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1

최하림 시집

저자소개

저자 · 최하림
1939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성장했다. 1960년대 김현, 김승옥, 김치수와 함께 ‘산문시대(散文時代)’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빈약한 올페의 회상」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사영어사, 삼성출판사를 거쳐 전남일보사에서 정년 퇴임했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시 창작을 강의했다.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 『침묵의 빛』 등이 있으며, 그 밖의 저서로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 『자유인의 초상』,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이 있다. 조연현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올해의 예술상(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2010년 4월 타계했다.

설야雪夜 1


하늬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밤 그이는

하마 취비강을 건너갔을까 보내는 이들이

밤을 설치며 그리는 그 얼굴 그 눈동자가

가슴에 불붙어 타오르는데

그이는 수많은 노두露頭를 건너서

바람과 눈보라를 헤치고

무사히 자유에 발 디뎠을까

슬퍼라 어둔 지방의 인내를 버리고

사나이들은 사랑을 찾아 고단한 육신으로 산과 내를 건너가는데

밤 물길을 끌고 지친 화적패처럼 건너가는데

음산한 지방을 물들이면서 말을 버리고

내리는

눈 눈 눈

눈이여

오만가지 죄의 모습과 인욕을 씻고

가는 이의 사랑을 따라나서는 길을 마련하라

구석구석이 거짓으로 가득한 밤

우리는 거짓에서 배어 나오는

암흑을 보며 암흑 속에서 승냥이처럼

울부짖는다 울부짖음이 암흑 속으로

사라져 암흑이 되어 돌아온다

암흑이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눈보라 속으로 몰아간다





어둠의 노래


어둠 속으로 들어가 어둠이 된 자

어둠의 빛이 된 자여

한 하루도 한 생명도

새빨갛게 타올라 밤이 되면

어둠으로 돌아가

어둠의 부피를 늘리느니


섬진강이나 영산강 가에서

또 금강 벌판에서

마을을 돌아보며

외쳐 부르던

영원의 길을 간 자

그 뒤를 따르고 따르던 자


아아 우리들의 어둠을 끝없고 끝이 없어라

하늘의 기러기도 대숲의 바람도

소리밖에 아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한마음으로 함께 울부짖어도

암흑은 꿈쩍 않고 차올라

암흑을 밀어내어라


아아 암흑 속으로 들어가

이제는 암흑이 된 자

암흑의 빛이 된 자여

한 하루도 한 생명도

새빨갛게 타올라 밤이 되면

암흑 속으로 돌아가

암흑의 부피를 늘리느니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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