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네가 나왔다
꿈에 네가 나왔다.
네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왜 누더기를 입고 있니
누더기가 되어버렸어
날씨가 나쁜 날에는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없는 날에는
누더기 옷을 꺼내 입는다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꿈속을 네가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걸어가서
너무 씁쓸해서 땅에서 돌멩이를 주웠는데
빛을 다 잃은 것이었다.
돌벽 앞에 내 한동안 서 있었다.
나는 돌벽이 무너질 것 같다고 피하라고 했는데
너는 집을 나와서 천천히 산책 중이라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아주 짧은 꿈이었다.
6월
너는 신문을 넘긴다. 똑바로 누워 자는 자세가 좋을 거야, 너는 말한다. 그렇군, 나는 대답한다. 똑바로 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는 말한다. 이미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니 되었군. 나는 대답한다. 너는 신문을 계속 뒤적거린다. 너무 일찍 눕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깊은 수면이 도와줄 거야, 너는 말한다. 깊은 수면이 도와준다고? 나는 묻는다. 깊은 수면이 보고 싶어.
너는 신문을 접는다. 깊은 수면에서 더 깊은 수면으로, 더 깊은 수면에서 더 깊은 수면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너는 말한다. 그렇군, 나는 대답한다. 나는 깊은 수면으로 갈 거야.
너는 신문을 다시 펼친다. 너무 늦게 눕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미리 잠을 좀 자두는 게 좋을 거야, 너는 말한다. 지금은 얕은 잠을 더 자고 싶을 뿐이야, 나는 대답한다. 점진적으로 잠과 일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벌써 아파트의 불들이 하나씩 꺼지고 있어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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