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공공도서관 마케팅
공공도서관은 ‘만인의 대학people’s college’이다. 공공도서관은 인류 수천 년의 역사를 통틀어 인간사회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며, 근현대 시민정신이 구현된 것이다. 이 장에서는 공공도서관 마케팅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공공도서관 마케팅전략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뉴욕공공도서관 사례들을 심층 탐사하고, 지역사회에서 고객의 삶과 일에 깊이 파고드는 공공도서관 마케팅전략을 제시하였다. 여기서의 공공도서관 마케팅전략은 국내 공공도서관의 입자에서는 다소 파격적으로 보일 것이다. 공공도서관에 아기와 그 가족을 초대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사업과 취업을 돕는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도서관마케팅은 사람을 키우고, 책과 사람을 잇고,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도서관 본연의 사명과 역할에 근거하고 있다.
도서관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공간이다. 고대의 도서관이 ‘영혼의 쉼터’였다면, 현대의 도서관은 ‘인류 기억의 보고寶庫’이자 미래를 여는 ‘만인의 대학people’s college’이다. 세계 유수의 장서를 자랑하면서 동시에 남녀노소의 출입이 자유롭고 이용자를 환영하는 대표적인 공공도서관으로 ‘뉴욕공공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NYPL’을 꼽을 수 있다. NYPL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문이 있었다.
도서관은 인류의 기억이며 인간의 사유와 행동을 담은 문서의 저장소이고, 이러한 역할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다. NYPL은 탁월한 ‘기억의 은행’이며 세계 최고의 지식기관 중 하나이다. NYPL의 풍부한 장서는 영국 국립도서관, 미국 의회도서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장서와 비견된다. 실제로 NYPL의 많은 장서와 서비스는 모든 내방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사실상 NYPL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단 하나의 입장 기준은 ‘호기심’이다.
또한 2021년 현재의 소개문은 다음과 같다.
NYPL은 한 세기 이상 책과 정보에 대한 필수적인 접근을 제공해 왔다. 오늘날 우리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으로 우리의 장서에 대한 접근을 증가시킴으로서, 또한 우리 도서관들을 모든 뉴요커들에게 교육과 기회를 제공하는 선도적인 중심기관으로 변모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축적해 온 유산을 바탕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NYPL은 훌륭한 장서를 보존하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추어 개방하고 지적 자극을 주어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NYPL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하고,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싹틔우며, 예술을 지원하고,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마당이자 지원창구이다. NYPL은 빛바랜 정보를 간직하는 기호의 무덤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무한히 성장하는 유기체인 것이다.
필자는 2010~2011년 미국 뉴욕에서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지역 공공도서관들의 사례를 깊숙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때 필자는 세계 도서관문화에서 선진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뉴욕 지역 공공도서관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한국 공공도서관의 경영과 서비스 발전을 모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필자는 특히 뉴욕 공공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공공도서관들이 대중과 지역사회에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개인의 자아성장과 국가의 발전에서 독서의 중요성은 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되어 왔다. 오늘날 문명대국임을 자부하는 선진국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독서교육을 중요하고 있으며, 동시에 ‘만인의 대학’으로서의 공공도서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공공도서관은 부족한 도서관 인프라를 감안하고 외부 환경의 기회와 위협요인에 대응하여 사람들의 삶과 지역사회에 파고들 수 있는 마케팅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1
공공도서관
마케팅전략
이 장에서는 필자가 뉴욕지역 공공도서관들 중 대표적인 사례를 깊숙이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도서관들의 특징적인 마케팅활동을 소개하고 비교하여 제시한다. 이를 위하여 도서관에서의 자료 수집, 도서관활동에 대한 참여관찰, 관장 및 사서들과의 대면 인터뷰 및 이메일 인터뷰, 도서관 홈페이지 조사 등을 수행하였다. 아울러 한국 공공도서관의 관장 및 사서와의 인터뷰를 병행하고 한국 공공도서관이 처한 현실에 근거한 마케팅전략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 뉴욕 지역 공공도서관 중 맨해튼 소재 과학산업비즈니스도서관Science, Industry and Business Library: SIBL과 미드맨해튼도서관Mid-Manhattan Library: MML,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글렌코브공공도서관Glen Cove Public Library: GCPL과 미들컨트리공공도서관Middle Country Public Library: MCPL을 사례로 다루었다.
과학산업비즈니스도서관과 미드맨해튼도서관은 세계적으로 인구가 밀집되는 미국 뉴욕 중 가장 번화한 맨해튼에서 서비스를 펼치는 공공도서관이며, 글렌코브공공도서관과 미들컨트리공공도서관은 인구 2~5만 명 정도가 주거하는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들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도서관들은 지역사회와 고객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도서관마케팅을 전개하는 사례이다.
공공도서관 고객세분화
마케팅전략
선진국 공공도서관에서 이용자 그룹을 세분화하여 마케팅을 펼치는 것처럼 국내 도서관도 지역사회와 고객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하여 ‘고객세분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고객세분화Customer Segmentation’란 상이한 욕구 및 행동,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집단세부군으로 분류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하는 목표고객이나 시장을 선정하기 위해 구매자들 간의 중요한 차이를 기준으로 하여 전체 시장을 몇 개의 부문으로 세분화함으로써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고객세분화는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전체 시장을 마케팅 목적에 맞도록 유사한 특성이 있는 고객들끼리 군집화하는 과정이다. 도서관 측면에서 보면, 비슷한 정보요구를 가진 이용자들을 찾아서 하나로 묶는 것을 말한다. 즉 이용자의 정보요구를 파악하여 유사한 정보요구를 가진 이용자별로 묶는 전략이다. 도서관은 이러한 고객세분화과정을 통하여 특정 집단에 적합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고객세분화전략을 통하여 도서관마케팅을 하면 다양한 장점과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우선 잘 구분되지 않았던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 중에서 비교적 동질의 고객 그룹들을 파악하여 고객이 누구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 고객(층)이 가지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정보요구를 더욱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각 고객(층)에 대해 다가가는 적합한 방식과 각 고객(층)이 도서관에 접근하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원활해진다.
고객세분화 기준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흔히 사용되는 것은 연령과 성별에 따른 고객세분화이다. 미국의 경우, 도서관들은 미국 국세조사 데이터를 사용하여 연령, 성별, 소득, 인종 등을 바탕으로 인구통계학적 분포를 보여주는 커뮤니티 지도를 작성한다. 도서관에서 고객세분화의 우선적 기준은 연령이다. 도서관 고객을 두 범주로 나눈다면 어린이와 성인이다. 이를 더욱 세분화하면 영·유아, 취학 전 아동,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성인, 노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연령별 구분에 성별예, 주부독서회, 특수 상황예, 장애인서비스, 인종예, 다문화서비스 구분을 추가할 수 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경우, 전통적으로 도서관서비스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고객층을 발굴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표 3-1]은 뉴욕 공공도서관의 사례 중에서 일반적인 고객세분화 마케팅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전의 도서관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잠재적 고객들을 발굴하고 이를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도서관마케팅 사례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고객들은 도서관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지역사회에서 심층적·잠재적 요구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도서관장과 사서들의 노력으로 도서관의 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러한 서비스 중에는 미들컨트리공공도서관 밀러비즈니스자원센터MCPL Miller Business Resource Center의 경우처럼 도서관이 매우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여 블루오션서비스를 창출한 사례도 있고, 글렌코브공공도서관에서 특정 청소년 대상 개인교습 장소제공서비스처럼 소극적인 마케팅 사례도 있다. 그러므로 국내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와 시대가 원하는 것을 면밀히 파악하여 각자의 여건에 맞는 고객세분화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공공도서관에서는 그동안 도서관과 사서들이 착안하지 못하였지만 고객들 입장에서는 잠재적이거나 막대하거나 의미가 깊은 수요가 있는 부분을 발굴하여 지역사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송파글마루도서관장 L은 “공공도서관은 백화점, 문화센터 등 다른 영리조직에서 하는 것과는 차별화하여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 즉 시중에서는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일회성이 아닌 1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고전 읽기, 개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자료 또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자료 및 콘텐츠를 구입하여 제공하는 것, 책 중심의 프로그램 등이 될 수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요즈음과 같은 시대에서는 비대면을 전제로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하여 진행할 수 있다. 그래도 도서관은 ‘장소공간로서의 도서관’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그 고민도 해야 한다. 예컨대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서 챌린지 캠페인처럼 우리 동네에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도서관을 함께 만드는 캠페인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기존의 도서관 방식이 아닌 언택트 시대에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홈텍트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광진구립도서관장 O는 “도서관은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라서 서비스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어떠한 서비스가 필요한지, 그것을 도서관이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므로 사서가 먼저 지역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여 그것을 서비스화하여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진구립도서관의 경우 2012년에 시니어 자서전 쓰기를 운영했고, 2013년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공공도서관 중 최초로 만들어서 서비스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서전의 경우 20여 명의 노인이 참여하여 10명이 개인의 삶을 정리한 자서전을 발간하고 작은 출판기념회도 자체적으로 개최하였다. 고령화사회에 들어와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 노인세대에게 제2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젊은 세대에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또한 생산자와 소유자의 경계가 없어져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한 명의 지역주민이라도 급변하는 사회에 소외되지 않도록 메이커 역량을 키워주고 메이커 삶을 영위하기 위해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였다. 이러한 서비스를 운영할 때 지역주민이 가장 많이 한 말이 ‘이런 것을 도서관에서도 해요?’였다. 도서관서비스가 지역주민의 불만과 희망사항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급변하는 사회변화 속에서 필요한 것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서비스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사서들이 주민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사회변화를 읽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 시니어 자서전 쓰기와 메이커 스페이스는 도서관의 정규서비스로 완전히 정착하였으며, 올해 2020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