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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기반으로 만난 사람들
즈베즈다
모이는 곳
서울 삼청동 갈다 책방
모이는 사람들
30~40대 성인
추천 도서
① 『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글 · 그림 / 뿌리와이파리 펴냄
②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정인경 지음 / 여문책 펴냄
③ 『나의 과학자들』 이지유 지음 / 키다리 펴냄
④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 이덕환 옮김 / 까치글방 펴냄
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동아리 ‘즈베즈다’ 인터뷰에 앞서, 9월 13일에는 ‘즈베즈다’와 ‘과학 책방 갈다’이하 ‘갈다’가 함께 진행한 책 강연이 있었다. 강연 제목은 ‘과학자가 읽어주는 문학’이었다. 과학 이론을 통해 문학 읽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개입주의, 다윈주의 문학비평에 관해 소개했다. 강연은 현장 참여 외에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다소 생소한 주제지만 10대 학생도 온라인을 통해 열심히 듣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우선 ZOOM을 통해 강연을 듣고, 그로부터 3주 뒤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만남이 조심스러웠던 때라 인터뷰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즈베즈다’ 회원들, ‘갈다’에서 모이다
‘즈베즈다’는 과학 분야의 책만 읽는 동아리다. 동아리 결성 전까지 아무런 접점이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물었는데, 그 시작에는 ‘갈다’가 있었다.
“신문을 통해 ‘갈다’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봤어요. 그 이후 책방에서 진행하는 『코스모스』 책 읽기 모임에 참여했죠.” - 추서연
“개기일식 여행에 참여했다가 ‘갈다’에 자주 들르는 참여자를 알게 되었어요. 함께 어울리다 보니 어느덧 ‘갈다’에서 놀고 있더라고요.” - 이미영
“과학 팟캐스트나 대중 강연으로 ‘갈다’를 만든 이명현 박사님에 대해 알고는 있었어요. 이후 독서 모임에 한 번 참여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소영호
2018년 6월에 문을 연 ‘갈다’는 천문학자인 이명현 박사와 110명의 주주가 모여서 만든 과학 분야 전문 책방이다.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곳’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으며, 현재 과학책 작가들의 강연, 북 토크 등이 이곳에서 활발하게 열린다.
이렇게 ‘갈다’를 알게 된 사람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독서동아리를 결성했다. 과학책 읽기라고 해서 이공계 전공자들만 회원은 아니다. 여행 드로잉 작가, 사회계열 전공자, 인문학도 등 다양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한 장소에 모인다. 공간의 목적성이 뚜렷한 장소이기에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더 쉽고, 결속력 있게 뭉칠 수 있었다. 회원들은 ‘갈다’에 모여 시즌별로 주제를 정해 과학 서적을 함께 읽는다. 천체, 우주론, 진화론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 서적을 읽고 열린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9월 책 강연도 회원들이 모두 ‘갈다’를 기반으로 모이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이명현 박사와 함께 기획했다. 회원 중 한 명은 강연 사회를 맡기도 했다. 이렇듯 ‘즈베즈다’는 책방 안에서 재미있는 활동을 하며, 가늘고 길게 모임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의무감이나 소속감으로 동아리를 이어나가기보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편한 모임이 되고자 한다.
과학책, 어렵지 않아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국내 출판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에 발행된 과학책은 총 2,999종이다. 반면 문학책은 과학책과 비교했을 때 약 2.7배 정도 더 다양한 책이 나오고 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과학책을 어려워하는 인식도 그 이유에 한몫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인식을 넘어서고 과학책을 읽을 수 있을지, ‘즈베즈다’ 회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스포츠 룰도 사실 제대로 알려면 진입장벽이 높잖아요. 그런데 유독 과학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사람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회원들도 동아리를 하기 전까지는 과학책 읽기가 어려워 도전했다가 실패하곤 했다. 따라서 과학 자체를 어렵게 느끼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했다. 그래도 회원들은 ‘일단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을 갖고 책을 읽어보기를 권했다. 미술관, 박물관을 갈 때도 모든 역사나 작가의 사상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듯, 열린 마음을 갖고 여러 번 반복해서 과학책을 읽다 보면 낯설던 용어도 익숙해지고, 이론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부터 모든 과학사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것. 이는 ‘즈베즈다’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책이 과학책이다. 특히 회원들이 함께 책을 주제로 토론할 때 그 재미는 배가 된다. 인문학책은 각자의 가치관 차이로 끝나지 않는 토론이 벌어질 때가 있지만, 과학책은 증명된 내용을 기반으로 만든 책이라 깔끔하게 책 내부의 이야기로만 토론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책에 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저자가 단순히 지식 전달용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코스모스』도 지식 전달만이 목적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고민할 수 있는 철학적인 책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관점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사실 같은 뿌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책 읽기를 통해 알아가며 과학이라는 분야에 흥미를 더할 수 있다. ‘즈베즈다’도 『코스모스』, 『혜성』 등 어렵게 느껴지던 책을 독파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소영호 회원은 “사실 무언가를 처음 접하면 다 어려워요. 그런데 유독 과학책은 ‘쉬운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요. 과학에만 엄격하게 들이대는 잣대가 조금은 너그러워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애초에 한 분야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쓴맛 뒤의 단맛을 느끼기 위해 ‘즈베즈다’처럼 과학책에 성큼 다가가고자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과학이 재미있어질 수 있다.
★취재단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