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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의 우주선이 있는 도시
#로마 #콜로세움 #판테온 #로마의 몰락 #로마 재건축
#교향 #성 베드로 대성당
이번 강의는 로마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로마 하면 떠오르는 말이 참 많죠. 예를 들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든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말이요.
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지요.
맞아요. 이 말은 로마가 거대한 제국을 법률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다스렸기에 나온 말입니다. 로마의 법은 근·현대를 통틀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9세기 나폴레옹 법전도 로마의 법에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도 로마제국에서 나온 말입니다. 당시 로마제국의 모든 길은 로마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이탈리아 전역으로 뻗어 있었죠. 도로부터 법체계까지 문자 그대로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로마는 실로 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나라의 틀을 갖춰 나갔고 그것을 기반으로 광대한 지역을 긴 시간 동안 통치했기에 이런 표현이 과장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로마에 대한 말들은 로마의 역사 속에서 나온 것이군요. 그만큼 역사가 화려했고요.
그렇죠. 로마가 세계사에 끼친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에 로마를 지칭하는 말도 다양합니다. 일례로 로마를 카푸트 문디Caput Mundi라고도 부릅니다. 라틴어로 세계의 머리, 세계의 수도란 뜻이지요. 지금은 파리나 런던, 워싱턴 같이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도시가 많습니다만, 여전히 세계 수도의 원조는 로마일 것입니다. 오늘날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는 고대 로마제국의 수도였고, 로마제국 멸망 후에는 기독교 세계의 중심지로 그 수도의 역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로마라는 도시는 역사에 등장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세계사의 무대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과거에도 위대했고, 지금도 위대하고, 앞으로도 위대할 도시를 손꼽으라면 그중 하나가 바로 로마일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터널 시티eternal city, 즉 영원한 도시라는 별칭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요.
로마, 두 대의 우주선이 있는 도시
세계의 수도와 영원한 도시라, 로마는 별명도 참 많네요.
로마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방문객들이 늘 넘치는 도시입니다. 각각의 방문객마다 자기가 받는 인상에 따라 저마다 로마의 별명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돌아가겠죠.
그럼 교수님께 로마는 어떤 도시인가요?
저도 이 인상적인 도시를 어떻게 정의할지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좀 색다른 결론을 내렸죠.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저에게 로마는 ‘두 대의 우주선’이 있는 도시입니다.
두 대의 우주선이 있는 도시라고요?
그렇습니다. 믿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로마에 가면 진짜로 도시 한복판에 SF에 나올 만한 비행접시, 즉 UFO가 두 대나 있습니다.
로마와 UFO라니,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위의 사진을 한번 보세요. 사진 한가운데 있는 건물이 바로 고대 로마 시기에 건설된 판테온입니다.
건물 지붕은 둥근 원형이지만 바로 앞쪽으로 사각형의 신전이 붙어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열쇠 구멍처럼 보입니다. 제가 UFO 같다고 했는데, 위의 오른쪽 도면을 보시면 원형 몸체가 정사각형으로 이어지면서 SF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USS 엔터프라이즈호와 정말 비슷하게 보여요. 왼쪽 페이지 판테온과 위쪽의 USS 엔터프라이즈호 모습을 비교해보면 우주 비행선 같다는 주장이 더 수긍이 갈 거예요. 참고로 원래 판테온 원형 지붕 위에는 금으로 도금된 청동관이 얹혀 있었기에 마치 번쩍이는 금속체같이 보였겠죠. 다시 말해 판테온의 원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더 우주선에 가까웠을 겁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우주선이 도시 한가운데 내려앉은 모습 같아 보이네요.
판테온의 모습이 SF 공상과학영화의 우주 비행선과 굉장히 비슷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이 건물이 완벽한 기하학적 규칙성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앞 페이지 오른쪽에 있는 판테온의 평면도를 보면 정확히 지름 43미터의 원을 기초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에 내접하는 정사각형과 같은 크기의 신전을 앞쪽에 배치했습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완벽한 원과 정사각형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2000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이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새롭고 신비로워요.
판테온의 내부로 들어가면 이런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미감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세요. 천장 중앙에 있는 오큘러스Oculus, 즉 거대한 원형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나 천장 구조가 규칙적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신비로워서 SF 영화 속의 UFO 비행선 내부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여요.
콜로세움이라는 우주 항공모함
아까 로마가 두 대의 우주선이 있는 도시라고 하셨잖아요. 한 대가 판테온이면 또 다른 우주선은 무엇인가요?
다른 하나는 바로 콜로세움입니다. 현재까지 잘 남아 있는 부분들만 보면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이 중 오른쪽 사진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인데 약간 파괴된 UFO 같죠.
앞서 본 판테온이 우주 비행선이라고 한다면, 이건 우주 항공모함이라고 할 만큼 거대한 건축물입니다. 너무나 웅장해서 할 말을 잃게 하죠.
콜로세움은 위의 구조도처럼 타원형의 모양으로, 긴 쪽 지름은 189미터에 이르는데 국제 규격의 축구장 두 개를 합친 길이와 같습니다. 높이도 48미터에 달하는데요. 4층으로 보이지만 최상층은 벽체이고 몸통 부분은 3개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층에 아치가 80개씩 들어가 있으니까 3층이면 총 240개의 아치가 빙 둘러서 쌓여 있는 건물이지요. 건물의 규모도 크고 웅장하며 건축을 구성하는 기하학적 논리도 명쾌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콜로세움 또한 초현대적인 혹은 미래적인 건축 미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다시 콜로세움을 만들라고 해도 대규모 공사일 것 같아요. 콜로세움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콜로세움은 대략 기원후 70년에 지어졌습니다. 앞서 본 판테온은 기원후 120년에 건립됐으니, 두 건축물 모두 2000년 가까이 로마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것이죠.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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