳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한 달에 한 번, 기적의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 봅니다. 첫 번째로 이용자에서 관장이 된 진해기적의도서관의 주홍진 관장, 19년간 봉사를 해 온 김미라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김미라라고 합니다. 도서관이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처음에 진해기적의도서관이 들어설 때 이 동네주민이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진해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기적의도서관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을 때 사막에 나무그늘과 숲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아이 손잡고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다니 진짜 꿈만 같았거든요. 그때는 여기에 아파트가 막 지어질 때였어요. 아이들과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도서관이 들어선다 하니까 다들 반기고 좋아하는 분위기였죠.
―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를 낳고 나서 ‘동화읽는어른모임’을 했었어요. 당시 진해에 일반 공공도서관이 있었는데, 그때 도서관은 너무 딱딱했잖아요. 조용히 해야 되고 아이들이 울면 어떻게 할 수 없는 곳이어서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어요. 마침 「느낌표」MBC 프로그램에서 기적의도서관, 어린이 전문 도서관을 세워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들끼리 “바로 저거다. 우리 진해에 기적을 세울 수 있게 우리가 서명 운동을 하자”고 했어요. 매일 거리에 나가서 시민 한 분 한 분 붙잡고 “여기 서명해 주세요. 우리 진해에 기적의도서관이 들어설 수 있게 해주세요” 했어요. 그때 진해 인구수가 얼마 안 됐을 때인데도 서명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서명 운동지가 가득 쌓였어요. 진해 시민들의 힘이 합쳐져서 진해시가 선정이 된 거예요. 선정 후에 「느낌표」를 진행하던 유재석 씨, 김용만 씨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진해시를 돌아본 기억이 나요.
저는 진해기적의도서관이 세워지는 과정을 계속 지켜봤어요. 처음에 빈터였던 곳에서 조금씩 공사가 진행되는 걸 보면서 도서관이 빨리 세워지길 바랐어요. 그러다 도서관이 개관할 때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고 하니까 당연히 지원했죠. 아직 도서관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을 때 바닥 닦고 유리창도 닦고 서가 하나하나 정리해갔어요.
― 자원활동을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도 있을 것 같은데, 19년간 자원활동을 하실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아이랑 책, 그 두 가지가 저한테는 자원활동가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든 힘이었던 거 같아요. 처음에 자원활동하면서 했던 게 책 읽어주기였거든요.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집중하고 재미있어했어요.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 다 들어오셔서 박수도 치고 웃어 주셨어요. 그런 걸 경험하면서 이게 말로는 봉사고 자원활동이지만, 사실은 아이들과 이용자분들이 저한테 봉사를 해주고 계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고 좋은 거예요. 그런 게 제가 자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싶고요. 힘든 점은 거의 없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아이들하고 눈 맞추고 같이 책 읽는 게 저한테는 기쁨이에요.
― 많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기자단 활동했던 아이들이 기억에 남아요. 기자단은 지속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다 봐 왔어요. 그 아이들이 지금 대학생이 됐어요. 대학에 가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성장했던 것이 좋은 어른이 되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죠.
자원활동을 하면서 저도 성장했어요. 그리고 이게 제 직업이 됐어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였거든요. 어떡하면 내 아이한테 좋은 책을 읽어줄까, 하는 마음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책 읽어온 걸 같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걸 좀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없을까’ 하면서 독서 지도를 하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게 되고, 아이들 데리고 밖에서 놀면서 놀이 숲 체험 강사도 됐죠. 도서관 자원활동이라는 게 도서관과 제가 함께 성장해가는 활동이 된 거죠.
― 도서관의 자원활동가는 매우 중요하지만, 요즘엔 도서관에서 자원활동가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해기적의도서관에는 여전히 많은 자원활동가가 계신데, 진해기적의도서관 자원활동의 특징이 있나요?
집마다 분위기가 다르듯이 진해기적의도서관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공공도서관에 비해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요. 그렇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장님의 마인드라든지 도서관에 근무하시는 분들의 생각이 유연해야 되거든요. 진해기적의도서관은 관장님과 도서관 직원분들이 대부분 오래 근무하셔서 서로 잘 알아요. 도서관에 오면 따뜻하고 편안하니까 자원활동하러 오신 분들도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거죠. 또 관장님의 마인드가 열려있기 때문에 잘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점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 19년 동안 자원활동을 하시면서 도서관의 변화를 지켜보셨는데, 앞으로 진해기적의도서관이 어떤 도서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도서관도 더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도서관만의 아날로그적인 부분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온 가족이 손잡고 와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읽어주고,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스마트폰에서 책으로 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새로운 기적의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서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도서관이 살아 움직이고 아이들이 책을 손에 쥐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이 근처 동네가 석동이죠. 석동 혹은 진해 주민들께 진해기적의도서관은 어떤 의미일까요? 딱 한 문장으로 말씀해 주세요.
진해기적의도서관은 아이들의 꿈이다.
(2022.06.10.)
★ 인터뷰 및 글 : 서동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