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일기
2022년 2월 24일
#1인칭지하시점
새벽 5시 30분, 폭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뭐라도 하기 위해 짐을 싼다.
그림들을 웹하드에 업로드한다.
작업중이던 새 책의 운명이 걱정된다.
아이들과 우리의 배낭을 쌌다.
아침을 먹었다―먹어야만 하니깐.
메밀죽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내 그림들을 파일에 넣었다.
우리의 아늑한 집은 방공호가 되어버렸다.
창문과 문 위는 온통 십자가들이다.*
P.S. 추후에 우리는 모든 유리문을 떼어내버렸다.
*폭격시 유리가 터지지 않도록 십자 모양으로 테이핑한 것을 말한다.
2022년 2월 25일
조용할 때면 우린 9층 우리집으로 향한다.
빨리 해내야 할 일들이 많다.
쉬고, 음식을 만들고, 짐을 마저 챙겨야 한다.
폭격 소리가 들리면 바로 지하로 뛰어간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될 것이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
받아들인다.
오로지 시간이 있는 동안 뭐라도 빨리 하고, 챙기고,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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