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베이트리 독서 모임’
모이는 곳 _ 부산 대연동 ‘카페위드’ 등
모이는 사람들 _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추천도서
1.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3.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4. 회색 인간 (김동식 지음, 요다 펴냄)
5.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예담 펴냄)
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7. 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벤 라이스 지음, 아이세움 펴냄)
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민음사 펴냄)
9. 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 지음, 부키 펴냄)
10. 콰이어트 (수전 케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7월의 어느 월요일 저녁, 도란도란 모여앉아 테이블 위에 황정은 작가의 『아무도 아닌』을 두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때론 공감하고, 때론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며 그 시간은 오롯이 소설에 집중된다. 『아무도 아닌』은 8개의 단편소설이 모인 단편집인 만큼 참가자마다 인상 깊었던 단편도 다르고 같은 내용을 읽고도 느낀 점도, 생각하는 바도 다르다. 하지만 모임원 모두 책을 읽고 느꼈던 바에 대해 막힘없이, 그리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스케치북은 모임원들의 생각들로 가득 채워진다.
올해 3월부터 함께 한 구봉성 씨는 “독서 모임을 하면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과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팀원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곁들어지니 내가 읽었던 책이 더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독서 모임의 매력에 빠져 올해 벌써 독서동아리 12년 차라는 마종윤 씨는 “독서는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독서 모임은 함께 나누면서 더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며 “모임 내에서 평등한 관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모임원 모두 더 즐겁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독서 모임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이 모임은 월요일 밤 문학 소설과 함께 한다는 ‘문문’으로, 연합 독서동아리 ‘베이트리’에서 인기있는 모임 중 하나이다. ‘문문’ 외에도 민음사의 세계전집을 읽거나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베스트셀러를 읽는 모임 등 8개의 모임이 운영되고 있으며, 무려 매 분기 60명 이상의 참가자가 ‘베이트리’를 찾는다.
‘베이트리’는 2년 전 ‘월계수 독서단’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베이트리’를 이끄는 장재근 씨는 월계수가 올림픽 우승자에게 씌워주는 월계관으로, 영광과 승리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늘 푸른 상록수이고 요리에 향신료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월계수의 이미지나 느낌이 책과도 잘 어울려 월계수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모임이 순탄하게만 흘러갔던 것은 아니다. 우리도 우여곡절도 있었고, 모임원들끼리 의견이 달라 논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어 지금의 베이트리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그런 수차례 조정 끝에 ‘베이트리’에는 몇 가지 규칙을 정해졌다. 첫째, 서로를 존중할 것. 둘째, 높임말을 사용할 것. 셋째, 이름 외 개인의 인적사항 공개는 자유롭게 둘 것. 이런 규칙을 통해 나이 차이 등에서 발생하는 수직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오롯이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최소한의 규칙이지만 덕분에 모임원들이 편하고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
“독서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취미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소한 행위일 수 있지만, 변화하고픈 사람의 마음에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독서의 진정한 가치이지 않을까 싶다. 독서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 시너지가 될 수 있기에 대중화되어야 하고 독서만큼 폭넓은 문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장재근 씨는 말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같은 책을 읽고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그 자체가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행위이고, 같은 공간에서 문화를 만들어 내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우리가 책을 통해 습득하고 깨닫게 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얻는 것은 더 많다. 그게 독서 모임이 가지는 힘이라 생각한다. 많이 사람들이 책을 넘어 독서 모임을 통해 진정한 독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는 부산에서 유명한 청년 독서 모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아직도 장재근 씨는 더 나은 독서 모임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독서동아리가 책을 통해 재밌게 노는 모임으로 이어질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 끝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지난 7월 1일 진행된 『회색인간』 저자 김동식 작가의 강연회이다. 『회색인간』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만큼 강연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강연회도 생각보다 많은 분의 관심이 있어 독서 모임을 하는데 새로운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에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지 않나 싶다”며 앞으로도 그는 다양한 이벤트와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트리’가 지향하는 바는 확실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혼자하는 독서가 아닌 함께하는 독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 책의 가치를 알고, 독서 토론이 주는 변화가 무엇인지 알기에 더 많은 사람과 독서 모임을 나누고픈 마음이다.
독서 모임이라는 소소한 경험을 통해 함께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존중하고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가길 희망하는 베이트리의 마음처럼, 더 많은 사람이 독서와 그를 넘어 독서 모임을 시작하는 날을 함께 꿈꿔본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