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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기 위한 독서, 조선학교와 함께하다
독서동아리 ‘연지’
모이는 곳
몽당연필 본부
모이는 사람들
몽당연필 후원자, 재일조선인 연구자, 출판사 직원 등
추천도서
·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 (운건차 지음, 창비 펴냄)
· 르포 교토 조선학교 습격사건 (나카무라 일성 지음, 도서출판품 펴냄)
·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 (배지원, 조경희 엮음, 선인 펴냄)
·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김창생 지음, 전망 펴냄)
· 혐오표현은 왜 재일조선인을 겨냥하는가 (량영성 지음, 산처럼 펴냄)
우리가 외면한 동포, 재일조선인 그들은 누구인가
재일조선인은 일제 식민지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거주하게 된 교민을 가리킨다. 이들은 생활기반을 빼앗겨 도일하거나, 강제노역 등으로 자의와 무관하게 일본에 거처를 옮기게 된 사람들이다. 해방 이후 대다수가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60만 명의 교민들은 미처 돌아오지 못하거나 일본에 잔류하기를 선택했다. 일본에 남은 재일조선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미래를 꿈꾸며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한 국어강습소를 만들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교가 만들어졌고, 동포들의 도움으로 조선학교가 세워졌다.
기나긴 역사의 고통과 해방의 기쁨을 함께한 재일조선인은 우리의 동포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일본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인 고국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살아가야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음에도 일본인이 될 수 없었던 사람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건너간 땅에서 또다시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 자신의 본거지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이들을 재일조선인이라 부른다.
독서동아리 ‘연지’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한데 모였다. 또한 재일조선인, 조선학교에 대한 편견을 교정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의 역사 왜곡을 수정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기 위해 함께 읽는다. ‘연지’ 회원들은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와 같은 재일조선인·조선학교 역사서부터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등 재일조선인 문학작품을 읽으며 이들이 처한 현실과 삶의 형태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로
독서의 목적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적을 찾는 수단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얻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즉, 독서를 위한 첫걸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개인의 발전에 대한 욕구에 있다. 하지만 독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서도록 인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독서의 순기능은 개인의 이기심을 공동체에 대한 이타심으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지’는 독서의 지평을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확장하고 있다. 회원들은 자신과 무관하게 보일 수 있는 소수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재일조선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지’와 재일조선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지’ 회원들이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박종분 회원은 재일조선인을 위한 순회공연을 보면서 재일조선인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 후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가면 조선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며 말을 이었다. 기준성 회원 또한 우연한 계기로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가 처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재일조선인에 관해 서술된 역사서를 읽게 된 것이다. 그 후 방송 매체를 통해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재일조선인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전부터 재일조선인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던 윤송아 대표는 〈몽당연필〉 강사로 초빙되면서 ‘연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어서 윤송아 대표는 국내에 재일조선인과 관련된 저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많지 않다며 연구자로서 ‘연지’라는 모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원들이 재일조선인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우연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들 모두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현재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몽당연필〉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 약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한 첫걸음이다. 이들을 위해 선뜻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회원들은 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듯하다.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에 대한 바람
이날 회원들은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를 읽으며 재일조선인의 정체성 확립 문제부터 교육 문제까지 재일조선인이 현재 직면한 사회적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회원들의 목소리는 간결하지만 사뭇 진지했다. 때로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으며 이내 차분해지기를 반복했다.
재일조선인이 일본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된 생활을 하는 데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 회원들의 이야기다. 남과 북에서 함께 경제적·교육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재일조선인을 차별한다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학교를 인정하는 것은 곧 일본 내에 재일 동포들이 많아지게 된 역사적 원인을 인정해야 하므로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와 재일 동포를 차별하고 있었다. 1949년 일본은 전국의 조선학교를 강제 폐쇄하고, 조선학교를 국비 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정치적 관점으로 재일조선인을 압박하기도 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본거지를 찾아 방황하는 삶을 살아왔을 재일조선인에게 ‘연지’ 회원들은 일종의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반도의 불행한 과거, 남과 북으로 갈라진 아픈 상처까지 모두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조선학교다. 조국은 둘로 갈라져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고, 동포들이 돌아와 살 기반도 마련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본 땅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연지’의 바람은 우리가 역사의 아픈 손가락인 재일조선인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보듬어주자는 것이다.
‘연지’는 이어서 재일조선인의 문학적 기반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문학작품이 언어적 한계로 인해 쓰이지 못하거나, 정치적 이유로 출간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의 문학이 널리 알려지면 재일조선인이 처한 정치적 차별이 공론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들의 삶의 질 또한 개선될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회원들은 조선학교가 단순히 재일조선인을 교육하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으로는 동포들과 문화 교류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타인에게 이타심을 보이는 행동에 대해서는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종종 안쓰러운 시선을 보낸다. 이러한 현실에서 타인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는 모습은 쓸데없는 행동으로 폄하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내 것을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는 마음은 정신적 성숙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받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더 값지다.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소수자, 약자들의 문제는 비교적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재일조선인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무관심하기 때문에 더욱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소외된 곳에서도 빛나는 마음으로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기에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육소연(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