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국 와이오밍 주의 래러미에서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두 명의 가해자에게 구타와 고문을 당한 동성애자 매슈 셰퍼드는 도시 외곽의 울타리에 묶인 채 발견되었고 엿새 뒤 사망했다. 「래러미 프로젝트」는 이 사건을 토대로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인 모이세스 코프먼과 극단 ‘텍토닉 시어터 프로젝트’의 독특한 협업에 의해 씌어진 희곡이다. 극단원들은 사건 직후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과 인터뷰했고, 사건 조사 일지, 재판과 수사 기록을 더해 다큐멘터리 극을 완성했다. 실제 사건과 그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담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단위인 ‘장면scene’ 대신 ‘순간 작업moment work’이라는 연극적 장치를 사용한다. 배우의 대사가 아닌 사건 당사자들의 거친 말들을 그대로 무대에 옮김으로써, 이것이 허구가 아닌 현실이며 관객 역시 그 사회의 구성원임을 기억하게 한다. 사건 발생 십 년 후의 이야기인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는 증오범죄를 겪은 공동체가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했으며, 동시에 얼마나 변하지 않았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두 편의 희곡은 미국의 평범한 마을 이야기이자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임을 들려주며 사회와 인권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한다. ― 책 소개에서
제1막
순간: 의미
서술자
1998년 11월 14일, 텍토닉 시어터 프로젝트 단원들은 와이오밍의 래러미로 가서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다음해 동안, 여러 번에 걸쳐 래러미를 방문했고 이백 건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보실 연극은 그 인터뷰와 극단 단원들의 일지, 그리고 저희가 찾은 여러 텍스트를 편집한 것입니다. 단원 그레그 퍼라티입니다.
그레그 퍼라티
제 첫 인터뷰는 래러미 경찰서의 힝 경사였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힝 경사는 자기 책상에 앉아서, 약간 이런 식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힝 경사로 변한다.)
전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랐죠.
제 가족이, 어, 삼대째죠.
1900년대 초에 조부모님이 이리로 이사를 오셨어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삼대, 음, 제 딸이 사대가 되는 거죠.
꽤 오래…. 살기 좋은 곳이죠. 사람들도 좋고, 땅도 넓고.
지금은 철도 때문에 와이오밍 남쪽으로 도시가 다 들어서고 자리잡았죠. 예전엔 기름과 물을 다시 채우기 전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거든요. 그리고, 어, 래러미가 주요 정차 지점이었죠. 그래서 도시들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자리잡은 겁니다. 여긴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주 중의 하나이고, 그리고 가장 인구가 적은 곳이죠.
리베카 힐리커
여긴 도시와 사람 사이의 공간이 너무 넓어서,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굉장히 많아요.
서술자
리베카 힐리커, 와이오밍 대학교 연극학과장입니다.
리베카 힐리커
여기서 살면 행복해질 기회가 많습니다. 제가 전에 가르쳤던 중서부 사람들보다 여기 사람들이 더 친절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왜냐하면 행복하니까요. 여기 사람들은 태양이 빛나서 기뻐해요. 그리고 여기선 아주 자주 빛나죠.
힝 경사
여기에는 전통적인 구식 농장주들이 살고 있습니다. 평생 여기 있을 사람들이죠. 래러미는 그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이나 보급품을 가지러 오는 중심지거든요.
아일린 엔겐
모든 조상들이 우리에게 가르친 게 하나 있다면 땅을 관리하라는 거지요.
서술자
아일린 엔겐, 농장주입니다.
아일린 엔겐
땅을 잘 돌보지 않으면 땅이 망가지고, 그러면 삶을 잃어버리게 돼요.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먼저 땅을 볼봐 주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더 좋게 만들어야죠.
오코너 박사
난 여기 좋아하거든.
서술자
오코너 박사, 리무진을 몹니다.
오코너 박사
저 쓰레기 더미 같은 동부로는 절대 돌아가진 않을 거요. 여기서 제일 좋은 건 날씨지. 차갑고, 바람. 와이오밍 바람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하지. 그렇지만 말이야. 난 별 상관없어. 음, 가끔은 성가셔도 대개는 상관없어.
힝 경사
그러고 나서, 어, 대학 인구가 생겨났죠.
필립 뒤부아
대도시 두 곳에서 살아 보고 여기로 이사 왔습니다.
서술자
필립 뒤부아, 와이오밍 대학교 총장입니다.
필립 뒤부아
거기도 정말 좋았죠. 그렇지만 해가 진 다음에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는 건 미친 짓이었어요. 그리고 여긴, 여름이면 밤 열한시까지 밖에서 놀지만 신경 써 본 적도 없어요.
힝 경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래러미에 사는 사람들이 있죠.
재키새먼
텍사스 시골에서 이리로 이사 왔어요.
서술자
재키 새먼, 래러미 주민입니다.
재키새먼
음, 래러미에선요. 직접 알지 못해도, 그 사람을 아는 누군가를 당연히 알아요. 그래서 모른다고 해도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거예요. 그리고 전, 그게 정말 좋아요! 제 말은요, 전 마트 가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갈 때마다 네 사람이나 다섯 사람, 여섯 사람을 만나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제 일을 아는 거 정말 상관없어요. 제가 어때서요? 제 말은, 기본적으로 저 괜찮게 살거든요.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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