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개인학습공간을 넘어 시민이 탄생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며칠 전 두 개 신문에 공공도서관에서 개인적인 공부를 하던 공부방, 소위 일반열람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2025.1.22.는 “공공도서관에 열람실이 점점 사라지네; 시민 위해 문화강좌실 등 탈바꿈”이라는 ‘단독’ 기사를 실었다. 같은 날 「부산일보」도 “문화 공간 된 도서관 반가운 변신… 열람실 사라져 달갑잖은 학생들”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각각 2개씩2025.2.3. 현재 댓글이 달렸는데, 신문에 따라 입장은 서로 다른 듯하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공공도서관에서 개인적인 공부시험이나 수험공부 등에 집중하도록 책상개인 간 칸막이가 있는 경우도 있다과 의자만을 제공하는 일반열람실이 다른 목적, 즉 문화강좌나 책 열람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은 불만이라는 것이 기사의 골자이다. 공공도서관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문화 공간,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서비스는 많은 부분 그 목적이나 대상, 서비스 방식이 다르다. 자주 서로가 충돌하기도 한다. 도서관은 일반열람실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
도서관은 오롯이 문화공간으로,
개인적 공부는 다른 사회적 방식으로 지원하길
지난 수년 동안 공공도서관은 새로운 시대 상황, 즉 전체적인 인구, 특히 학령인구 감소, 혁신적 기술 발전에 따른 일하는 방식 변화와 그에 따른 취업 방식 변화,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와 지역 공동체 활동 강화 요구 증대와 이에 대응하는 도서관 서비스 방식 변화 등의 이유로 지역사회의 문화나 공동체 활동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부득이하게 개인적 공부 공간인 일반열람실을 축소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이같은 변화를 적극 반기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또다시 일반열람실 이슈가 제기되는 것일까 궁금하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개인적인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이나 시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득이 적은 계층에게는 사회적으로 공부할 공간을 제공할 필요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제 문화공간인 도서관이 아니라 교육복지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마침 교육부가 ‘2025년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올해 전국 각지에 초·중·고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스터디카페가칭 ‘자기 주도 학습 지원센터’를 만든다고 밝혔다. [교육부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조선일보」 2025.1.13. 기사 참고] 이런 방식으로 교육적 관점에서 좋은 공부 환경을 마련해 제공하면 될 것이다. 저소득층 시민에게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민간 공부방이나 스터디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시민을 위해 사회복지 차원에서 사회서비스전자바우처 사업과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평생교육바우처 사업이 시행 중이다. 취업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에서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 사업도 있다. 이런 다양한 지원사업에 스터디카페 등을 이용해 개인적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도서관에서 공부방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고, 시민들도 더 수월하게 다양한 시설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인공지능 딥시크 충격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은 인문학적 사고, 질문하고 분석하고 정리와 편집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 더 이상 정답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다채로운 상상과 도발적 도전과 질문을 던지고 독서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교육이나 공부 방법을 전환해야 한다. 이런 시대,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도서관에 있는 일반열람실 공간은 계속 줄여가면서 최종적으로는 완전한 분리해야 한다. 급변하고 있는 시대 상황, 인구 변화, 시민들의 문화와 공동체 활동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다양한 시대 요구를 담아내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시민들의 역량을 돕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그러기 위해 한정된 공간을 문화와 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바꾸고, 그동안 도서관이 감당해 온 공부방 역할은 교육복지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를 맡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신속하게 잘 풀어가길 기대한다.
근래 공공도서관의 변화
근래 정부나 지자체, 도서관계는 예전 단순하게 개인적인 공부 공간 제공이 주된 역할에서 독서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변모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도서관을 건립할 때에는 처음부터 문화와 공동체 공간으로 조성했고, 오래된 도서관을 새로 고칠 때에도 점차 개인공부 공간을 공동체 공간으로 바꾸어 왔다. 그러는 동안 공공도서관이 일부 학생이나 취업준비 시민이 아침부터 줄 서서 하루 종일 좌석을 점유하던 곳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연령이나 계층의 시민이 언제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문화와 공동체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에 위 기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전히 시험공부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 일부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공공도서관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교육감이 설립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의 설립과 활동 근거가 되는 「도서관법」은 도서관을 “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자료를 수집ㆍ정리ㆍ보존ㆍ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ㆍ교양습득ㆍ학습활동ㆍ조사연구ㆍ평생학습ㆍ독서문화진흥 등에 기여하는 시설”제3조이며 그 중 공공도서관은 “공중의 정보이용ㆍ독서활동ㆍ문화활동 및 평생학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도서관협회 발행 『문헌정보학용어사전』에서는 공공도서관을 “운영비의 전액 또는 일부를 공공재정으로 유지하며 지역 내에서 특정 계층에 제한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공중의 정보이용, 문화활동 및 평생교육을 증진함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도서관을 “도서 및 기타 자료를 수집 · 정리 · 보존하여 독자에게 독서 · 조사 · 연구 · 참고 · 취미 등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조직 운영되는 기관”으로 규정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며 공공도서관은 “일반 대중의 정보 이용, 문화 활동 및 평생 교육 활동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설치된 도서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도서관 또는 공공도서관은 도서 등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시민이 정보이용 또는 교양습득, 조사연구, 문화활동, 평생학습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공공기관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위해 필요한 공간으로서의 건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도서관계에서는 보통 직원, 자료, 시설을 도서관 3요소라고 말한다. 모두가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3요소 가운데 중요도를 따지면 대부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원이고 그다음으로는 자료, 끝으로 시설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용하는 시민까지를 포함해 4요소라고 말하는 경향도 있다. [전창호 블로그 “도서관 3요소의 출전을 찾아서…”(2014.9.15.) 글 참고]
이 지점에서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이 요구받고 있는 시험공부를 위한 공간 제공 역할이 혹시 평생교육 또는 평생학습과 관련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평생교육, 평생학습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헌법에 국민의 권리 중 하나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31조제1항,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제31조제5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에 ‘평생교육에 관한 규정제10조’을 두고, 추가로 「평생교육법」을 따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평생교육법」에 따르면 평생교육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제2조 1호이다. 이같은 정의는 도서관에서의 시험공부 지원 기능보다는 문해교육, 즉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자해득文字解得능력을 포함한 사회적ㆍ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조직화된 교육프로그램”제2조 3호이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현재는 도서관에서의 문해교육 필요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관점을 나름 해석해 보면 공공도서관이 법률 등이 규정한 여러 역할, 특히 평생교육 활동을 위해 한정된 시설과 공간을 문화와 공동체 활동이 가능하도록 건설하고 고치는 것이 오히려 더 사회적으로 적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공도서관 일반열람실 이슈에 대한 이해
공공도서관 일반열람실은 공공시설이나 서비스를 사유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용자 한 명이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이용해야 할 도서관의 공간과 시설, 좌석을 상당 또는 장시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정된 공간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개방되어야 할 도서관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이 크다. 광주광역시 남구 한 도서관은 2023년 일부 이용자에 의한 좌석 사유화를 차단하기 위해 ‘당일 좌석 예약제’를 도입한다고 한 적도 있다. [「케이에스피뉴스」 2023.2.20. 기사 참고] 더해서 휴관일이나 공휴일에도 일반열람실 이용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요청이 있음을 자주 접하기도 하다. 또한 일반열람실을 이용하는 목적과 특성 때문에 소음에 민감하다. 일반열람실은 도서관을 침묵의 공간으로 만든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이 다양한 문화나 공동체 활동을 하려다 보면 일반열람실 이용자와의 입장 충돌이 발생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과연 공공도서관이 일반열람실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
2019년 1월 28일, 안민석 국회의원실과 도서관계가 “공공도서관 정책의 진단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연 적이 있다. 주제는 ‘개인학습공간을 넘어 시민이 탄생하는 공간으로’였다. 즉, 이제 우리나라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은 칸막이 공부방을 문화 창조 공간이자 민주주의 시민이 탄생하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가 있었다. 토론회에서는 도서관에서 자료와 서비스 문화 활동 등은 이용하지 않은 채 좌석만을 사적으로 점유하는 이용 행태는 지식이나 정보 서비스, 다양한 문화와 공동체 활동을 통해 시민의 역량을 성장시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도시재생의 거점이자 랜드마크가 되는 공공도서관의 가치를 왜곡하고 사회적 효과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강한 지적이 있었다. 필자도 발제자로 참여해서 공공도서관의 기능 전화를 위해 기존 일반열람실공부방 공간을 자료와 서비스 공간으로 통합하는 것과 함께 저소득층 등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해 도서관과는 별개의 공간에 공립 독서실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도 있다. 2016년 기존 공부방을 없애고 새로운 공간으로 바꾼 사례도 제시도 있었다. 모든 공간의 문과 칸막이를 없애고 전체 공간에서 자유로운 자료 열람이 가능토록 한 결과 도서관 이용자가 다양해지고 만족도가 높아졌고, 시민을 위한 사서의 전문적인 도서관 서비스도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요즘 공공도서관의 공간 변화는 이러한 실질적 시도를 통한 성과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론에 참여했던 오지은 광진정보도서관장은 일반열람실 민원 분석 결과 “공간의 사적 점유를 넘어 서비스의 사유화”, 즉 공공시설의 사유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한데, 이는 공공도서관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에 이제는 “다양한 서비스를 요청하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맞게 공공도서관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관장은 공공도서관 연면적별 일반열람실 설치율을 조사했을 때 면적이 클수록 설치율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에 와서 새로 건립하는 공공도서관 경우 면적이 크지 않은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열람실 설치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현재 상황에서도 계속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도서관을 ‘스카이 캐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공부방을 비판하고, “도서관은 창조의 공간, 창작 활동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2019.1.31. 서상일 기자 기사 참고]
이런 도서관 좌석이나 공간의 사적 점유는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대학도서관에서도 일상적인 이슈다. 광운대학교 경우에도 “도서관 좌석 사유화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광운대신문」 2024.11.25. 기사 참고], 아주대학교 경우 “열람실 자리 전쟁, 그 안을 들여다보다” [「아주대학보」 2024.11.17. 기사 참고], 한양대학교 경우 “반복되는 도서관 좌석 사유화 문제, 학생들 불만 이어져”[「한대신문」 2023.5.1. 기사 참고] 등 도서관에서의 좌석 이용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깊이 있고 새로운 학문 연구의 핵심이어야 할 대학도서관도 이처럼 시험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한 공부방 역할에만 머문다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 정상화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구성원 모두를 위한 평등하고 열린 공간이어야 할 도서관은 이제 더 자유롭고 공공적 방식으로 공간은 물론 서비스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때다.
