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관찰할수록 느끼는 것은 그들이 자연의 복잡한 생태 그물 안에서 균형을 잡는 훌륭한 조절자이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선택한 현명한 생존자들이라는 점이다.
― 여는 글에서
내가 뒷산을 서성이는 까닭
― 노랑배진박새
몇 년째 계속 봄마다 뒷산을 들러 가는 노랑배진박새를 가을에도 만났다. 봄에는 주로 참나무 높은 가지에 달린 새순을 뒤져 애벌레나 작은 거미류를 잡아먹더니, 가을에는 온갖 나뭇잎 사이와 땅바닥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봄에 본 노랑배진박새의 배는 햇빛을 머금은 참나무 새잎의 색을 꼭 닮았다. 그런데 가을에 보니 노랗게 물든 팥배나무 잎 색을 닮아 있다.
날벌레를 쫓아 날아오른 녀석이 돌아가 앉을 곳을 찾다가 돌연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 렌즈에 앉았다. 가랑잎이 내려앉은 듯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차갑던 플라스틱 카메라에 가을 햇살이 한참 머문 듯 온기가 전해진다. 녀석의 미세한 심장 박동까지 전달되는 기분이다. 다시 날벌레를 쫓아 날아가기까지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내겐 아주 느리고 길게 느껴졌다.
녀석이 떠나고도 한참 동안 내 심장은 두근거렸고 미세한 온기도 카메라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이런 순간 때문에 자꾸만 뒷산을 서성이게 된다.
쇠박새의 꾀
― 쇠박새
11월 말, 쌀쌀한 날씨에 먹이를 찾던 박새가 아까시나무 가지에서 벌레집을 발견했나 보다. 한 입 먹고 부리 한 번 닦고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지나던 쇠박새가 그걸 봤다. 박새가 뭘 그리 맛있게 먹나 주위를 얼쩡거려 보지만, 박새는 쇠박새에게 나눠 줄 생각이 없다. 몇 번 부리를 들이밀다가 박새에게 쫓겨난 쇠박새가 꾀를 냈다. 조금 떨어진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간 쇠박새는 뭔가 맛있는 걸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호기심 많은 박새는 쉽게 걸려들었다.
박새가 쇠박새 쪽으로 날아오자, 그 틈에 쇠박새는 얼른 박새가 있던 나뭇가지로 날아가 붙어 있는 벌레 알집을 한 입 맛봤다. 속은 걸 알아채고 다시 돌아온 박새에게 금세 쫓겨나기는 했지만, 맛이라도 봤으니 그게 어딘가.
새 이름 앞에 ‘쇠’라는 단어가 붙으면 그 종류 중에서 크기가 작은 편이라는 뜻이다. 별로 크지 않은 박새도 쇠박새와 같이 있으면 덩치가 꽤 커 보인다. 뇌가 그렇듯 꾀도 꼭 덩치에 비례하는 건 아닌가 보다.
쇠박새는 그 작은 머릿속 어디에 그런 꾀를 내는 주머니가 있을까? 꾀 많은 쇠박새 덕에 한참 웃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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