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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와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함께한 15년
책여우
모이는 곳
제주시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주부
추천 도서
① 『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글·그림 / 이현정 옮김 / 비룡소 펴냄
② 『행복을 파는 상인』 다비데 칼리 글 / 마르코 소마 그림 / 최병진 옮김 / 주니어김영사 펴냄
③ 『내 이름은 아가』 박수현 지음 / 김송이 지음 / 도깨비달밤 펴냄
④ 『리버보이』 팀 보울러 지음 / 정해영 옮김 / 놀 펴냄
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 / 창비 펴냄
제주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는 15년째 운영되는 독서동아리가 있다. 바로 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인 ‘책여우’다. 동아리를 오래 유지하려면 어떤 힘이 필요할까. 그 비결을 알고 싶은 마음에 눈을 반짝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ZOOM을 통해 제주의 ‘책여우’ 팀과 연결이 됐다.
공감과 치유의 독서동아리
“30~50대 연령층의 엄마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는 청소년 책 중심으로 읽고 서평을 쓰면서 서로의 삶까지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년 책을 읽다 보니 뇌가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소통하기에도 좋고요.”
“책을 함께 읽으면서 엄마들이 많이 우세요. 아무래도 다들 엄마이다 보니까 엄마라는 주제로 공감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책을 매개로 서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런 시간을 통해 내 안에 쌓인 것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아요.”
2020년은 ‘청소년 책의 해’다. ‘책여우’에서는 매번 어떤 주제의 책을 읽을지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데, 올해는 청소년 책의 해를 맞아 관련 주제를 선정했다. 작년까지는 주로 그림책 위주로 책을 선정했는데, 청소년 책이나 그림책은 글밥이 적어 읽는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육아나 일로 인해 바쁜 엄마들은 새벽이나 밤 시간 잠깐의 여유를 내서라도 책을 읽어온다고 한다. 또 아무래도 성인 책보다는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회원들 각자에게 ‘책여우’란 어떤 의미인지 묻자 ‘편안한 안식처’, ‘삶의 숨통 같은 것’,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과 같은 대답이 나왔다. 모임장을 맡은 김미영 님은 제주도 토박이가 아닌 이주민인데, “제주살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독서동아리 덕분”이라고 했다. 마음 둘 곳 없던 제주에서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 동아리 덕분에 현재 모임 장까지 맡아 활동하는 중이라고. 이런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개개인의 화합도 있지만,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큰 역할을 했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도서관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1998년에 개관한 작은 사립 도서관이다. 관장이 따로 없고 자원활동가들 중심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떠들어도 괜찮아서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오기에 편한 공간이다. 운영비는 후원회로부터 받아서 충당하고, 도서 구입도 자율성이나 다양성을 열어놓아 동아리원들이 원하는 책을 구입하기에 용이하다. ‘책여우’의 원년 회원이자, 지금은 자원활동가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수일 님은 도서관이 동아리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동네 사랑방처럼 커피도 마시고 간식도 먹고, 웃고 울고 인생 상담도 해요. 삶의 공간 같은 곳이에요. 사람들이 늘 드나들어서 회원 모집에 대한 어려움이나 목마름은 없어요. 아무래도 어린이도서관이다 보니까 방문하는 사람들도 동심이 살아 있어요.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게 우리 동아리의 15년 운영 비결 같아요.”
‘책여우’도 초반에는 도서관에 사람이 모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모인 회원들이 책 축제나 행사 때마다 도우미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일을 함께 기획했다. 다들 사랑방처럼 편한 공간에서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보다 진솔하고 편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카페www.seoli.kr/m에 들어가면 2007년부터 ‘책여우’의 기록을 볼 수 있는데, 그간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15년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 보관되어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함께 책을 읽은 후 도서관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회원들끼리 업사이클링 전시품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을 물으니 “1박 2일간 진행했던 책 축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비닐을 끼우고 책과 관련된 그림도 그리고, 큰 기차를 꾸미는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행사를 진행하느라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는 말을 듣고, 함께한 오랜 시간이 이 동아리를 끈끈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책여우’에도 최근 고민이 생겼다. 바로 동아리 진행 방식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동아리 모임도 계속 연기되었다. 상대적으로 육지보다 코로나에 큰 영향이 없던 제주도 거리 두기 기간으로 인해 도서관들이 문을 닫았다. 모일 장소가 사라지니 모임을 진행할 수 없었다. 한 회원은 그동안 모임을 하며 큰 어려움이나 위기가 없었는데, 이번이 위기인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비록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있지만, 15년간 다져온 커뮤니티의 힘이 있기에 이 상황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더 단단해질 ‘책여우’를 응원한다.
★ 취재단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