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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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 1
하늬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밤 그이는
하마 취비강을 건너갔을까 보내는 이들이
밤을 설치며 그리는 그 얼굴 그 눈동자가
가슴에 불붙어 타오르는데
그이는 수많은 노두露頭를 건너서
바람과 눈보라를 헤치고
무사히 자유에 발 디뎠을까
슬퍼라 어둔 지방의 인내를 버리고
사나이들은 사랑을 찾아 고단한 육신으로 산과 내를 건너가는데
밤 물길을 끌고 지친 화적패처럼 건너가는데
음산한 지방을 물들이면서 말을 버리고
내리는
눈 눈 눈
눈이여
오만가지 죄의 모습과 인욕을 씻고
가는 이의 사랑을 따라나서는 길을 마련하라
구석구석이 거짓으로 가득한 밤
우리는 거짓에서 배어 나오는
암흑을 보며 암흑 속에서 승냥이처럼
울부짖는다 울부짖음이 암흑 속으로
사라져 암흑이 되어 돌아온다
암흑이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눈보라 속으로 몰아간다
어둠의 노래
어둠 속으로 들어가 어둠이 된 자
어둠의 빛이 된 자여
한 하루도 한 생명도
새빨갛게 타올라 밤이 되면
어둠으로 돌아가
어둠의 부피를 늘리느니
섬진강이나 영산강 가에서
또 금강 벌판에서
마을을 돌아보며
외쳐 부르던
영원의 길을 간 자
그 뒤를 따르고 따르던 자
아아 우리들의 어둠을 끝없고 끝이 없어라
하늘의 기러기도 대숲의 바람도
소리밖에 아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한마음으로 함께 울부짖어도
암흑은 꿈쩍 않고 차올라
암흑을 밀어내어라
아아 암흑 속으로 들어가
이제는 암흑이 된 자
암흑의 빛이 된 자여
한 하루도 한 생명도
새빨갛게 타올라 밤이 되면
암흑 속으로 돌아가
암흑의 부피를 늘리느니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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