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

책 읽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대통령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을 기대

저자소개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


2025년 정부 2차 추경에 포함된 도서관이나 출판, 독서 진흥 관련 예산은?


지난 7월 4일 밤늦게 새 정부의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일부 수정되어 통과했다. 정부는 바로 다음날 오전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국회가 의결한 추경예산안을 확정했다.


국회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도서관이나 출판, 독서 진흥과 관련한 예산이 일부 증액되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국회 주도로 도서관이나 출판, 독서진흥 관련 예산 증액 요구가 있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도서관 관련해서는 순회사서 인건비 상향과 도서·독서프로그램 지원 등 사업 확대를 위해 50억원, 국립중앙도서관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제1회 추경액 11억 1,700만원 사업에서 타당성재조사 통과에 따라 건립을 재개하기 위하여 실시설계비 및 ISMP 수립비 등 11억 8,000만원 등 모두 61억 8,000만원이 증액되었다.


출판과 독서진흥 관련해서는 ‘출판산업 기반조성’제1회 추경액 97억 8,900만원을 위해 전국민 도서 쿠폰 지원을 통해 국민 독서율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유통사서점의 이용율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200억원, 아동 출판물 시장의 아시아 지역 선점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부산국제도서전’ 사업비 6억원, 출판종사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출판트렌드 관련 연수 기회를 제공하여 K-Book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글로벌 출판전문인력 양성’에 3억원 등 109억원이 증액 추진했다. 그중에서 정부는 ‘출판산업 기반조성’ 부문의 전국민 도서 쿠폰 지원사업 규모를 당초 주로 중소 규모 서점을 중심으로 100억원 정도를 기획했으나,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 보니 대형 유통사를 통해서도 지역 독서 진흥이 예상되기 때문에 200억원 정도로 증액 반영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소위원회가 이에 동의했다. 소위원회는 전국민 독서쿠폰7월 1일 열린 소위원회 제2회 전체회의에서 민형배 소위원장이 심의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 독서쿠폰 지원’이라고 말했다. 사업에 200억원을 신규로 반영했다고 보고하고, 이대로 확정되었다. [제426회 국회(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회의록(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임시회의록) 제1호(2025.6.30.)와 제2호(2025.7.1.) 참조]


‘세출추가경정예산안 조정내역’(14~21쪽) 가운데 도서관과 출판, 독서 진흥 관련 내용을 발췌한 것임.

 

전국민 도서 쿠폰 지원에 대한 기대


이번 추경에서 주목할 것은 200억원 규모의 전국민 도서독서쿠폰 지원 사업이다.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도서 쿠폰을 실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고 활용하게 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고, ‘전국민’에게 모두 지급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예산이지만, 우선 독서소외계층 중심으로 시작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정부가 실행 방안을 잘 마련해 적극적으로 집행되면 출판과 서점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추경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전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가 알려진 바로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사업장시장·동네마트, 식당, 옷가게, 미용실, 안경점, 학원,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이라고 하는데, 동네 서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로 지난 5월 2일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민주연구원·(사)문화강국네트워크, 강유정·전재수·임오경·박수현·이기헌·조계원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린 「21대 대통령 선거, 국가문화정책토론회」에서 도서관과 출판, 독서 부문을 아우르는 ‘지식문화’ 부문발표; 정원옥 (사)문화사회연구소 이사장의 여러 정책 제안 중 ‘국민독서수당 지급’이 포함되어 있었다. 모든 국민이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구매해 읽도록 지원하는 ‘국민독서복지’ 시대 개막을 위해 1인당 2만원의 독서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이용해 서점에서 단행본만을 구입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만일 이 제안대로 1인당 2만원씩의 도서쿠폰을 지급한다면 200억원으로는 100만명에게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옥 이사장 발표 내용 중 ‘국민독서수당’ 관련


책 읽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


도서관이나 출판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분명하게 정부나 지자체의 공적 재원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독서 진흥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책맹사회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책을 읽고 민주시민 사회 주권자로서 당당하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에는 책 읽는 분위기 조성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6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무위원 등 공직자의 공적 책임감을 강조하며 ‘권력’을 중국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부채 ‘파초선’에 비유했다고 한다. 이미 유명한 고전이니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시민들의 독서 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참에 ‘한 도시 한 책 읽기’에서 여러 형식의 유사한 방식‘한 컨퍼런스 한 책, 한 학교 한 책 등의 독서 캠페인을 참고해서, 국무회의 때 주기적으로, 또는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읽어야 할 책을 골라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언급해 수면 어떨까 싶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복귀하면 그곳에 대통령과 직원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곳은 대통령과 정부, 시민이 함께 읽고 토론하면 좋을 책들을 꾸준히 골라 목록을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독서와 동아리, 토론 활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 가끔은 대통령과 함께 하는 북토크 같은 것도 상상해 본다. 나아가 2000년대 초반 전국민의 독서 열기를 이끌었던 MBC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나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와 같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대중적인 캠페인을 다시 추진해 보는 것도 기대해 본다. 2003년 여름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 부부께서 방송에 출연해 힘을 더해 준 바도 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03.7.21. 기사 참고]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들과의 대화 시간에 올해 휴가를 가겠다고 했다. 휴가 기간 중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국민을 만나시지 않을까 싶다. 그런 중에 가신 곳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도 한 번 방문해 주시길 기대한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이던 5월 11일 해남 지역을 방문했던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에 있는 ‘해남서점’을 방문해 서점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었다. [「해남우리신문」 2025.5.19. 기사 참고] 2010년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휴가지에서 딸들과 함께 동네 서점을 방문해 책을 구입해 주목을 받은 바도 있다. [「연합뉴스」 2010.8.26. 기사 참고]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부터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시작된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small business Saturday’를 맞아 워싱턴의 소규모 서점에서 책들을 구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작고 가난하고 외로운 책방지기들이 모여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만들었을 때 출사표로 ‘바이북 바이로컬’ 캠페인을 시작했었다. 코로나19 때에 잠시 중단되었으나 2024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이러한 노력에 함께 하는 것으로도 독서 진흥에 의미있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겨레」 2024.2.21. 백창화 칼럼 참고]


이재명 대통령은 초등학교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교무실 옆 도서실에서 책을 읽을 때였다고 술회’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피아」 2025.7.6. 기사 참고] 이러한 경험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여전히 수많은 시민에게 도서관과 독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도서관과 출판, 독서 분야에 있어 정부가 더 강력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 주리라 기대한다.


 

★ 2025년 7월 10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