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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없이 열중하는 것, 우리의 ‘동심’을 찾아서
이오덕 읽기 모임
모이는 곳
서점 ‘책과 아이들’
모이는 사람들
직장인, 주부 등
추천 도서
① 『삶을 가꾸는 글쓰기』 이오덕 지음 / 보리 펴냄
②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이주영 지음 / 보리 펴냄
③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펴냄
④ 『한티재 하늘』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 권정생 지음 / 양철북 펴냄
한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 이오덕李五德, 1925-2003. 문학가로서도, 교육자로서도 그의 철학의 바탕은 아이들과 함께한 삶이었다. 이오덕은 아이들이 하는 말과 글, 그림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말로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이었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책과 아이들’은 20년 넘게 어린이 문학을 즐기고 어린이 문학정신을 지켜가는 마을 서점이다. 지난 2012년 서점에서 진행된 ‘이오덕 글쓰기 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라는 부모 강연 이후 지금까지 ‘이오덕 읽기 모임이하 ‘이오덕 모임’’이라는 독서동아리가 진행되고 있다.
동아리의 총무를 맡고 있는 공소연 씨는 “서점 ‘책과 아이들’에서 진행한 강연을 통해 이오덕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후 서점의 책 사랑방에서 독서동아리까지 진행되어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맺고 있다”며 처음 독서동아리가 시작된 계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도 엄마가 처음이라
다양한 직업의 워킹맘이 모여 독서동아리를 시작한 지 어느덧 8년. ‘이오덕 모임’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엄마’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김규연 씨는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많았고, 주변사람들만큼 사교육도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많았다”며, “하지만 독서동아리를 할수록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아이들 크는 모습을 좀 더 소중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독서동아리를 할수록 부모와 아이의 고민을 조금씩 구분하며 분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사회를 바라보는 울타리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라고.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아이와 부모-자식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문은경 씨도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더라도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서로 공유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처럼 아이는 키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며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동심’이라는 말이 너무 놀라웠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동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심을 뺀 마음,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이자 살아가는 이야기 자체가 동심이었다”며 아직 우리에게도 동심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두들 이오덕 선생의 책과 독서동아리를 통해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 = 우리의 이야기
‘이오덕 모임’을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그 속엔 각자의 삶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독서동아리에서는 친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하거나 쑥스러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도 나누며 오랫동안 쌓여온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을 통해 마음을 치유 받는 것 같다는 하인선 씨는 “공감대가 잘 통해 더 소통이 잘 되었던 것 같다”며 “책을 읽으면서도 그렇지만 독서동아리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어 온전히 마음 둘 곳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적시에 강연을 듣고, 독서동아리가 만들어지면서 어느덧 회원들은 서로의 일상에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 전에, 각자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에 더 특별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은 발표회를 통해 들려주기도 하고, 소책자를 만들어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나가기도 했다.
공소연 씨는 “독서동아리를 넘어 기고나 발표회 등에 참여하니 결과물도 쌓이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독서동아리를 통해 얻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아이들과 시, 노래를 함께 부르거나 생활 연극에 참여해 추억을 만들었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글쓰기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삶’
이오덕 선생은 교육 철학도 남달랐지만, 우리말 글쓰기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으로 살 수 있게 하려면 바르고 쉬운 말을 써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고 『우리글 바로 쓰기』, 『우리 문장 쓰기』 등을 집필하였으며, 마지막까지 우리말 운동에 온 힘을 다했다.
‘이오덕 모임’에서도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 쓰기』 등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규연 씨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말, 우리글로 쓰인 문학으로 교육하는 것도 결국 동심을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처럼, 지금은 막막하고 어렵지만 우리 말로 쉽게 말하듯 글을 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보려 한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들려주었다.
글쓰기는 그들에게 명확한 주제이자 앞으로 나아갈 목표였다.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삶을 가꾸는 글을 쓰는 것.
자기를 사랑하고 동무를 사랑하고 자기 둘레에 눈길을 주는 사람을 자라나게 하는 것이 좋은 문학작품이다.
─ 이오덕
독서동아리와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었던 중심에는 ‘교육 철학’이 있었지만, 그 중심을 감쌌던 것은 그들의 삶이자 이야기였다. 독서동아리를 하면 집에 가기 싫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이오덕 모임’. 이 모임에는 특별한 규칙도 없다. 날짜와 시간 외에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그렇게 자유로이 지낸 시간 동안 서로의 아이가 커가고 가족 대소사를 함께 지켜보면서 삶을 공유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한 회원들.
더도 말고 지금처럼만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모임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이오덕 모임’. 앞으로도 서로의 삶과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도록 장수 독서동아리로 남길 응원해본다.
★취재단 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